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임산부 배려 문화’

조민주 / 기사승인 : 2017-05-17 09: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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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하는 문화 확산돼야

‘배려’가 결여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임산부들은 지쳐가고 있다. 임신, 출산, 육아 문제는 우리사회가 중요하게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임신을 해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수 없고, 육아휴직이 있어도 눈치가 보여 쉴 수가 없다. ‘임신부 체험’을 통해 임신한 여성들의 고충을 느껴보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지 고민해봤다.


▲ 임신 체험을 통해 임산부들의 고충을 느껴보고 어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지 고민해 봤다.

‘역지사지(易地思之)’ 1일 임신부 체험기
임신 6개월에 해당하는 7kg의 체험복을 입고 장보기, 집안 청소와 계단 오르기, 잠자기 등을 적은시간이나마 직접 체험해봤다.


무엇보다도 뱃속에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러움과 부담감이 매우 크게 다가왔다. 체중이 10kg 이상 불어난 몸으로 출퇴근, 육아, 설거지, 청소, 운동, 잠 그리고 출산까지 한다고 상상해보면, 얼마만큼의 고통이 따를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임신 체험복을 입고 잠깐만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땀이 줄줄 나고, 조금만 걸어서 이동해보니 허리가 지끈지끈한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임신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물론, 무거운 배는 불편해 육체적인 고통까지 더해졌다.


부른 배 때문에 신발 끈을 매고, 누워있다 일어나는 것은 물론,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 배가 무거워지다보니 온전히 누워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임신복으로 일상생활을 체험해보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소 쑥스럽기도 했지만 운전을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상조차도 전쟁인 것을, 임신부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있는지 절실히 느꼈다.


임산부 배려차원에서 공공기관 및 다중이용시설 주차장에는 장애인 주차구역 외에도 여성, 임산부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한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마저도 임산부 차량이 아닌 일반차량이 주차돼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있었다. 차를 타고 내릴 때, 부른 배로 인해 넓은 주차공간이 절실했지만 실제 임신부들이 느끼기에는 ‘매우 좁은’ 것이다.


승용차를 직접 운전할 때도 불편함은 여전했다. 벨트가 배 위쪽에 있으면 급정거 시 배가 압박돼 배 속의 아이에게 매우 위험하다. 이 때문에 임신부들은 안전벨트를 배의 아래쪽으로 오도록 맨다. 배의 압박감으로 쉽게 피로가 느껴져 장시간 운전은 힘들고, 이후 배가 더 많이 나온 만삭의 임신부는 핸들 조작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이처럼 운전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많은 임신부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에서 조차 많은 임산부들이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던 임신 5개월차 김유림(30)씨는 “사람이 많은 버스를 탈 때에는 대부분 자리를 양보해주시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도 뱃속의 아이한테 무리가 될까 걱정된다”며 “엘리베이터나 사람이 많아 혼잡하고 좁은 장소에서 조금 더 배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임신부 체험을 통해 하루 잠깐이 아니라 10개월 내내 아이를 품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산부가 배려 받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임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사회가 임산부를 배려하는 일들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를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
임산부 40% “임산부로서 배려 받은 경험이 없다”
임산부가 배려 받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해야


▲ 임산부·노약자·여성들을 배려하기 위한 시설들이 점차 확충되고 있다.

“임산부 배려 문화, 확산 필요해”
한 조사에 따르면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도 아직도 임산부의 40%는 ‘좌석양보’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임산부의 날(10월10일)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임산부의 40.9%는 ‘임산부로서 배려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임산부로 배려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59.1%로, 전년도 조사 응답율 58.3%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실시한 해당 설문조사는 임산부 2531명, 일반인 5476명 등 총 8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임산부가 받은 배려는 주로 좌석양보(59.4%), 근무시간 등 업무량 조정(11.5%), 짐 들어주기(9.2%) 순이다.


일반인은 임산부인지 몰라서(49.4%), 방법을 몰라서(24.6%), 힘들고 피곤해서(7.9%) 등의 이유로 임산부를 배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임산부들은 배려 문화 확산을 위해서 임산부 배려 인식 교육(41.2%)과 홍보(22.3%)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주부 한수호(33)씨는 “버스를 이용할 때 나이드신 분이 앉아계실 경우 먼저 말을 꺼내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어르신이 먼저 일어나 주시지도 않는다”며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임산부보다는 노인이 먼저라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임신 4개월차 임수현(33)씨는 “임산부를 위한 정책이 늘고 있지만 실제 임산부들이 느끼는 체감은 미미하다”며 “임산부나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숙된 사회가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씨의 남편인 한승훈(34)씨는 “부인이 임신을 하고나서야 배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며 “아주 사소한 일생생활에서도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마음이 쓰인다. 그렇다고 대신 낳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안타깝다. 임산부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따뜻한 양보와 배려를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진 울산보람병원 팀장은 “덧붙여 “누구나 ‘아이 낳기 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지만, 임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실천은 지극히 미미하다. 임산부 배려의 시작은 임산부를 위한 좌석이나 장소·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임산부 배려 문화 정착을 위해 지자체는 시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홍보,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임산부의 자유로운 이동권 확보와 궁극적으로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글=조민주 기자
사진=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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