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가려진 ‘스몰웨딩’의 두 얼굴

신섬미 / 기사승인 : 2017-04-19 09: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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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스몰웨딩’

이효리-이상순, 원빈-이나영, 구혜선-안재현, 김태희-비 등 유명 연예인 커플들이 소규모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일명 ‘스몰웨딩’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스몰웨딩이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는 규모나 하객 수는 적더라도 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꾸며진 웨딩을 원하는 부부들을 위한 ‘스몰 럭셔리 웨딩’을 뜻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의미가 조금씩 바뀌면서 경제적 비용 절감이 우선으로 되는 ‘셀프 스몰웨딩’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의미가 변색된 스몰웨딩 문화가 퍼지면서 곳곳에서 적잖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의미 변색된 ‘스몰 웨딩’, 부작용 초래
‘스몰웨딩=저비용’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각자 상황에 맞게 준비해야 가장 ‘현명’


▲ 의미가 변색된 ‘스몰웨딩’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웨딩촬영, 방법에 따라 비용 천차만별
결혼 준비의 시작은 ‘스드메’다. ‘스드메’는 스튜디오 사진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의 첫 글자를 조합해서 만들어진 웨딩업계 단어다. 사실 몇 년 전만해도 스드메 가격은 350만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최근 연예인들 사이에서 스몰웨딩이 유행처럼 번지자 스몰웨딩을 찾는 일반인들도 늘어 웨딩업계도 스드메 가격을 낮추거나 ‘드메’상품만 따로 선보이는 등 변화하고 있다. 또 일반적인 스튜디오 촬영을 벗어나 근교 야외촬영을 하고 소품, 의상 등을 대여해주면서 촬영 진행까지 해주는 셀프웨딩촬영 상품도 생겨났다.


이제는 예비부부들이 예식진행을 꼭 전문 웨딩컨설팅업체를 통해서 하는 예전과는 달리 SNS나 인터넷, 웨딩박람회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웨딩업체들이 예전처럼 찾아오는 고객들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홍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무엇보다 웨딩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예비부부들의 ‘셀프웨딩촬영’이다. 두 사람만의 추억이 담긴 장소나 평소에 사진을 찍고 싶었던 장소에서 직접 준비한 소품들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웨딩촬영을 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셀프웨딩촬영도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메이크업부터 소품 준비, 타이머와 삼각대를 동원한 촬영까지 예비부부 둘이서 진행하는 경우 스튜디오 촬영보다 저비용으로 웨딩앨범을 장만할 수 있다.


울산에서 셀프웨딩촬영을 진행한 한 예비신부는 “웨딩촬영할 때 원피스나 커플룩은 인터넷에서 구매하고 드레스는 셀프웨딩촬영 업체를 찾아 대여했다. 촬영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카메라와 삼각대로 직접 했다. 장소는 자연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우리 커플의 모습을 담고 싶어 일산해수욕장과 울기등대, 대왕암공원을 찾았는데 시작부터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에 즐거웠다.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 두 사람만 있으니 덜 어색했고, 덕분에 훨씬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메이크업을 받고 브랜드 드레스를 빌려 입고 유명한 사진작가를 섭외해 촬영을 맡기는 셀프웨딩의 경우 오히려 일반 스튜디오 촬영보다 비용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오채은 W웨딩네트워크 더써드마인드스튜디오 실장은 “셀프웨딩촬영의 경우 예비부부가 평소 생각했던 컨셉이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두 표현할 수 있어 후회 없이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막상 셀프 촬영을 시작해보면 소품, 의상, 장소가 섭외되는데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둘이서 촬영 준비를 시작했지만 결국 촬영 작가만 따로 섭외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럴 경우 작가 비용과 촬영 후 보정작업, 또 앨범작업까지 의뢰하면 오히려 웨딩스튜디오 업체를 통해 촬영하는 비용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준비 단계에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비용 스몰웨딩 vs 스몰 부티크 웨딩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요즘 ‘저비용 스몰웨딩’을 원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 울산 중구청 컨벤션홀

울산 중구청(청장 박성민)은 구민들을 위해 중구청 2층에 위치한 컨벤션홀을 10만원에 대여해준다. 공휴일과 주말, 1일 2회 예식이 진행되는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결혼식을 즐길 수 있어 호응이 좋다. 무엇보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쳐 일반 웨딩홀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인테리어와 단독홀이라는 장점, 더불어 식당 장소까지 제공해 줘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이 많다. 이외에도 남구청 대회의실, 동구청 대회의실, 북구청 예식장도 저렴한 대관료로 웨딩홀을 예약할 수 있다.


반면 비용에 상관없이 예비부부의 취향에 맞춘 결혼식장에서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을 위한 ‘스몰 부티크 웨딩’도 있다.


▲ 제주신라호텔이 선보인 ‘스몰 부티크 웨딩’

제주신라호텔의 ‘스몰 부티크 웨딩’은 최근 가까운 지인과 가족 친지들만 초청해 진행하는 스몰 웨딩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특급호텔에서도 작지만 아름다운 소규모 결혼식을 진행한다는 취지로 준비했다. 제주도 천혜의 비경 속에서 진행되는 제주신라의 ‘스몰 부티크 웨딩’은 국내외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설계돼 결혼식도 하고 하객들과 함께 제주 관광을 할 수 있는 30명 규모의 오붓한 웨딩이 콘셉트다. 규모가 큰 특급호텔의 일반 결혼식과 달리 제주신라호텔의 야외 정원과 실내 연회장에서 소규모로 웨딩을 진행해 합리적인 예산으로 신랑 신부의 취향에 맞춰 진행할 수 있다.


▲ 울산롯데호텔의 제이드룸

또 울산롯데호텔에서도 50명 이하의 하객들을 초대하는 소규모 결혼식을 위한 샤롯데룸과 제이드룸이 준비돼 있다. 결혼식의 비용 보다 허례허식을 줄이고 가까운 가족들과 지인들만 모인 결혼식을 원하는 분들이 찾기에 적합한 웨딩홀이다.


# 자칫 ‘궁상웨딩’ 될 수 있어 ‘우려’
본래 스몰웨딩은 최저가 웨딩, 알뜰 웨딩, 가성비 웨딩이라는 이름처럼 ‘스몰머니웨딩’이 아니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기계처럼 찍어내는 공장형 웨딩과 천편일률적인 식순에서 벗어나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해 하객들과 소통하는 파티 형식의 소규모 웨딩을 말한다.


이런 경우 사진작가, 드레스, 메이크업, 음식, 웨딩홀 데코레이션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직접 챙겨야해 일반 예식보다 비용이 더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스몰웨딩이 규모가 작은 만큼 돈을 적게 들이는 결혼 준비라는 개념으로 잡혀 자칫 ‘궁상웨딩’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한 SNS에 올라온 ‘스몰웨딩 후기’글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글의 주인공인 예비신부는 웨딩디렉터나 스드메 없이 모든 것을 본인들이 직접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객 접대 음식으로 대형마트에서 파는 쿠키, 닭강정, 오물렛빵을 준비하고 답례품으로는 천일염을, 축의금함은 죽 박스로 만들어서 내놓는 등 빈약한 손님 접대에 빈축을 샀다.


네티즌들은 “간소화된 경제적 예식이란 명분하에 치러진 무례식이다. 그렇게 결혼하고 싶으면 물 떠놓고 맞절하고 같이 살면 되겠다”, “비용을 적게 들인 스몰웨딩을 다녀왔었는데 하객 입장에서 기분만 상했다. 식은 빨리 끝내고 식사는 먹을 것도 없고 축의금이 아까웠다”, “결혼식은 두 사람이 축하받는 자리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봐온 주변 분들에게 감사 인사하고, 집안의 경사를 알리는 행사다. 그런 손님들을 모아놓은 자리인데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외에도 여성가족부에서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작은결혼정보센터에서는 공익광고협의회의 광고 ‘작은결혼식’편도 논란이 됐다.


▲ 공익광고협의회의 광고 ‘작은결혼식’편

광고에서는 젊은 예비부부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결혼비용, 예단, 예물, 신혼여행경비 등의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넘어지는 모습에 이어 ‘검소한 가치가 결혼입니다’라는 자막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복한 결혼, 작은 결혼식으로 시작하세요’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스몰웨딩을 올리며 행복해하는 신랑, 신부의 모습이 비춰진다.


공익광고를 접한 올 4월에 결혼식을 앞둔 30대 여성은 “작은 결혼식은 검소한 결혼식과는 별개다. 오히려 스몰웨딩을 하려고 준비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 대부분 포기하더라. 광고에서 언뜻 보이는 꽃장식만 해도 비용이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결혼을 준비해보니 일반적인 웨딩이 가장 저렴하더라.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나라가 별 걸 다 간섭한다 싶은 생각도 든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비싼 집값, 육아 복지 등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지, 돈 안들이는 결혼식을 권장하는 광고라니… 광고를 볼 때마다 근본적인 문제는 관심 없고 개인의 취향마저 사치로 만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오히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작은 결혼식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니 비혼이 낫겠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단지 스몰웨딩이라는 이름만으로 ‘스몰웨딩=저비용’이라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스몰웨딩은 경제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의미 보다 진정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하객들만 초대해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오채은 W웨딩네트워크 더써드마인드스튜디오 실장은 “지인들만 모시고 소박하게 치르는 유명 연예인들의 스몰웨딩을 보고 많은 예비부부들이 따라하시려고 하는데 진행을 하다 보면 스몰웨딩의 의미가 단순히 저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도 퇴색되고 부모님들과 마찰도 많이 생긴다. 또 스몰웨딩을 준비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특색 있는 웨딩을 준비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일반 웨딩홀보다 더 비싼 레스토랑을 대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오히려 비싼 대관료와 음식값에 후회하기도 한다. 결혼은 길러주신 양가 부모님들과 지인들을 모시고 두 사람의 평생을 약속하는 자리다. 요즘 트랜드를 맞추기 위해 그저 보여주기식 화려한 행사로 만들기보다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의논한 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준비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말했다.


신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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