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밟고 선 사람들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19-02-19 09: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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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경민정 필진(울주군의회 의원)
▲ 경민정 울주군의회 의원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5.18 민주항쟁 희생자의 숭고한 얼을 ‘비석을 짓밟고 선 채로’ 어루만지는 사진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신분이었던 2007년을 제외 하고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단 한 번도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의 빈자리를 총리가 대신하게 한 것도 모자라, 대리 참석한 총리가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하는 형태가 아닌 총리 기념사로 대체하도록 해 5.18 격하 논란을 낳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199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했고, 2003년부터 정부 주관으로 열린 기념식에 재임기간 중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참석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와는 큰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물론 이 대통령의 불참 통보에 대해 5.18 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국가기념일인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현 정부의 기본 의무이자 자세라며 반박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마저 태연히 묵살해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행태... 대통령 재임기간 중 5.18 기념식 전면 불참, 임을 위한 행진곡 선곡 불가 방침, 대폭 짧아진 기념식 러닝타임.

스스로 보수라 일컬어온 그들은 국민이 바로 세우고자 했던 1980년 5월 광주의 처절했던 시간을 철저히 외면했었고 기어이 혐오스런 역사인식의 민낯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80년 광주 폭동은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다’

‘잠시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좌파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됐다’,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

지난 2월8일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냈다.

과연 5.18 민주항쟁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라도 있는 인물들이라면 저런 망언을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꺼리가 아니다.

지금의 이 사태는 힘없는 국민을 짓밟은 소수의 편협한 사람들이 국가를 사유화하려는 불손한 의도가 세습되어 온,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물일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5세 어린 아이가 5.18 계엄군에 의해 살해 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누가 이 아이의 슬픔이 그들 가족들만의 아픔이라고 치부하였는가!

아무런 장례절차도 없이 청소차에 실려 망월동묘지로 옮겨진 5.18 희생자들의 시신을 누가 그저 세월에 묻힐 수 있는 것이라고 함부로 말 할 수 있는가!

최근 벌어진 5.18 망언은 국민을 향한 보수의 작위적 미소, 그 뒤에 감춰진 그들의 진정한 본 모습이다.

그들은 그랬다.

4.19 혁명 당시 이승만정권의 부정 투표 규탄을 외치던 시민과 학생을 잔인무도하게 제압할 때에도, 5.18 민주항쟁에서 광주시민과 학생을 향해 최루탄을 던질 때에도 그랬다.

그리고 2015년, 세월호에서 비극적으로 숨져간 희생자 유가족을 가리켜 ‘시체장사’를 한다고 모욕했던 그 때에도 역시 그러했다.

그런 편협한 행태들이 켜켜히 쌓여 오늘날에 이르고야 만 것이다.

그런 잘못된 역사적인 인식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은 5.18 망언 발생 이후 지금까지 해당 의원들을 향해 가벼운 징계수위만을 내놓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독은 희생자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향한 모독이다.

“역사를 대하는 해석이 다양할 수 있으니 당 내의 문제에 상관말라”는 분통터지는 변명대신 지금이라도 내부의 괴물들을 스스로 없애고 5.18 희생자와 그 유족들, 그리고 온 국민 앞에 사죄하라.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역사를 왜곡한 수치의 세월을 그나마 반성하는 일일 것이다.

울산종합일보 경민정 필진(울주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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