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신흥강자‘PB상품’, 가성비 최고!

정혜원 / 기사승인 : 2017-03-08 09: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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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상품 열풍
▲ 한 대형마트에서 비슷한 맛의 음료가 다른 가격으로 위아래 나란히 배치돼 판매중이다. 위는 NB상품, 아래는 PB상품

경기불황 속에서도 PB상품 열풍이 불고 있다. 대형 소매업체 측에서 만든 자체브랜드 제품인 PB(Private brand)상품은 소위 말하는 ‘가성비 갑(申)’으로 불리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제조업체 브랜드인 NB(National brand)제품은 전국 어디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반면 PB상품은 해당 점포에서만 판매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백화점, 대형마트뿐 아니라 편의점까지 널리 확산돼 유통업계에선 이미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의 지갑 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PB상품에 대해 알아보자.


대형유통업체, 생활용품부터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품목 출시
가성비에 만족해… 혼밥족·1인가구 증가 등 사회현상도 반영
1위 상품에 묻어가기 전략, 제품 연구 개발 사기저하 불러와


◆ ‘억’소리 나는 효자상품
국내 PB상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다. 이후 이마트는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자사 식품 브랜드인 ‘피코크’를 통해 PB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의 대표적인 자체브랜드 피코크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1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6% 성장했다. 또 2015년 4월부터 이마트에서 전개하고 있는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가 있다. 노브랜드는 출시 당시 뚜껑 없는 변기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총 9개 상품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약 1000여 개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생활용품부터 가공식품, 전자제품까지 취급 범위가 상당히 넓다. 이에 ‘노브랜드’는 한 달 만에 매출 1억9000만원을 달성했으며 이후 1년 만에 월 매출 90억원의 성과, 2016년 9월 매출은 1000억원에 달한다.


또 다른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는 2001년 PB상품을 출시한 이래 현재 쌀·계란·후라이팬·복사지·세제 등 생필품을 비롯해 패션의류·잡화·소형가전 등 약 1만3000여 종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PB상품이 약 20~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대표적인 PB상품으로는 좋은상품 1A 우유와 좋은상품 샘물이 있다. 2008년부터 홈플러스는 간편조리식을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에 돌입해 현재 260여 가지에 달하는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1인가구를 겨냥한 프리미엄 간편식인 싱글즈 프라이드 100여 종을 출시했다. 시중 유명 맛집과 레스토랑 상품을 벤치마킹하면서 간편식 시장 확대를 위해 1차 소재의 브랜딩을 통한 제품개발, 로드샵 브랜드와 연계한 상품 개발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PB 상품의 인기는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대표 3사 CU, GS, 세븐일레븐은 각각 자체브랜드인 HEYROO, YOU US, 세븐을 만들었으며, 편의점 3사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매출별 10위권 품목 중 5가지가 PB상품이었다.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CU의 경우 1000여 종으로 28%, GS25는 1100여 종 36%나 된다. 이에 편의점 성장률 또한 덩달아 치솟고 있다.


2013년 1.2%에 불과했던 편의점 시장 성장률은 2014년 4.7%에 이어 지난해에는 11.4%로 급성장했다. 매출 규모 역시 2013년 12조8000억원에서 2014년 14조8000억원, 지난해 17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 PB상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이처럼 소비자들은 경기불황 속에서도 PB상품에는 관대한 편이다. 해당 점포에만 판매되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점포에 찾아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왜 그토록 PB상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질 좋은 상품을 값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및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PB상품 구매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기존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83.9%)’이었으며, PB상품 이용자 중 68.8%가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NB상품과 달리 PB상품은 마트 입점수수료 및 마케팅비용, 물류비 등이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A(35·남)씨는 “유제품을 많이 사먹는 편인데 기존에 먹던 브랜드 제품과 차이점을 느끼지 못해 상대적으로 값싼 PB제품을 많이 이용한다”며 “지금은 유제품뿐 아니라 다른 분류들도 거의 PB제품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식품 종업원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치킨의 경우 외부 브랜드 치킨보다 약 5000~80000원 가량 싼 값이지만 양도 많고 맛도 좋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이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도 상품브랜드를 떼고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포장 디자인도 노란색 배경에 검은 색 글씨로 간략한 상품명만 기입하는 것으로 통일했다. 불필요한 부분들은 과감히 제거해 비용을 절감하고 최저의 가격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다른 브랜드의 화장지보다 약 50% 저렴한 ‘한 겹 화장지’, 일반 건전지보다 용량을 향상시키고 가격을 약 60% 저렴하게 한 건전지, 약 20% 저렴한 기저귀 등 고성능이면서 저가인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 2015년 4월부터 이마트에서 전개하고 있는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No Brand)’

여기에 SNS의 입소문까지 더해지니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에서 자신의 제품을 한껏 꾸며 포장해 만든 광고보단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보고, 맛본 것들을 토대로 타 NB제품과 비교한 평가들이 더 신뢰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없었던 맛과 향으로 GS25의 버터갈릭맛팝콘은 출시 후 단기간에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홍라면과 오모리김치찌개 역시 고객들에게 새로운 맛과 품질을 제공함으로써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감자칩 역시 기존 과대 포장이 심한 감자 과자 제품과 맛은 똑같지만 양이 푸짐해 SNS에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PB 상품의 인기로 인해 인기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는 PB상품에 한해서 ‘00편의점에서 꼭 사야 되는 과자’ ‘00마트에서 장보기’ 등의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1인 가구와 혼밥(혼자 밥 먹는 행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PB상품 열풍에 한 몫 한다. 특히 이들에게 편의점은 거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1인이 혼자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음식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도시락’이 독보적이다.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도시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약 3000여 개 품목 중 매출 1위를 차지했으며, ‘CU 백종원 한판 도시락’은 매출 1위(담배 제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CU 매콤불고기 정식’과 ‘매콤 한입 돈가스&소시지 정식’이 10위 안에 들며, 매출 상위 10개 품목에 3가지 도시락이 들어갔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서도 지난해 전체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74.6% 증가해 역대 최고 성장 기록을 보였다.


◆ ‘베끼기 식’의 미투 상품은 NO
PB 상품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경제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만 불러온 것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유통업체에서 가성비 좋은 상품들이 끊임없이 출시되길 바라지만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PB상품이 대부분 ‘미투’ 상품에 의존하고 있어 자칫하다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상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미투(me too)는 ‘나도 똑같이’라는 뜻으로, 1위 브랜드나 인기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힘입어 자사 제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만든 제품을 말한다. 이는 시장에서 1위 브랜드의 독주를 견제함으로써 독점 형성을 막을 뿐만 아니라, 여러 업체 간의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시장 규모를 확대시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정당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나 연구 개발비를 거의 투입하지 않고, 신제품을 손쉽고 빠르게 만들어 선발 업체의 인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비도덕적인 상술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업체들의 연구 개발 의욕을 꺾고 힘써 개발한 브랜드가 미투상품에 밀려나거나 아예 시장이 붕괴되는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미투제품을 유사상품·유사제품이라고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베끼기 상품’ 이라고도 한다. 자체 개발로 성장하고 있는 PB상품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베끼기 식의 PB상품은 오히려 경제 활성화를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글·사진=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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