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꿈’ 찾아 울산 떠나는 공시생들

조민주 / 기사승인 : 2017-03-08 09: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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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매몰현상
▲ 지방 수험생들은 열악한 학원 인프라로 서울, 노량진 등으로 떠나고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공무원 시대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의 경쟁률은 46.5대 1로, 매 시험마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또 인기 직렬의 경우 이미 100대 1의 경쟁률을 넘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준비하지만 그중 극히 일부 수험생만이 합격하는 ‘공무원 시험’. 시험 준비에 드는 비용, 시간 등 경제적도 부담도 크다. 구직자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몰되는 현상이 국가경쟁력 저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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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공채 22만8000여 명 지원
과거 9급 공무원은 비정규직이 없는 상황에서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다른 일자리보다 적은 급여로 인해 안정성과 공무원 연금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만큼 인기가 치솟았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의 접수 인원이 또 다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월14일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4910명 선발에 역대 최대인 22만8368명이 지원해 4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선발예정 인원은 지난해 4120명보다 790명 증가했고 접수인원은 지난해 22만1853명보다 6515명 증가했다.


이전에는 선발 인원이 적어 올해보다 경쟁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았다. 2012년에는 72.1대 1, 2013년 74.8대 1, 2014년 64.6대 1, 2015년 51.6대 1, 2016년에는 53.8대 1을 기록했다.


올해 모집직군별 경쟁률을 보면 행정직군은 4508명 모집에 20만596명이 지원해 44.5대 1, 기술직군은 402명 모집에 2만7772명이 지원해 6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부 모집단위별로 보면 행정직군에서는 일반행정(전국:일반)이 243명 모집에 4만1910명이 지원해 172.5대 1의 경쟁률을, 일반행정(지역:일반)이 115명 모집에 1만9063명이 지원해 165.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교육행정(일반)이 58명 모집에 1만3089명이 지원해 22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술직군에서 공업직(전기:일반)이 20명 모집에 2485명이 지원해 124.3대 1, 공업직(화공:일반)은 7명 모집에 1713명이 지원해 244.7대 1, 방재안전직(방재안전)이 7명 모집에 1138명이 지원해 16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의 평균 연령은 28.6세고,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4만6095명(64.0%)으로 가장 많고, 30대 6만7464명(29.5%), 40대 1만507명(4.6%), 18∼19세 3202명(1.4%), 50세 이상은 1100명(0.5%) 등의 순이다.


▲ 공시생 김 씨의 1월 생활비 지출내역

수험생 생활비, 연간 2000만원 지출
공무원 시험을 인생의 대안이자 출구로 여기는 이른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시험 준비를 위해 대부분 노량진으로 떠난다. 지방 공시생들이 타지로 떠나 공부하게 되면 공부에 들어가는 돈은 물론 숙식 등 생활비까지 들어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생들이 타지로 떠나는 것은 지방학원들의 교육 수준과 환경 때문이다.


지난 1월 울산을 떠나 노량진에서 공무원 준비를 시작한 김모(27)씨는 “울산에서는 공무원 준비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물론 고향에서 공부를 하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학원도 별로 없고, 수준 또한 서울의 학원과는 차이가 있어 노량진 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모님께 받는 생활비로 공부하다 보니 부담감도 크고 죄송스럽다”며 “월 지출내역을 보니 이번달에는 130만원가량 지출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 씨에게 가장 큰 부담은 고시원 월세(40만원)와 식비(40만원)다. 여기에 학원비(2개월) 45만원, 교재비 20만원, 통신비 4만8000원, 독서실비 10만원 등을 합하면 고정지출이 월 160여 만원에 육박한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0만원에서 150만원정도 생활비를 지출하고, 100만원 이하로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연간 15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는 가뿐히 넘어가 공시생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더 곤란해진다. 지금 당장의 수입원은 없는데 합격가능성은 더욱 더 줄어드는 것이다.


학원 내 칠판닦이, 시험지 배부 도우미 등으로 모자란 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김 씨는 “빨리 합격을 못하면 더 힘들어 질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심모(25)씨는 2개월간 울산지역의 한 공무원학원에 다닌 뒤 유명강사의 인터넷 강의로 수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많은 수험생들이 합격을 목표로 노량진을 향한다. 저 또한 고민이 컸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고향에서 학원을 다니게 됐다”며 “울산지역은 공무원학원은 거의 한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무래도 학원 강의의 질이나 환경은 서울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고향에서 시험준비를 하는데도 생활비 지출이 만만치 않아 비교적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활용한다. 필요한 시간에 들을 수 있는 데다 학원 강의보다 훨씬 싸다”며 “집중이 안 될 때도 있지만 꾸역꾸역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 씨가 두 끼의 밥과 독서실을 이용하며 지불하는 돈은 하루 평균 2만4000원. 고향에서 공부하지만 매달 들어가는 교통비용, 인터넷강의 비용, 교재비용을 합하면 100여 만원에 달했다.


▲ 울산지역의 공무원 학원가 모습

‘공무원 열풍’에 국가경쟁력 저하 우려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역대 최대인 23만여 명의 응시생이 몰렸다. 그야말로 열풍이다.


김현득(37)씨는 “많은 구직자가 공무원시험에 몰려든다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그만큼 없다는 반증이다”며 “청년일자리 창출을 말로만 때우지 말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연(28)씨는 “청년들 대부분은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전문직이 아니면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채용사이트만 봐도 중소기업은 아무런 매리트가 없어보인다”며 “임금, 복지에서 질이 안 좋고 불안정한 일자리만 넘쳐나면서, 청년들은 공무원의 근무여건과 안정성을 매력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 열풍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로 경기불황과 고용불안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반면 청년들은 고학력화·고령화가 되고 있으며, 구직자들이 이런 중첩적인 상황에서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욕구가 훨씬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현재와 같이 취업이 어렵고 좋은 일자리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구직자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며 사회적 비용이 매몰되고 있다”며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총체적이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조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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