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가을에 얹어진 함박 추억, ‘가을정류장’

김귀임 기자 / 기사승인 : 2021-06-30 14:11:0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맛집] 가을정류장
▲ 울산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가을정류장' 내부. 곳곳에 걸린 그림과 소품들이 손님을 반긴다.


가을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미묘한 웃음으로 답할 거다. 그만큼 표현하기 어려운 계절이다. 그러나 이 추상적인 특징 뒤에 풍성함이 자리 잡은 계절이기도 하다. 붉은 단풍의 화려함과 온화한 색감을 가진 노란 은행잎, 그에 대비되는 높고 청량한 하늘까지. 맛집 ‘가을정류장’은 그런 특징을 가장 잘 이해한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이다. 추억을 둘러놓은 가을정류장 역에는 당신을 초대한 함박웃음이 기다린다.

우드 컨셉으로 곳곳 가을 특색 담아내
울산 유일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긍지
일제강점기 그림들로 ‘미술관’ 떠올라


▲ 가을정류장 내부. 벽은 가을의 노란 은행잎을, 바닥은 붉은 단풍을 연상하게 한다.


# 손님의 눈길마다 가을을 둘러낸 곳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몽글몽글한 표현이 솟구쳤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하게 되어도 그냥 납득이 될 것만 같다. 마치 커다란 가을 나무 아래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달까.

실제로 가을정류장(대표 구철회, 김화미) 내부는 전체적으로 콘크리트가 아닌 목재를 활용했다. 여기에 더해 문과 바닥에는 붉은 단풍의 색깔을 담아냈다.

벽은 노란 단풍을 표현하기 위해 채도가 살짝 낮은 노란색을 사용했다. 또한 손님들이 식사할 때 닿는 눈길마다 파란 하늘을 둘렀다. 이로써 손님들은 짙은 가을 속에 식사를 하면서 편안함과 넉넉함을 회상할 수 있게 했다.

 

▲ 왼쪽부터 구철회, 김화미 가을정류장 대표.


가을정류장은 이름처럼 정말 옥동중학교 정류장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구철회, 김화미 대표는 본인들의 추억과 누리지 못했던 로망을 회상하며 가게 내부를 그려갔다. 즉 정류장처럼 손님들이 부담 없이 특색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길 바랬다. 스테인리스 문으로 비춰지는 햇살은 더욱 반짝여 나무 틈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그 시절, 나만의 다락방을 떠올리며 복층 구조도 설계했다. 요즘은 아파트가 주 거주지가 되었지만 어릴 때의 추억에는 늘 다락방이 존재했다. 다락방은 엄격한 아버지는 물론 가족들이 도란도란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가 되어 줬다.

가게 내부는 전체적으로 가을과 함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자리한다. 캐릭터 소품들은 내가 아무도 모르던 숨겨진 장소에 휩쓸려 왔을 때 겁먹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쉬었다 가도 된다고, 편하게 식사하고 가라고 말이다. 

 

▲ 왼쪽부터 오리지날 함박스테이크, 카레 함박스테이크. 모든 함박스테이크 메뉴는 오븐에서 직접 조리한다.

# 울산 유일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과거 고급 음식이었던 함박스테이크는 점점 추억 속으로 잊혀져 간다. 돈까스 등 대체 음식이 많은 요즘, 외식 문화를 떠올리면 함박스테이크는 뒷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는 아무래도 고가의 음식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함박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는 레스토랑을 찾는 일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은 점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울산만 해도 여러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이 문을 닫았다. 사실상 울산에서 함박스테이크 하나의 메뉴로 승부하는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은 ‘가을정류장’이 유일하다. 그래서 가을정류장 대표 부부는 함박스테이크를 지켜 옛 추억을 되살리게 하기 위해 꿋꿋이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가을정류장의 메뉴는 함박스테이크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8000원으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오리지날 함박스테이크, 치즈 함박스테이크, 카레 함박스테이크, 카라이 함박스테이크 모두 그렇다.

모든 함박스테이크는 MSG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 특제 양념과 함께 오븐을 이용해 구워낸다. 실제 먹어봤을 때 잡내가 없고 기름기도 쫙 빠진 풍성한 맛을 느껴볼 수 있었다. 일부 손님들이 육즙에 대해 ‘덜익었다’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어 살짝 육즙을 제거한다. 그 모든 손길 하나하나 모두 손님들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또한 반찬의 경우에는 살짝 볶은 김치와 함께 할라피뇨, 피클을 내놓는다. 볶은 김치는 김화미 대표의 아이디어다. 이것은 과거 도시락 세대였을 때 김치 하나라도 맛있게 해서 가져오면 웅성대던 그 시절을 추억해 시도해 본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김치 쌓아서 올려주세요!’ 하고 무한리필을 불러오는 정도라고. 

 

▲ 가을정류장 화장실로 이어진 복도에서도 다양한 예술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 “작은 미술관에서 식사하고 가세요”


가을정류장은 식당과 예술의 전당의 합작 같은 느낌이다. 부부인 구철회 대표와 김화미 대표는 연애시절부터 미술관, 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했고 심심하면 그림을 사 모았다. 그래서 식당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좀 더 프라이빗함과 동시에 편안한 느낌을 줬는지도 모른다.

특히 가을정류장은 2020년 아름다운 문화가게로 지정되기도 했다. 부부의 취향이 반영된 가게 내부 곳곳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 조선을 상징하는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구철회 대표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선에서 활동했던 일본 화가들에 주목했다.

조선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화가에 대한 당시 인식은 아무래도 좋을 리 없었다. 그래서 많은 작품들이 소실됐고, 조선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작품을 찾기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이라고 불리웠던 故 홍우백(1903~1982) 작가의 그림을 얻게 됐고, 기증을 하려 했으나 여러 사정들로 인해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보일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 가을정류장에는 그 시절 다락방을 연상케 하는 복층 구조의 식사자리도 마련돼 있다.

지금은 그 흔적마저 찾기 어려워진 화가지만 대한민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임에는 분명했다. 이에 구철회 대표는 홍우백 작품을 포함해 총 38점의 작품들을 7월5일~7월17일 갤러리한빛에서 ‘명모를 담다’라는 주제로 선보인다.

서울은 물론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림들을 가을정류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여기에 맞춰 화장실에서도 대구의 한 화가가 그려낸 실사주의 잉어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의 풍성함 역시 가을의 풍요로움과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통통하고 동그란 함박스테이크는 어찌 보면 가을정류장 다운 메뉴다. “기회가 된다면, 가을이 깃든 작은 미술관에서 식사하고 가세요”

[메뉴] 오리지날 함박스테이크, 치즈 함박스테이크, 카레 함박스테이크, 카라이 함박스테이크 모두 8000원
[위치] 울산 남구 문수로 295
[운영 시간]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구정, 추석 당일 제외)
[재방문 의사] 96%

김귀임 기자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