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극한의 감동, 샤모니 에귀디미디의 겨울왕국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15-12-02 15:27:42
  • -
  • +
  • 인쇄
첫 유럽여행을 꿈꾸신다면 3-프랑스 ‘샤모니’&이탈리아 ‘피렌체’
▲ 에귀디미디의 겨울왕국 해발 3000m 지점에서 헛것을 본 줄 알았지만 그들은 사람이었다. 열을 지어 몽블랑으로 향하는 산 꾼들은 넘어지길 반복하면서도 천국을 향해 두발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짜릿한 쾌감이 3842m에서 느껴진다. 발이 쩌릿쩌릿해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 없다가 용기를 내어 난간까지 기대어 내려찍은 이 사진은 내 생애 최고의 높이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될 것 같다. 눈보라를 맞으며 찍었던 수십 컷은 지금 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곳은 겨울왕국이 펼쳐진 천국이었다.


맑은 계곡과 높은 설산의 절경, 동화 같은 마을
변하지 않는 연인들의 성지… 과거도시 ‘피렌체’


거대한 설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샤모니
파리에서 스위스 로잔으로 오는 길은 꽤나 길어서 더 많은 에스프레소가 필요했다. 스위스가 가까워질수록 드넓은 들판과 높은 산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 후 보게 될 샤모니라는 마을의 미지의 느낌 때문에 졸기를 멈췄다.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샤모니(Chamonix Mont-Blanc)는 몽블랑의 발치에 자리 잡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를 거쳐 버스로 이동해서 스위스 같지만 샤모니는 프랑스의 남동 끝에 위치하고 있다. 샤모니 계곡은 꼴데 발마(Col de Balme)에서 꼴데 보자(Col de Voza)까지 장장 23km에 걸쳐 길게 누워 있고 해발고도 1035m로 드넓은 초원과 깊은 숲, 맑은 계곡과 높은 설산을 가슴에 품고 있는 동화같은 마을이다.


도착하자마자 미트 퐁뒤와 만년설로 만든 빙하맥주로 속을 채운다. 퐁뒤와 맥주의 궁합은 찰떡이라 한잔을 걸신들린 듯이 마시고는 뜨거워진 볼을 식히러 마을을 걷는다. 레스토랑 바로 뒤편이 만년설이다. 마을까지 덮치지 않을까 걱정되면서도 고개를 들면 거대한 설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물컹한 감동이 밀려온다. 설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 케이블카가 덜커덩하고 흔들릴 때마다 같은 템포로 비명이 터지자 모두가 친구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공포감은 세계인의 공통점이다.

천국을 두 발로 걷는 몽블랑의 산꾼들
넉넉해진 배를 잡고 에귀디미디(Auguille Du midi)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발길을 재촉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산 몽블랑(4810m)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해발고도 3842m.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가면 느낌이 어떨까. 생각과 동시에 케이블카가 덜커덩 하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공포감은 세계인의 공통점이 아닐까.


케이블카가 흔들릴 때마다 같은 템포로 비명이 터지자 모두가 친구처럼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조금씩 내려다본 밖은 샤모니를 그야말로 파노라마로 보는 것처럼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케이블카를 갈아타는 플랑드에귀(Plan de L'Aiguille 2317m) 정거장에는 내려서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정거장을 지나치면 서서히 만년설이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고, 열을 지어 몽블랑으로 향하는 산 꾼들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헛것을 본 줄 알았지만 그들은 사람이다. 눈부신 천국을 두 발로 걷는 사람들이다.


▲ 해발 3842m에 꼭대기. 생애 최고의 높이에서 건져 올린 놀라운 사진을 찍는다. 나무 난간에 몸을 기대고 아래로 카메라를 향한 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려올 때의 공포에 대비해 겸손해야
그들을 아래로 하고 더 높은 곳으로 이렇게 올라가면 진짜 겨울왕국을 만날 수 있다. 케이블카를 내리자 차디찬 얼음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충격적인 장관이 발아래 펼쳐지는데 경악과 공포가 뒤섞인 묘한 탄성이 터진다. 이것은 정말 무서울 때 나는 소리이며 태초의 공포 같은 것이다. 그래도 얼마나 멋있던지. 얼마나 대단하던지. 몇 번을 눈을 부비고, 얼음바람을 맞는다.


전망대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3842m에 꼭대기에 이렇게 도착하고 이곳에서 생애 최고의 높이에서 건져 올린 놀라운 사진을 찍는다. 다시는 오지 못할 이곳에 대한 애착이 격렬한 이유다. 그러니까 불과 허리까지도 오지 않는 나무 난간에 몸을 기대고 아래로 카메라를 향한 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셔터를 눌러야 한다.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3842m 만년설 빙하 낭떠러지로 골로 가는 거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잠시 미쳐있었던 것 같다. 내려올 때는 이제 알아서 더 무섭다. 내려올 때의 공포를 대비해서 올라갈 때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 에귀디미디도 인생도 똑같다.


▲ 600년 전의 주소를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도 집이 그대로 있다는 도시, 피렌체는 언제나 잃어버린 과거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600년 전의 주소가 그대로인 피렌체
샤모니의 감동적인 설경을 뒤로하고 이탈리아 피렌체로 향한다. 연인들의 성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준세이와 아오이의 사랑이 있는 곳, 비 오는 피렌체를 걷는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 본 피렌체의 전경은 영화에서 보았던 어느 장면과 흡사하다. 아니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600년 전의 주소를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도 집이 그대로 있다는 도시, 이곳은 언제나 잃어버린 과거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20년 뒤 다시 온다 해도 그대로 있을 것만 같다. 골목길 모퉁이 어디선가 준세이의 자전거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우아한 두오모 성당을 쳐다보면 준세이와 아오이가 다시 만났을 때 울리기 시작한 성당의 종소리가 뎅뎅뎅 울리는 것만 같다. 아르노 강이 흐르고 있는 도심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피렌체의 전설, 단테의 생가. 그의 흉상 앞에서 역사적인 사진도 찍고 베아트리체도 한번 떠올려본다. 사랑의 깊이는 어쩌면 만남의 횟수가 아니라 그리움의 정도에 비례하는 게 아닐까. 켜켜이 쌓인 그리움은 단테에게 무수히 많은 영감을 던져 주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단테의 생가를 지나 시뇨리아 광장으로 나간다. 광장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것이 피렌체 시청사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이다. 높은 창문과 돌출된 발코니는 마치 요새 같은 느낌을 준다. 1450년경 점차 피렌체 시정에 영향력이 커지게 된 메디치 가(Medici family)가 재정비 했고 1500년대 중반에는 피렌체의 통치자가 된 메디치 가의 궁전으로 쓰이기에 알맞도록 탈바꿈 했다. 베키오 궁전 입구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모조품이 있다.


5m가 넘는 거대한 대리석을 3년 만에 5.17m로 완성한 것이다. 탄탄한 근육과 강한 인상은 뭔가 다음 자세를 취할 것만 같이 역동적이다. 이곳에는 코시모 메디치의 청동 기마상, 다비드와 헤라클레스 그리고 다양한 조각품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야외박물관을 신나게 누비고 다니는 느낌이 든다.


특히 넵투누스 분수의 해신은 엉덩이와 등짝이 정말이지 예술이다. 신들의 모습은 인간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이 아닐 수 없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렌체를 걷다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 든다. 시계는 21세기를 가리키고 있는데 마치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래서 그곳을 걷고 있노라면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유럽여행에서 피렌체를 꼭 둘러봐야 하는 아름다운 이유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