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기식’ 예비군 훈련, 정상화 아직 멀었다

조민주 / 기사승인 : 2017-03-15 09: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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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내실화해야”

지난 2일부터 예비군 훈련이 시작됐다. ‘예비군 훈련’은 1~6년차 예비군들이 전시 등 유사시에 전시임무를 신속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평시에 실시하는 훈련이다. 최근 사드 배치 등 안보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예비군’의 임무와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훈련을 앞둔 예비군들은 ‘훈련 내용의 부실함’, ‘시간 때우기식 훈련’ 등 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 수십년간 예비군 훈련이 이어져오면서도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 때우기식 교육 대다수 ‘반쪽짜리’ 훈련에 그쳐
“운영 평가 방식 강화 등 예비군 훈련 내실화해야”
8시간 향방기본훈련… 4시간에 모든 훈련과정 ‘이수’


▲ 입소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예비군들

◇ ‘향방기본훈련’ 허울 뿐인 8시간
8일 오전 8시50분 울산의 한 예비군훈련장 입구. 교관과 조교들이 훈련을 받기 위해 이 곳을 찾은 예비군을 맞는다. 이들은 가장 먼저 예비군들의 전투화와 전투모, 고무링, 복장상태 등을 확인하고 부대 안으로 안내했다. ‘향방기본훈련’을 받기위해서다.


예비군 동원미지정자의 경우 향방기본훈련 8시간과, 전·후반기 각각 6시간씩 향방작계훈련을 받게 된다.


예비군들은 유사 시 국가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예비전력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실제 훈련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훈련에 참여한 4년차 예비군 최모(27)씨는 “솔직히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예비군 훈련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 예비군 ‘측정식 합격제’ 훈련 실효성은?
병무청은 지난 2014년 훈련성과가 좋으면 일찍 귀가를 시키는 ‘측정식 합격제’를 도입해 훈련성과를 측정한 후 합격 할 경우 조기 퇴소, 휴식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교관들이 예비군들의 복장, 태도, 사격 점수 등을 평가하고 우수 팀을 선정해 기존 퇴소시간 보다 2시간 이른 오후 4시쯤 귀가시켜 주는 것이다.


오전 9시30분경. 안내·인도인접이 끝난 후 10명씩 한 개 조를 이룬 예비군들은 검문소 설치, 사격, 시가지 전투, 목진지 전투, 정훈교육 등 5가지 훈련을 받기위해 자율적으로 이동했다.


7조로 배정받은 기자는 가장 먼저 도착한 사격장에서 총 5발 중 3발을 표적지에 명중해야 합격하는 개인화기 사격 임무를 부여받았다. 5발의 총알을 쏘고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일부 예비군들은 손으로 표적지에 구멍을 내는 등 편법을 사용했다. 육안으로 봤을 때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감독관들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이날 불합격 팀은 없었다.


훈련에 참여한 5년차 예비군 박모(27)씨는 “차라리 예비군 훈련을 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안 하는 것만 못한 예비군 훈련”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형식적인 실습은 사격 훈련뿐만 아니라 검문소, 시가지 전투 등 모든 훈련과정에서 똑같이 벌어졌다. 뛰어난 훈련 성과 탓일까 오전 시간 중 안보교육을 제외한 모든 훈련에 ‘합격’하고나니 점심시간이다.


▲ 시가지 전투 체험 훈련장 모습

◇ “훈련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안보 강의가 시작됐고 예비군의 90%는 숙면을 취했다. 익숙한 모습이다. 이윽고 잠에서 깬 예비군들은 안보교육을 평가받기 위해 시험 문제를 푼다.


총 10개로 구성된 문제는 매우 쉬운 난이도로 실제 ‘안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적어 보였다.


예를 들자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인해 군인 4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O,X)’인 식이다. 이 또한 담당 조교가 눈대중으로 채점을 하는 등 제대로 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화를 하던 시험감독관은 “3조, 5조, 7조 합격이야”라며 자리를 떴다.


오후 2시30분이 조금 넘은 시각, 8시간 과정의 모든 훈련을 이수했다. 감독관은 “훈련을 완료한 조는 식당에서 대기하고 3시50분까지 강당으로 오세요”라고 말했다.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4년차 예비군 김모(25)씨는 “체계적인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 때우기성 교육이 대다수다. 생업도 미루고 멀리까지 찾아왔는데 이런 훈련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일부 예비군들이 조교의 말을 무시하고, 흡연 및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도 제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5년차 예비군 김모(28)씨는 “성과 위주의 훈련에 따라 열심히 훈련을 받으려고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5년차 예비군 한모(29)씨는 “6시간 훈련 대상자의 경우 오후 3시30분에 퇴소하고 8시간 훈련 대상자는 대부분 4시에 퇴소한다”며 “말로만 2시간이고 실제 퇴소시간은 30분밖에 차이가 안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오후 4시. 이날 교육훈련을 받은 70여 명의 모든 예비군들은 ‘조기퇴소’에 성공했다. 주어진 미션을 성실히 수행했다는 것이다.


▲ 육군 56사단 금곡과학예비군 훈련장에서 병무청 관계자들이 시가지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안보 위협 커져… “훈련 체계 갖춰야”
해당부대 예비군 간부는 “절차에 따라 훈련에 성실한 예비군들에 한해 조기퇴소를 시키고 있다”며 “교육 이후 병사들이 교보재를 정리하는 시간도 고려해 예정시간보다는 일찍 마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난해 3월 형식적인 예비군 훈련 대신 성과 위주의 자율 참여형 예비군 훈련체계로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예비군 전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진행되는 훈련의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대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일한 훈련으로는 전력 강화를 이룰 수 없다”며 “훈련 부대의 감사를 강화하는 등 예비군 훈련의 내실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조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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