단식에 나선 12인의 암각화 지킴이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19-08-06 20: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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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조경환 논설위원겸 필진 강화도 시인 함민복은 그의 시 ‘긍정적인 밥’(1996)에서 시집 한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라고 썻다.

밥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는 그의 생각을 읽어내며 먹는다는 행위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인도 대학의 환경공학과 교수인 아가왈은 북부도시 리시케시의 병원에서 111일의 단식 투쟁 중 사망했다. 87세의 환경운동가는 갠지즈강 정화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조치에 항의 하기 위해 단식중이었다.

그는 ‘인도정부는 지금까지 갠지즈 강으로 부터 이익을 얻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행동주의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 한 단식 투쟁 중 사망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김영삼 등 정치인들과 종교인, 노조 관계자, 정당대표 등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자 할때 단식 투쟁에 들어가곤 했다.

단식 한다는 것, 그것은 때때로 목숨을 걸고 자기의 주장을 세상을 향해 던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진정성과 처절한 외침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무엇이 그들로 하여 그길로 나설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8월6일 반구대 암각화앞 공터에서 장대빗속에 반구대 암각화 구하기 운동본부와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군 유네스코등재 시민모임 공동대표 12인 중 서민태, 배성동 공동대표의 릴레이 단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부와 문화재청 그리고 울산시를 향해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서 구하고 유네스코 등재하자!’, ‘국민의 명령이다. 사연댐을 열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연댐제거 및 재자연화와 단계적 조치로 수문 설치를 주장했다.

이번 단식투쟁은 7월29일부터 8월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울산의 자존심이 물속에 잠겨있다.

울산의 필요 용수 중 연평균 20%는 낙동강 원수를 사용하고 나머지 회야댐, 대곡댐, 사연댐 용수를 수돗물로 사용한다며 지난 2017년 최대 가뭄으로 사연, 대곡댐이 바닥나 낙동강 용수에 전적으로 의존한적 있다.

이것은 두개의 댐 없이도 용수공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사연댐과 대곡댐의 용수는 늘 부족하다. 울산시는 배내골 상류에 취수 관로를 묻어 대곡댐까지 가져오는 것과 태화강물을 활용할 수 있는 장기적 플랜과 자체 식수원 확보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사연댐은 55.67m의 수위를 기록하면서 대곡천 일원의 300여종 동물들이 수장된바 있으며, 암각화 앞의 옛 물길을 47m이하로 해발 고도를 낮추고 차선책으로 수문을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운동본부측의 이러한 주장과 함께 암각화보존대책과 물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울산시(시장 송철호)와 김진규 남구청장 등의 주장처럼 천전리각석과 암각화 그리고 대곡천 주변 등을 함께 묶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공원의 확대등도 함께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우리는 그동안 소중한 유산인 암각화와 천전리각석 그리고 암각화 주변의 공룡발자국 등 울산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해 관리소흘과 태만 그리고 물로부터 보호하는데 실패해 왔다.

그동안 문제 제기됐던 용수 확보를 위한 사연댐 수위조절과 수문설치, 암각화 앞 강화유리댐건설, 물길방향전환 등 여러가지 시도가 실패하고 원점 회귀하고 말았다.

우리사회의 문제 해결능력과 문화재를 대하는 수준이 정녕 이렇다면, 그래서 아직도 먼길을 돌아 가야 한다면 물에 잠긴 암각화의 비명소리는 더 높아질 것이다.

암각화 바로 밑까지 점점 차오르는 대곡천을 보며 고래를 비롯해 암각화속 300여 점의 육지와 바다생물, 그리고 선사인들의 원망 가득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릴레이 단식에 나선 12인 시민운동가들의 간절한 외침과 울산 시민들의 뜻이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울산시에 전해져 시급한 암각화 보존 대책과 물 문제의 해결에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촉구한다. 우물쭈물 하기엔 지금도 늦다.

울산종합일보 조경환 논설위원겸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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