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고전) 음악처럼 남는 부모님 말씀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8-04 13:54: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울산종합일보 김경숙 필진(전 화봉중학교 교장)
▲ 김경숙 울산종합일보 필진
36년 여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2월 퇴직 한 나는, 덕분에 시간 여유가 많아져 산행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나름의 건강관리도 하고, 사색의 시간도 많이 가지며 지난 삶을 차분히 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지난 평생의 나를 이끌어 온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동안, “세상의 그 어떤 좋은 글과 말 보다 어릴 적 부모님의 말씀이 새겨진 채로 행동하며 살아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뭉클 할 때가 여러 번이다.

예를 들어 타인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 때면 나도 모르게 “네 마음 짚어서 남의 마음을 헤아려라’는 엄마 말씀과 ‘남의 칼집에 든 칼을 어찌 너 마음대로 쓸 수 있겠노!”하시던 아버지 말씀을 떠올렸고, 학교 학생들이나 집에서 아이들을 무섭게 매를 들어 가르치다가도 “아이고, 아이를 어째 가르치노! 자기가 념념(念念)이 뚫릴 때까지 기다리야제” 하는 엄마 말씀을 떠올리며 감정에 치우치려 한 스스로를 차분히 다스린 적도 많다.

또한 남들처럼 돈 욕심이 뜻대로 안되어 속상할 때면 “혀는 짧고 침은 멀리 뱉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저 순리대로 살거라” 하신 아버지 말씀을 따르다 보니 나는 현재 돈이 많은 사람은 못되는 아쉬움도 있기는 하다.

나의 예처럼, 나이 많은 우리는 어릴 적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배워온 아날로그 세대이니 이런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포털 싸이트 검색’으로 쉽게 지식 의문점이나 생각의 방향을 찾아 해결하는 젊은 디지털 세대들에게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위로와 영향을 줄 것인지 의문이 많기는 하다.

그렇지만,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 하더라도 ‘어른은 어른’, ‘아이는 아이’라는 말은 유효하지 않을까? 즉, 어떤 경우에도 어른은 삶의 경험을 몸으로 많이 체득한 사람이니 어른답게 지혜로워야 하며, 아이는 아이답게 지식과 경험은 부족하나 마음만은 순수해 어떤 배움에 대해서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늘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예요?’라는 소리도 있는데 이런 표현 앞에서는 괜히 자신을 돌아보게도 된다. 이 또한, 어른은 어른으로서 먼저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하며 아이들이 무슨 일이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마음 폭을 넓게 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젊은 사람과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한 따뜻한 지혜도 더 가꾸어서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사실, 어른으로서의 대접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젊을 때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호기로 살다가,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어른이나 부모님을 찾아 의지하게 되는 것이니, 이제 어른으로서 젊은이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늘 한자리에서 빛을 발하며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북극성’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림 없는 어른 그리고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한창 어린 자녀들을 기르고 있는 젊은 부모님들 역시 자신의 말 습관, 행동 습관이 자녀에게 평생의 길잡이가 된다는 사실을 늘 마음속에 새기며 아이들을 기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몇 달 전, ‘학교보다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쓴 신문의 기고 글에 큰 공감을 받은 적이 있다. 글의 마지막에서 그는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들을 위해,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이 하나의 인격체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경제의 논리로 아이들을 부모와 떨어뜨려 놓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라고 했다.

백번 맞는 말이라 공감하면서, 어린 아이들일수록 부모님과 함께 하는 행복한 추억과 그 속에서 부모님이 해 주신 말 한마디, 칭찬과 격려 등이 그 아이의 평생을 이끌어가는 정신적인 자양분이 된다는 것은 여지가 없는 교육학의 제1번 문장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역할 일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좋은 어른이 되기를 노력하면서 또한 자녀나 학생들을 좋은 인성과 지혜를 갖춘 어른으로 잘 가르쳐야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고민과 성찰은 어떤 교육 목표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부모님과 선생님과 같은 어른들의 그 따뜻한 모습과 사려 깊은 말들이 자녀나 학생들의 삶에서 마치 고전(classic) 음악이나 나침반처럼 영원한 삶의 위로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