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잡는 OT, 변화의 시작에 서다

신섬미 / 기사승인 : 2017-03-13 1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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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신입생 OT 문화 정착

▲ 2월28일 충북 청주교육대학교에 게재된 대학가 신입생 OT에서 일어나는 선배들의 성희롱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 연합뉴스.
매년 이맘때면 대학가에서는 신입생 환영 행사와 관련해 각종 사건·사고로 시끄럽다. 신입생 군기를 잡겠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하고 술판으로 번진 자리에서는 성폭행·성희롱도 서슴지 않고 일어난다. 올해는 버스 전복사고, 손가락 절단 사고 등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온·오프라인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친목도모와 학교 정보공유를 위해 진행하는 행사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에 일부 대학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신입생 환영회 행사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악습 신입생 OT 문화, 이제는 근절
재학생과 학교에서 ‘건전한 대학문화 만들기’ 앞장서야


사건·사고로 얼룩진 신입생 OT


▲ 지난 2월22일 오리엔테이션 참가 중 교통사고 당한 금오공대 버스. 연합뉴스.
# OT 가던 중 버스 사고 대학, 술만 8천병?
2월22일 오후 5시30분께 금오공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가를 위해 학생들을 태우고 충청북도 단양에 있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5m 언덕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차량에는 운전기사 이모(62)씨와 금오공대 대학생 44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로 운전자 이 씨가 숨지고 학생 2명이 중상, 나머지 학생들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당시 학생들 모두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어 대형사고는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버스 사고와 관련해 금오공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총학생회는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소주 약 7800병, 맥주 약 960병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술의 양은 2박3일 동안 학생 1인당 소주 4~5병씩 마실 만한 분량인 것으로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생회관에 쌓인 술 상자도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 OT 참가 대학생 손가락 절단 사고 난 기계실. 연합뉴스.

# OT 중이던 신입생, 손가락 절단된 채 발견
같은 날 강원도 고성에 있는 콘도에서는 대학 신입생이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채 발견됐다. 수도권의 모 대학 신입생 이모(21)씨는 20일 2박3일 일정으로 신입생, 재학생 1100여 명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갔다. OT 이틀째인 21일 이 씨는 행사를 마친 오전 1시부터 학과 선배와 동료 간의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는 새벽 5시까지 이어졌고 같이 술을 마신 학생들은 오전 4시께 만취한 이 씨를 4층 객실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5시께 신입생 대상으로 한 인원 체크과정에서 이 씨가 보이지 않았고 객실을 다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6층 옥상 엘리베이터 기계실을 열어보니 이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이 씨의 오른손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바닥에는 절단된 손가락 3개가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절단된 손가락 3개와 이 씨를 응급 처치한 후 서울의 봉합 전문 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만취한 이 씨가 왜 6층 기계실로 이동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서와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6층 옥상 엘리베이터 기계실에 들어갔다 움직이는 와이어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료 학생들과 콘도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리조트서 목격된 꼭두새벽 ‘똥군기’ 현장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말로만 듣던 대학교의 똥군기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2월25~26일 강촌 엘리시안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토요일 가족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잠을 자고 있는데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밖에서 단체로 구령소리와 함께 구보 뛰는 소리가 들리더라. 처음엔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에 잠을 청했는데 리조트 앞에서 계속 구보를 뛰더라. 전날 H대 연합이 단체로 투숙을 했는데 OT를 온 것 같았다. 그 상황은 선배들이 후배들 군기 세운다고 구보와 PT를 시키는 현장이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5시40분이었다. 딸아이는 수십명 지르는 구령소리에 잠이 깨서 무섭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베란다에 나가서 ‘이 새벽에 뭐하는 것이냐, 여기 리조트다. 새벽시간인데 이러면 되겠냐’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를 하니 밑에서 들려오는 건 여학생의 욕이었다. 다른방 투숙객들도 몇 분 나와서 항의 했지만 굳건하게 리조트 정문에서 단체 구령과 함께 피티체조를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현장을 직접 경험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서울 안에 있는 중상위권 대학교에서 자기들끼리 은밀하게도 아닌 일반 관광객들이 함께 이용하는 리조트에서 해 뜨기도 전부터 애들을 기합주고 굴리고.. 그냥 안쓰럽다. 단지 선배가 후배 군기 잡겠다는 이유로 본인들과 상관 없는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줘가면서까지 상식 이하의 언행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대학 문화의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같이 올렸다.

작성자는 당시 리조트측에 항의한 결과 퇴실 시 교수 몇 분과 학생 대표로 보이는 인원에게 정식으로 사과는 받았다고 밝혔지만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의 비난은 거셌다. “그렇게 훈련 받고 싶고 군기가 좋으면 군대를 10년 가라”, “학교 이름에 먹칠하는 거다. 젊은 학생들이 왜 저러는지 진심으로 안타깝다”, “대학에서도 저러고 직장에서도 저러고, 세월이 지났으면 더 좋아져야지 왜 퇴행을 합니까”라는 댓글들을 남겼다.


#카톡 ‘예절지침’을 가장한 신입생 길들이기
OT의 연장선인 ‘예절지침’으로 가장한 신입생들의 군기 잡는 카톡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22일 페이스북 대학의 모든 것, 텐덤 페이지에는 17학번 신입생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예절지침’이 공개됐다. 이대 체육과학부 학생회 집행부 측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개강 이후 지켜야 할 기본적 예의를 알리고자 한다’며 지침 10개를 공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물 내 모든 사람을 선배라고 간주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인사할 것 ▲동기끼리 존대 금지 ▲학번제로 따를 것 ▲연락처는 선배에게 직접 먼저 물어볼 것 ▲온라인에서 선배가 대답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 ▲선배의 카톡 허락 전까지는 문자로 연락할 것 ▲술을 마실 때는 낮은 학번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마실 것 ▲건배할 때 후배의 술잔이 선배의 술잔 위치보다 낮은 곳에 있도록 할 것 ▲술자리에서 먼저 귀가할 경우 선배의 허락을 받을 것 등이 명시돼 있다.


이외에도 타대학의 신입생 카톡지침을 살펴보면 ▲선배들에게 전화, 문자를 받거나 보낼 때 관등성명할 것 ▲선배랑 전화통화 할 때는 먼저 끊을 때까지 기다릴 것 ▲길 걸어 다니면서 이어폰 끼지 않기 ▲걸어 다니면서 음식물 먹지 않기 ▲슬리퍼 신고 다니지 않기 ▲주머니에 손 넣지 않기 ▲바퀴달린 것(자동차, 자전거) 타고 다니지 않기 ▲‘요’자체 절대 안되고 무조건 ‘다.나.까’로 대답하기 ▲선배 허락 없이 학교 근처에서 동기들끼리 술 마시지 않기 ▲선배와 같이 술 마시는 경우 따라주거나 받을 때 관등성명 하기 ▲특정 엘리베이터 이용하기 않기 ▲압존법 유의해서 말하기 ▲전화 받을 때는 ‘여보세요’ 하지 말고 ‘네 교수님!’ 혹은 ‘네 선배님!’ 하고 받기 ▲친하다고 해서 언니, 오빠 부르지 않을 것 등이 있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다양성’과 ‘차이’를 가진 문화라고 해도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내에서 해야 인정된다. 위 카톡들은 예의가 아닌 복종을 가르치는 규율이다. 복종을 가르치는 게 정말 무서운 건,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고 거기서 나아가 그게 잘못됐다고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거다”, “저들이 말하는 윗사람에 대한 예의가 사람을 대하는 예의와는 다르게 그냥 떠받들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지 스스로 생각해봐야한다. 개개인의 개성이 중요해지고 각자의 생각이 존중받는 시대에 저런 카톡이라니..”, “군기는 인정해야할 문화가 아니라 없애야 하는 문화다”, “애초에 다 큰 성인을 대상으로 예의범절 교육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신입생을 상대로 과한 복장 규제, 군대식 문화와 인사 매뉴얼, 지나친 사생활 침해, 인격 모독, 참가비 명목의 수금 등을 자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통과 문화라는 명목으로 “우리도 받아왔고 이게 다 추억이다”고 말하며 대물림하는 재학생들의 태도다. 또한 사실을 알고서도 묵인하는 교수와 조교들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혹시 사건이 외부로 세어나가 논란이 불거진다고 해도 학교측은 모르는 척 하거나 가벼운 징계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악행을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학생과 학교가 먼저 나서서 ‘건전한 대학문화 만들기’ 앞장서야한다.


달라지는 신입생 OT 문화


#울과대, 8년간 교내에서 진행
울산과학대학교(총장 허정석)는 지난 2010년부터 8년간 교내에서 대학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해 오고 있다. 2월27일 본교 동부캠퍼스에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은 지난 2014년 2월 경주 마오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건을 상기하며 안전교육으로 시작됐다. 안전교육을 맡은 한국소방안전협회 울산지부 반주완 전문강사는 실험실 사고에 대처법, 소화기 사용법 등을 교육했다. 이어 남녀 간에 지켜야할 예절 및 성폭력 예방, 장애학생인식개선 등 교육을 진행했다. 또 작년 체육대회 치어리더 우승팀인 유아교육과의 치어리딩 공연도 펼쳐졌다. 각종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열린 학부(과) 자체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신입생과 선배, 전공 교수와의 만남이 마련돼 미래 진로에 대한 진지한 상담과 함께 구성원 사이에 유대감을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이외에도 지역의 많은 대학들이 교내에서 진행하는 OT로 대체하는 추세다.


#선배들 성희롱 비판 대자보 게재
2월28일 충북 청주교육대학교에는 대학가 신입생 OT에서 일어나는 선배들의 성희롱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재됐다. 대자보에는 ‘선배님 OT는 애인 찾는 장소가 아닙니다’, ‘우리가 품평 당하려고 교대 왔나?’, ‘술을 핑계 삼아 술을 기회 삼아 추태 부리지 맙시다’, ‘2017 OT는 악습 없는 OT로’, ‘새내기는 너의 잠재적 애인이 아닌 동등한 학우입니다’ 등의 문구가 실려 있다. 또 ‘동의 없는 신체접촉, 성희롱 성적문화 강요, 소수자 혐오발언, 주취폭력, 술 강요, 커플로 몰아가기’ 등 하지 말아야할 행동들도 적어뒀다. 대자보는 교대 여성주의 모임이라는 익명의 단체가 게재한 것으로 "(최근 발생한 많은 OT와 연관된 사건들과 관련해)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대자보를 만들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청주교대 관계자는 "대자보를 통해 학내에서 감수성이 높아진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등 학교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 호남대학교는 올해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체험을 실시했다.
#신입생 전원, 심폐소생술 체험
호남대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체험을 실시했다. 7일 광주시 소방안전본부와 연계해 열린 이번 체험행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알짜스쿨’의 하나로 신입생 1649명이 참여해 긴급 상황 시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직접 실습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광주 소방본부는 강연을 통해 심정지 소생사례를 소개하고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법과 기타 생활 속 응급처치법 등을 안내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이날 심폐소생술 체험에 참여한 신입생 1649명 전원에게는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증이 주어져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이제는 새로운 대학생활을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는 건전하고 유익한 오리엔테이션 문화가 장착돼야할 것이다.


신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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