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바다를 따라 걷는 ‘블루로드’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16-02-24 11:24:32
  • -
  • +
  • 인쇄
겨울, 동해를 가다-영덕 여행
깊고 푸른, 영덕의 겨울바다 거친 파도의 텃세는 여행객들을 한순간 겸허하게 만든다. 영덕 삼사의 겨울바다는 놀랍도록 차가운 비명을 지르며 낯선 여행객을 맞았다.

곳곳에 대게의 위용이 하늘을 찌르는 영덕 강구항은 울산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울산 정자와 부산 기장에서만 대게를 먹다가 드디어 대게의 본고장 영덕으로 발을 내딛었다. 대게 가격은 훨씬 비쌌지만 영덕은 살이 쫀쫀한 대게만 먹고 내려올 도시가 결코 아니었다. 거칠고 깊은 푸른 바다를 가지고 있는 영덕의 겨울, 그 텃세에 여행객은 한순간 겸허해졌다.


삼사 바다산책길의 그림 같은 풍광 첫인사
‘대게누리공원~고래불’ 64.6km 도보길 펼쳐져
여행객에게 비싼 영덕 대게… 식감은 ‘인정’


▲ ‘대게누리공원~고래불 해수욕장’에 이르는 64.6km의 도보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거친 포말이 이는 파도를 원 없이 만날 수 있다.

# 여행객을 맞는 삼사 바다의 텃세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가 얼어붙을 만큼 추웠던 날, 바람은 지독하게, 파도는 거칠게 휘몰아쳤다. 춥다고 삼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거친 파도랑 어울리는 삼사 바다산책길은 바다 위를 걷는 기분마저 들었다. 파도가 돌돌 돌아 검은 바위를 쳐댔다. 거친 포말이 이는 파도를 정녕 오랜만에 마주했고, 바위에 얼어붙은 얼음덩이만이 그날의 날씨를 말해줬다.


7번 국도를 타고 울산에서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바다의 푸르름이 짙어지고 파도의 강도가 세지며 바람의 휘몰아침도 점점 강력해졌다. 삼사 바다산책길은 그렇게 거친 방식으로 낯선 여행객과 첫인사를 치렀지만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영덕의 바다를 향해 파도만큼 거친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질주했다.

#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할 블루로드
영덕 해맞이공원에 위치한 청포말 등대. 대게 집게발을 형상화한 청포말 등대가 푸른 동해 바다와 어우러져 있다. 빨간색은 등탑, 중간은 전망대, 아래층은 전망 데크로 짙푸른 동해바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이 청포말 등대는 영덕 블루로드 B코스의 시작이다.


영덕 블루로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 해파랑길 가운데 영덕구간만을 이르는 말이다. 영덕의 가장 남쪽인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과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까지 도보여행을 위한 64.6km의 해안길이다. A코스는 강구항-영덕해맞이공원, B코스는 영덕해맞이공원-축산항, C코스는 축산항-고래불해변, D코스는 화전해변-강구항에 이르는 코스다.
조금만 젊었다면 배낭을 메고 이 길을 홀로 걸었을 것이다. 바람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홀로 바다와 함께 타박타박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말했을 터이다.


# 바람의 절대 위용, 풍력발전단지
청포말 등대에서 급경사 진 언덕으로 차를 올리면 풍력발전단지로 가는 길이다. 도착한 날만 바람이 거세게 부는 줄 알았더니 이곳은 해안을 끼고 있어서 사계절 내내 바람이 분다고 한다.


이 풍력발전기는 16만6117㎡의 면적에 사업비 675억원을 들여 2005년 3월21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쪽 날개 길이가 무려 41m에 이르는 높이 약 80m의 발전기들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이채로운 풍경으로 영덕 관광에 한 몫하고 있다.


입구에는 캠핑장이 조성돼 있고, 별반산봉수대와 신재생에너지전시관, 해맞이축구장, 비행기전시장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총 24기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고 변전소 1동, 송전선로, 홍보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발전량은 연간 9만 6680MWh,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이는 영덕군민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블루로드를 따라 무작정 내려가면 크고 작은 항구들을 수시로 만나게 된다. 작은 항구의 정겨운 풍경들이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영덕의 푸르름에 잠시나마 바람맞은 마음을 내려놓는다. 항구에서 풍기던 싱싱한 바다냄새가 지금도 코끝을 감돈다.


# 담백한 대게, 가격대 매우 높아


강구항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대게전문점이 즐비하다. 랍스타와 대게 한 마리씩만 선택해도 가격대가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통닭 스무 마리의 가격을 한 번에 날릴 것인지 말 것인지는 온전히 여행객의 선택에 달려있다.


영덕대게의 가격이 매우 비싸서 홍게와 러시아산 대게를 섞어서 먹는 가족들이 많다. 맛집의 풀코스 차림은 울산 정자나 부산 기장과 다를 바 없지만 대게와 랍스타의 생생한 식감만큼은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영덕대게는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맛이 담백하다. 12월에서 3월까지 잡힌 것이 가장 살이 많고 맛이 있어 겨울에 영덕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대게라면으로 먹방의 화룡점정을 찍으면 영덕 주변의 깔끔한 펜션으로 발을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7번 국도를 타고 영덕까지 가면서 칠포, 장사, 고래불까지 장장 세 곳의 해수욕장을 거쳤다. 그 바람을 맞으며 원 없이 겨울 바다를 바라다보았다. 영덕의 블루로드는 왠지 차갑고 거세던, 춥고 허기졌던 청춘을 보던 느낌이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배낭을 메고 한번쯤 블루로드를 바람과 바다를 따라 홀연히 걸었을 것이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