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가상자산 광풍…계층 상승 사다리 VS 한탕주의

김승애 / 기사승인 : 2021-05-10 16: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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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를 뒤흔드는 암호화폐
▲ 2021년 세상은 암호화폐 강풍이 불었다. 2017년에도 이런 바람은 있었지만, 열기가 더 뜨겁다.


2021년 세상은 암호화폐 강풍이 불었다. 2017년에도 이런 바람은 있었지만, 열기가 더 뜨겁다. 특히 전 세계의 2030 세대가 가상자산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2017년과 다른 부분이다. 2030세대의 주장은 ‘아무리 일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가상화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가상화폐 투자에 얼렁뚱땅 코인을 만들어 유통하는 사기꾼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암호화폐(가상자산) 다단계 판매 및 시세조종 등 행위를 처벌하고 거래소의 투자자 보호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상자산법 제정안이 지난 7일 발의됐다.

2030세대 “가상자산, 결제 위해 사용하겠다”
‘도박 같은 투자’에 정신과 상담률 2배 ↑
안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심도 높아져


거래 규모 급성장에 주식시장 부흥 속도 앞서


비트코인은 세계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등장했다. 그 이후 2017년 암호화폐 강풍이 불었고,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급등했다. 두 시기 모두 중앙은행의 돈 풀기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를 역 이용해 금과 비교해가며 비트코인의 가격이 수십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퍼뜨렸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선점을 위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반짝였다. 은행부터 투자회사, 결제업체까지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또한, 암호화폐가 장기적으로는 가치저장과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암호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은 7일 기준 680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2018년 12월 360만원대로 떨어졌을 때보다 가격이 20배가량 폭등했고, 2017년 광풍 당시 최고치(2100만원)와 비교해도 3배 이상 올랐다.

암호화폐 투자가 늘어나자 거래 규모도 급성장했다. 암호화폐 시황 안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의 하루 거래금액은 1차 급등기였던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평균 1조6978억원가 2조5654억원이었다가 2019년 1조3367억원, 2020년 9759억원으로 줄었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데는 비트코인이 향후 안정적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부터 미국 주요 투자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매입했고, 최근에는 테슬라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일반 기업들마저 비트코인을 사 모으고 있다. 지난달 중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도 암호화폐 열풍의 기폭제가 됐다. 

 

▲ 최근 주식·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상담센터나 병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산 증식 기회 놓친다는 ‘상실 공포’ 심해져

#김 씨는 최근 정치인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는 기사를 봤다. 주5일 일을 나가도 모이지 않는 돈에 스트레스를 받아 하던 그는 돌연 일을 그만뒀다. 그 이후 퇴직금 일부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들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해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대박 꿈’은 비트코인 가격이 흔들리면서 사라졌다. 그는 암호화폐 그래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결국 정신과를 찾아 약물을 처방받았다.

최근 주식·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상담센터나 병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박문제센터)’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1~3월 사이 비트코인과 주식투자 중독 증상을 호소하며 상담한 건수는 13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담 건수(659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시간 거래가 이뤄지고 등락 폭이 큰 암호화폐 투자의 경우 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정신건강학과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또한 코스피 시장에 개인투자자의 ‘포모’(FOMO·소외 공포증) 심리가 널리 퍼졌다는 건 주식·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처럼 암호화폐 투자 과정에서 일상이 바뀌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런 변화가 과몰입에 빠지는 전 단계로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박중독센터에서는 코인이나 주식 등 투자로 인해 학업이나 직업, 대인관계가 어려울 정도가 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1336은 익명으로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암호화폐 시장규율 및 투자자보호 법률 시급

암호화폐 투기 확산으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업을 정의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의무와 금지행위 등을 규정한 ‘가상자산법’ 제정안을 7일 발의했다.

제정안을 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다단계 판매·후원방문판매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가상자산을 매매·중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미국에서는 규제 체계를 갖춰가면서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 또는 지급 수단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완전한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경우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어떤 경우는 원천적으로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 차이가 매우 크다. 또한 미래 불확실성도 높아 단기간에 법체계에 포괄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 차원의 자율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장규율과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금융전문가들은 말한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펼친 반(反)가상화폐론에 2030세대가 분노해 위원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진행됐다. 현재 ‘사임 촉구 청원’은 17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아직 암호화폐는 무엇으로 불리든 간에 전통적인 화폐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화폐가 되기 위해선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한데 하루에도 수십, 수백 퍼센트씩 오르내리는 큰 변동성을 가진 자산이 화폐로서 기능하기는 어렵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제도화 논의에 선을 긋는 근본적인 이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가 펼친 반(反)가상화폐론에 2030세대가 분노해 위원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진행됐다. 현재 ‘사임 촉구 청원’은 17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승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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