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가득한 텐만구의 봄, 봄, 봄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16-04-06 13: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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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곁에

화산이 만들어준 축복인 온천을 일본인들은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큰 관광지가 없는 일본으로서는 필연적인 선택일 터. 특히 벳푸시의 온천 용출량은 일본 1위이며 2800여 개 이상의 원천수에서 하루 분출되는 온천량은 13만7000㎘에 이른다. 규슈에는 다양한 종류의 온천이 산재해 있어 일본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도심을 둘러보는 건 매우 생경한 느낌이다.


회색 그림자 도시, 키츠키 성하마을의 적막감
수수한 남장원·화려한 다자이후 텐만구의 기억
한국보다 빨랐던 봄… 매화의 느낌은 같았을까


▲ 가마토 지옥 온천의 지옥 순례는 다양한 온천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 ‘가마토 지옥’에서 체험한 지옥순례
지옥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고 하는 ‘가마토 지옥’이다. 규슈의 지옥순례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높은 분기, 열탕 들이 분출되는 토지가 있어 사람들이 이곳을 지옥이라 부른 게 그 유래가 됐다. 담배를 든 할아버지가 담배연기를 온천수 쪽으로 ‘후~’하고 내뱉으면 온천이 부글부글 거린다. 오로지 담배 연기에만 반응하는 게 요상하기 그지없다.


가마토 지옥에는 진흙이 녹아있거나 푸른 코발트색을 띠고 100℃로 끓고 있는 뜨거운 온천도 있다. 한번 마실 때마다 10년씩 젊어진다는 온천수 앞에서 여러 잔 마시는 이들을 볼 수 있지만 딱 한 잔만 마시고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선택이 훨씬 낫다. 배가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발을 찜질하고 온천물에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지옥 순례는 9개의 다양한 온천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각 온천의 온도에 따라 색과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고 온도가 높을수록 하늘색을, 낮아질수록 주황색을 띠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온천달걀과 라무네 사이다를 함께 먹는 것도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 키츠키 성하마을의 지독한 요요
규슈의 작은 교토, 키츠키 성하마을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입구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무채색의 돌계단이 촤르륵 펼쳐진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에도시대 사무라이 무사들이 살았던 마을이다.


사무라이. 아시다시피 일본 봉건시대의 무사이고 그들 중에서 비교적 상층계급을 사무라이라고 불렀다. 우리 기억으론, 칼을 두개씩 차고 눈 꼬리가 하늘로 올라가며 영화에서 자극적인 할복으로 마지막 신을 마무리 하던 이들이 아닌가. 할복은 사무라이들이 사용한 자살 방법으로 지금은 제도적으로 사라졌지만 무인다운 명예로운 자살이라는 사상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키츠키 성하마을은 왠지 회색 그림자 도시 같다. 집들의 적막과 소음하나 들리지 않는 도심의 전경도 그렇다. 쓰레기 한 톨 없는 회색빛 거리를 걷다보면 따스한 인간미가 그리워진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세토 내해 (혼슈 섬과 시코쿠섬, 규슈 섬 사이의 좁은 바다)의 바닷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우리가 늘 봐왔던 일본의 컬러풀한 색감과 캐릭터들에 비해 일본의 전통 주거공간이 이토록 무채색인 점은 다시 봐도 놀랍다. 일본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뼛속깊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하지 않았던 비교와 관찰, 분석과 평가를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있지 뭔가. 오롯이 여행만을 하지 못한 사실을 고백한다.


▲ 남장원에는 전장 41m, 높이 11m, 무게 300톤인 청동 와불상이 누워있다.

# 청동와불상의 발바닥, 참배객 이어져
이상하리만치 남장원 뜰을 걷는 게 좋았다. 이곳은 일본 3대 영지순례의 한 곳이다. 원래 1899년도 와카야마현의 다카노야마에 있던 절이었는데 170년 전 에도말기 불교사찰의 폐지령 이후 30여 년의 탄원을 거쳐 현 위치에 새롭게 이전했다. 첫 느낌이 한적한 시골의 어느 암자와 같다. 화려하고 시끄러운 일본의 사찰과 달리 소박하고 정형적이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정이 가는 곳이다. 작은 연못과 숲속 정원, 누군가의 정성이 매달린 기도의 흔적들을 뒤로하고 끝까지 올라가면 남장원의 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청동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석가 열반상, 청동와불상이 턱하니 누워 있다. 이 와불상을 보려고 연간 120만명이 넘는 참배객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전장 41m, 높이 11m, 무게 300톤인 이 청동 와불상은 미얀마와 네팔에 어린이 구호활동 목적의 의약품, 문구류, 우유 등을 원조했던 일본에 대한 보답으로 미얀마 불교 회의에서 석가모니, 아난타, 목련불 등 세 부처님의 사리를 기증받았고 그 사리를 배알하기 위해 건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발바닥이 유명한데 남장원의 어느 주지스님이 와불상을 봉안한 날, 우연히 구매한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한다. 발바닥을 쓰다듬으면 복권에 당첨되거나 원하는 바를 이룬다는 소문 덕분에 내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청동 와불상의 표면도 세월에 바랜 흔적이 역력하다. 오색의 끈이 계속 눈에 띄었는데, 참배객이 소원을 비는 곳과 연결되어 끈을 통해 석가 열반상과 악수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하야시 주지의 조부 때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 청년들의 숙식을 돕다가 곤욕을 치른 곳이다. 2013년에는 지난 10여 년간 들어온 한국 동전을 모아 시주금을 보덕사의 삼중 스님께 기증하기도 해 한국과 인연이 깊은 절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름답게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렇게 봄, 다자이후 텐만구의 매화
다자이후 텐만구는 후쿠오카에 있는 신사로 헤이안시대의 학자이며 시인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신으로 모신 곳이다. 특히 교토의 기타노텐만구와 함께 전국 텐만구의 총본산지로 중국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 속을 헤치며 요란하고 화려한 텐만구를 향해 걷는 길은 그저 놀랍다. 신사로 향하는 길 양쪽이 상점으로 빼곡하고 북적대는 모양새가 남장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903년 생애를 마친 스가와라의 유해를 소달구지에 싣고 가던 중 소가 엎드려 움직이지 않게 되자, 그 자리에 유해를 매장했다. 입구의 소 동상 머리를 만지고 본인의 머리를 만지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 텐만구에는 196종, 6000그루 정도의 매화나무가 식재돼 있어 매화 명소로도 아주 유명하다.


본전 앞 매화나무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가 교토에서 좌천돼 이 땅에 왔을 때 교토에서 날라 왔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학문의 신을 모신 곳이라 입시철 합격 기원부적을 사거나 기도를 하기 위해 일본전역에서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이렇게 시끄러운 절은 사실 대한민국에서 본 적이 없어 약간은 문화적 충격을 안고 돌아간다. 텐만구의 스타벅스에는 하이 톤의 친절한 인사가 인상적이던 종업원이 상주하고 있고 그 깍듯함과 명랑함은 일본 여행의 이미지를 단박에 역전시킬 만큼 강렬했다. 텐만구의 봄은 한국보다 조금 빨랐다. 통도사의 매화만큼은 아니었지만 일본의 매화도 봄을 알리기 위해 제 한 몸 기꺼이 불사르는 듯 보였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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