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분사 강행에 노조·지역사회 반발 ‘갈등 최고조’

신섬미 / 기사승인 : 2017-03-08 09: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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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주총에서 사업 분할 통과
▲ 2월27일 개최된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노조와 회사측에서 고용한 안전요원 간 몸싸움이 일어나 아수라장이 됐다.

2월27일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조선·해양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의 분사를 강행했다. 이날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 속에 사업분할 계획서 승인 안건과 분할 신설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총 2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4월부터 총 6개의 독립 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노조와 울산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노조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투쟁’을 외쳤다.


조선경기 불황, 위기 타개 위해 사업 분사 결정
노조 “경영승계와 대주주의 지배력 높이려는 것”
주총 사업 분할 안건 통과로 노사 간 갈등 깊어져


▲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업 분할에 반대하며 2월23,24,27일 22년 만에 전면 파업을 시행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중, 주총 통과되면서 ‘6개사 체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15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의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 분할 안건을 의결했다. 회사는 최근 수년간 조선경기 불황으로 심각한 수주난에 시달리자 위기 타개를 위한 자구계획으로 비조선의 사업부문 분사를 결정했다며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 효율화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운영해 왔지만 조선 위주의 사업 체계 때문에 비효율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서비스 부문의 현대글로벌서비스와 ▲그린에너지 부문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에 관한 분할을 마쳤다. 여기다 지난달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사업분할 계획서 승인안에 따라 4월1일부로 ▲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에 존속 ▲전기·전자 사업부문은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가칭) ▲건설장비 사업부문은 현대건설기계(가칭) ▲로봇·투자 사업부문은 현대로보틱스(가칭)의 4개 법인으로 나뉘게 되면서 총 6개의 독립 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 2월27일 개최된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강환구 사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분할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입금 7조3000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서 배정하면 차입금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 106%였던 부채비율은 95.6% 수준으로 낮추면서 차입 여건이나 신용도가 개선되고 해외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임시 주주총회가 끝난 후 노조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투쟁을 진행했다.

이번 분할에 따라 신설되는 현대 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는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고 공장은 울산에 그대로 둔다. 또 현대로보틱스는 본사와 공장 모두 대구로 옮겨간다. 앞서 분할을 마친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충북 음성으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부산으로 각각 본사를 옮긴 바 있다.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지난 2일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그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의 사업부문은 업종이 다른데도 조선업에 가려 조선회사처럼 운영돼 왔으며 동종업계가 새로운 기술력과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 앞서가고 있는데도 세계 1등인 것처럼 살아왔지만 그건 현대중공업이라는 우물 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극심한 불황 속에서 이제는 누가 누구를 보호해줄 수가 없다며 경쟁력 없는 기업은 금방 도태되는 것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인데도 노동조합 등 일부에서는 아무 근거 없이 사업 분할을 무조건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강 사장은 사업분할을 통해 적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재상장이 이뤄지면 시장을 통해 직접 자금조달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사상 최악의 조선경기 불황 속에서 회사가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외 전문가들도 사업 분할을 지지하고 참석 주식의 98%가 찬성했으며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권은 물론 외국인투자자와 국민연금에서도 찬성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또 사업 분할 이후에도 고용과 근로조건은 100% 유지되며 기숙사 제공 및 모든 복지혜택 역시 동일하게 유지된다며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내면 다른 회사와 관계없이 더 많은 임금도 받을 수 있고, 경쟁력이 높아지면 고용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분할되는 회사뿐 아니라 기존 현대중공업도 같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주길 바라며 소모적인 논쟁은 접고 회사를 살리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노조, 지역 정치인, 시민들 분사 반대
하지만 노조와 동구 시민들은 사업 분할이 시작되면 회사 이전 등으로 울산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 경제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분사에 반대하고 나섰다. 앞서 현대중공업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계속하면서 이미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동구를 떠났다. 이로 인해서 지역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지만 회사는 분사와 구조조정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2월23일, 24일, 27일 세 번에 걸쳐 사업 분할에 맞서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하는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이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19년 연속 무파업 사업장’ 기록을 세운 현대중공업에서 22년 만에 시행한 전면 파업이다.


박기수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 부장은 “이번 사업 분할은 첫째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 포섭작업이고 둘째 사업분할을 통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올 연초에 권오갑 부회장이 조선해양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에 대해 임금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안에 묶여 있으면 같은 임금을 적용받으니 분할을 통해 나머지 사업부문에 임금과 복지를 후퇴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때문에 고용불안문제와 임금저하문제까지도 포함되고 있다고 본다. 분사를 통한 직원들의 연쇄 이동, 또 직장을 잃은 분들이 타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인구유출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동구상권은 더 무너질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숙소로 쓰인 원룸 등이 비면서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 이번 분할분사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재벌들의 세습을 위해 이뤄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부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재벌의 경영승계에 죄 없는 노동자, 시민들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정당하게 세금 내고 주식 이관해서 경영승계를 해야 한다.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벌써 정규직만 3000명, 비정규직과 합하면 1만5000명, 2만명씩 동구를 떠났다. 조선산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경영승계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 분할 안건이 통과됐지만 금속노조, 계열 분리의 대표 피해자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탈울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노조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에서도 쏟아져 나왔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조선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성명서’를 채택하고 “현대중공업은 분사 및 이전 관련 구조조정 계획에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상의는 외환위기 극복의 1등 공신인 조선업은 지역경제의 든든한 기둥이라며 특히 세계 1위를 30년 넘게 지키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울산시민과 호흡한 우리의 자랑이자 생활터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이 저유가나 중국·일본과의 수주 경쟁으로 현재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고 그 과정에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울산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에 지역 상공인을 대표해 현대중공업이 분사하고자 하는 일부 사업장이 그동안 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울산의 기업환경 여건을 잘 활용해 다시 한 번 도약하도록 노와 사, 지역사회가 모두 힘을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며 이전을 재고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 권명호 동구청장을 비롯해 동구의회 의원 등 80여 명은 현대중공업의 분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삭발식을 단행했다. 사진=동구청

또 권명호 동구청장을 비롯해 동구의회 의원, 동구지역 시의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80여 명은 2월20일 현대중공업의 분사 및 탈울산을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삭발식을 단행했으며 2월24일에는 울산 동구주민들이 나서 동구 현대백화점 옆 분수대광장에서 회사의 분사계획과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동구주민 총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 2월24일 울산 동구 주민들이 나서 회사의 분사계획과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동구주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울산시당 위원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환노위원 일동 등도 2월27일 성명서를 냈다. 민주당은 “국민과 정부, 정치권 모두가 조선불황 탈출에 사력을 모으고 있고 지난해 1조6000억원이 넘는 흑자와 더불어 조선 수주가 회복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급박한 사유 없이 기업분할을 시도하는 것은 총수의 지배력 강화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편법이다”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김기현 울산시장을 비롯해 김종훈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이 나서 분사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2월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분할에 관한 안건이 통과됐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금속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주주총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전날 밤인 26일부터 밤샘 농성을 벌였지만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주총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장한 회사측 진행요원들에 관해 노조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4차례나 정회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진행요원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주총장 안팎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장내 질서유지를 위해 경찰이 투입됐고 강환구 사장은 주주들의 발언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오전 11시40분께 표결을 강행해 2개의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 독재적인 날치기 통과로 주주총회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투쟁을 예고하면서 노사 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글=신섬미 기자
사진=박기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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