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삭제됐으면 좋겠어요”… 온라인 상 떠도는 ‘흔적’ 지우기

정혜원 / 기사승인 : 2017-04-05 14: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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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조명

#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됐다고 한 남성에게 전화가 왔다. 전 여자친구와 사귀었을 당시 성관계 했던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고 있다는 것이다. 동영상에서는 남자의 신분은 노출되지 않은 반면 여성은 얼굴과 전신이 적나라하게 공개돼 있었다. 남성은 전 여자친구를 배려해 자신이 대신 삭제 작업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6개월이 지난 현재 인터넷 어디에서도 동일 영상은 나오지 않는 상태다.


# 한 여고생이 자신의 사진이 음란한 사진과 합성돼 각 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고 있다며 삭제 요청을 해왔다. 같은 학년 남학생이 여학생의 신체 일부와 얼굴 등을 몰래 찍어 음란한 사진과 합성한 후 인터넷에 게시한 것이다. 음란사진의 경우 재배포가 쉬워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퍼져나가 완벽히 삭제되기 어렵다. 그러나 여학생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이 음란한 사진과 합성됐다는 것을 알아 초기 대응을 할 수 있었다. 한 달간 삭제 작업을 진행해 3개월에 접어들자 해당 사진이 인터넷에 게제 되는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5개월 이후부터는 관련 사진이 게재되고 있지 않다.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개인 정보 유출은 인터넷 상의 고질적인 문제다. 자신의 인적 사항뿐 아니라 사진, 영상 등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들까지 마구잡이식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는 타인의 정보를 악의적으로 노출하는 행위와 더불어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인터넷 상의 이점이 무분별하게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정보 공유 및 재배포에만 치중해 그에 따른 제재나 제도가 명확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제는 알 권리에 상응하는 ‘잊혀질 권리’도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


사진, 영상 등 온라인 상 개인 정보 없애주는 직업 등장
정보 삭제에 긍정적… 모든 정보에 만료일 부여해야
“온라인 상 정보 등록 및 삭제 등 세밀한 기준 마련필요”


신(新)직업 ‘온라인 평판 관리사’
최근에는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개인 정보가 담긴 영상, 사진, 글 등이 유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유출된 정보들은 온라인 매체 특성상 재배포가 되기 쉽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더불어 유명인 및 기업, 한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로 상처입고 피해 입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도를 넘어 개인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정보 유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디지털 장의사’, ‘온라인 평판 관리사’ 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이들은 온라인에 떠돌아 다니는 원치 않는 정보를 대신 삭제하는 사람이나 업체로, 사람이 죽으면서 온라인에 남아 있는 사진을 삭제하고 계정 탈퇴 업무까지 맡는다.


온라인 평판 관리사는 이보다 더 나아가 기업의 홍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고객관리(CS), 인사 등 여러가지 업무에 걸쳐 미디어 변화에 맞물려 그러한 기존의 간단한, 혹은 난해한 업무들을 재조정 및 재구성해 처리한다.


고용노동부에서도 ’평판 관리사‘를 신직업으로 지정했다. 미래창조교육연구원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심사 승인한 사이버평판관리사 1기 특별과정을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했다.


사이버평판관리사 과정에는 국민연금공단,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등 공공기관 다수, 대학교 HRD센터, 홍보 마케팅 및 평판관리 기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인력층이 참여했다.


사이버평판관리사 교육과정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1인 매체 발달로 변화된 홍보 마케팅 환경에 맞춰 기업이나 기관, 그리고 개인들이 소비자나 유권자, 이해관계자들과 소통관계를 유지하면서 평판을 관리하는 전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례중심으로 구성됐다.


2015년에는 한국평판관리협회가 설립돼 대한민국 평판관리 사업발달과 평판관리 기술교육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평판관리협회는 전국 주요 10여 개 국공립, 사립 명문대학교 등과 함께 평판관리기술교육 및 일자리창출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으며, 평판관리전문업체인 포겟미코리아와 기술지원 및 자격검정지원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인 ‘ORM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잊혀질 권리’에 관심 증대
이처럼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들에 의뢰하는 일반인들이 점점 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성인 8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8% 개인이 올린 글이나 정보를 온라인에서 삭제해주는 서비스 이용에 ‘긍정적이다’라고 답했다.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인 ORM 코리아는 기업의 경우 악성 게시물 삭제 건으로 비방, 댓글 삭제 요청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또 개인은 성 관련 동영상, 사진 유출 건으로 보관하다 유실 또는 해킹에 의해 누출돼 삭제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인터넷에서 생성·저장·유통되는 개인의 사진이나 거래 정보 또는 개인의 성향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유통기한을 정하거나 이를 삭제, 수정, 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개념을 말한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개념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도출됐다. 온라인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게재하고,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하는 등 이용자들과 지식·정보를 공유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는 가운데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또한 오늘날에는 개인 정보를 비롯해 각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보관하고 있어 누구든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디지털화, 저렴한 저장 비용, 손쉬운 검색, 개인을 공간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는 글로벌 범위 등이 '삭제'가 불가능한 현실을 만들었다. 아울러 온라인에서 개인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용이하나 이를 삭제·폐기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잊혀질 권리(Delete)’의 저자인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Viktor Mayer-Schönberger)는 새로 생성되는 모든 정보들에 정보 만료일을 부여해 정보가 일정한 기간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개인이 디지털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모든 기기들에 정보 만료일을 지원하는 코드를 포함시키는 규정과 더불어 사용자들이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때 이러한 만료일 정보를 입력해 정보의 수명이 만료되면 자동 폐기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돈 벌기 위한 업체는 조심”
그러나 잊혀질 권리에 대한 개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병원, 기업 등에 대해 부정적인 후기를 작성했을 시, 악성 댓글이 아닌 경우에도 삭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일반적으로는 법적 기준에 따라 악성 댓글이 아닌 경우 또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삭제되지 않으며, 해당 서비스 기관에서도 기준에 미달되는 경우 삭제처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


박재홍 ORM 코리아 대표는 “온라인평판서비스 업체는 기준에 따라 삭제를 요청하지만 무조건 돈을 벌기 위해 삭제만 해주는 업체는 조심해야할 것”이라며 “당사는 게시물의 경우 법적 검토 및 관련 게시물을 파트너 법무법인 또는 파트너 변호사를 통해 검토해 대응토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온라인 등록 및 삭제에 대한 좀 더 세밀한 기준이 마련돼 양쪽 모두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서로 피해 입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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