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그리운 어느 날, 거제를 만나다

박해철 / 기사승인 : 2016-03-09 11: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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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드라이브 투어


▲ 가끔 고독해지고픈 순간, 섬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와 시원한 풍경을 담고 있는 거제도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상형문자인 한자는 사람(人)이라는 글자를 두 개의 막대가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즉 여럿이 사회를 이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동시에 가장 큰 위험을 수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고독해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저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에 오직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섬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와 시원한 풍경을 담고 있는 ‘거제도’로의 드라이브 여행을 추천한다.


고즈넉한 정취·시원한 풍경 담은 섬나라, 거제
바람의 언덕·신선대, 남해안 해양 관광의 보고
섬 속의 섬 ‘칠천도’에서 즐기는 또 다른 매력


시원·상쾌한 바닷내음 한가득
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가까운 곳, 거제도. 통영과 연결된 거제대교를 통해 갈수도 있고, 부산 가덕도와 연결돼 있는 거가대교를 통해서도 출입이 가능해 지리학적으로 봤을 때 육지라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나 거제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런 불순한 생각은 자연스레 증발해 버린다. 다만 거제도 특유의 고즈넉함을 확실하게 만끽하고 싶다면,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사서 드라이브에 나설 것을 권한다.


거제의 볼거리를 꼽자면 백이면 백, ‘바람의 언덕’을 으뜸으로 꼽는다. 바람의 언덕은 거제도 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 산업으로 유명한 거제는 북쪽에는 공업단지가, 남쪽에는 관광명소들이 가득하다. 거제로 가기 위한 출입로는 북쪽에 위치해 있어 거제의 핵심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해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중공업 단지를 30분 정도 지나, “섬에 무슨 산이 이렇게 많아?”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산을 마주하게 될 때 그 기다림은 황홀감으로 바뀐다. 거제 드라이브 여행의 주인공은 시원한 바닷내음을 한가득 품고 있는 산들이다.


차를 타고 산을 오르다 정상을 막 지날 무렵이면, 어느 순간 마법처럼 펼쳐진 풍경과 만나게 된다. 이때 차를 세우고서 미리 챙겨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오랜 세월 이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을 어느 바윗돌에 앉아 먼 수평선을 응시하며 그동안의 복잡했던 생각들을 정리해보자. 꽃샘추위로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지만 바람이 스치고 지날 때마다 나쁜 기억과 복잡한 생각을 하나씩 가져간다고 생각한다면, 10분이건 1시간이건 못 맞을 것도 없다.


사색을 즐기는 것보다 조금 익스트림한 활동을 선호한다면 따뜻한 봄에 오토바이를 타고서 꼬부랑 산길을 넘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봄바람을 맞으며 연속된 코너링을 통과한 후 펼쳐진 시원한 풍경을 맞이한다면 스트레스를 모아놓은 마음 한 구석을 세탁기에 ‘탈탈탈’ 돌린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신선도 반해 쉬어갔다는 ‘신선대’의 절경

신선도 반해 쉬어 간 아름다움
바람의 언덕 부근은 거제 관광의 핵심이다. 바람의 언덕 건너편에 위치한 신선대 전망대와 해금강을 빼고서는 거제를 여행했다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떠나 배까지 탄다는 건 너무나도 슬픈 일이었기에 아쉽게도 해금강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봄을 맞이한 바람의 언덕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를 뽐냈다.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이 자리하고 있는 도장포 작은 항구 오른편으로 펼쳐져 있는 언덕은 따스한 색을 머금은 잔디와 갈대들로 뒤덮여 있다. 더구나 꼭대기에서 언덕을 내려다보고 있는 풍차까지 더해져, 경남 거제가 아닌 지중해의 어느 도시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물론 화려함으로 따지자면 해금강이나 외도 보타니아에 미치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화려한 것만 있다면 과연 그것이 아름답다 할 수 있을까. 수수한 매력을 지닌 것이 존재하기에 화려함이 빛을 발하는 것이고 수수한 것 자체에도 그 나름의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아야한다. 바람의 언덕은 누구보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곳곳에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건너편의 산을 보니 겨우내 무채색이었던 나무들이 점점 푸르른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입춘이 지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정말 이제 봄인가 보다.


바람의 언덕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거제 8경에 꼽히는 신선대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해금강테마박물관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바다와 바위가 이리도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엄청난 절경이 펼쳐진다. 신선대라는 이름조차도, 신선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쉬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람의 언덕에서는 벤치에 앉아 탁 트인 광경을 눈에 담고만 있었다면 신선대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이곳저곳, 여기저기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신선대 아래쪽에는 조그만 몽돌해변도 펼쳐져 있어 연인끼리 소원을 빌려 몽돌로 탑을 쌓아보는 것도 좋다. 필자처럼 혼자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는 물수제비라는 좋은 놀이거리를 제공하니, 몽돌해변은 그 누구에게나 옳다.


칠천도의 고풍스런 카페, ‘슈만과 클라라’
당일치기로 떠난 거제 드라이브, 이제는 운전과 산책으로 지친 몸을 쉬게 할 때다. 아름다운 풍경을 품은 바다가 있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카페가 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슈만과 클라라’라는 독특한 이름을 지닌 한 카페를 찾았다. 거제도 북쪽의 칠천도라는 섬에 있는 이 카페는 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그릇과 잔들로 가득하다.


특히, 한쪽 벽에 크게 걸려있는 부부의 사진 속에서 부부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안주인이 테이블에 찾아와 주문을 받자 그들의 행복이 필자의 마음까지 퍼지는 듯했다.


슈만과 클라라는 행복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가르침을 선사한다. 일반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면 머그컵에 제공한다. 그러나 슈만과 클라라에서는 커피 잔에 정갈하게 담겨진 고고한 자태의 커피와 조우할 수 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은 기존의 알던 커피와는 확연히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더구나 카페 앞에 펼쳐진 섬마을의 풍경은 거제와는 또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잔잔한 물결과 쭉 뻗은 칠천교를 보고 있자면, 떨어지는 석양과 함께 여행으로 쌓인 피로까지 사라진다. 거제도는 클 거(巨), 도울 제(濟)라는 이름 뜻처럼 지친 현대인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힘을 주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글·사진=박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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