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의 천국 오사카, 왜 하루에 세끼만 먹어야 하는가?

박해철 / 기사승인 : 2015-09-16 17:05:29
  • -
  • +
  • 인쇄
오사카 도톤보리 식도락 여행

삼시세끼, 사람은 왜 하루에 세끼만 먹어야 하는가? 오사카 여행은 나에게 문득 이런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타코야끼, 오코노미야끼, 스시, 라멘 등 먹을거리가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하루를 세끼만으로 보낼 수 있으랴. 그래서 먹었다. 쉴 새 없이 먹고 또 먹었다.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벌어진 기자의 위(胃)와 일본 음식 간의 치열한 혈투의 현장을 소개한다.


어느 가게하나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먹거리의 천국
혼자 밥 먹는 걸 두려워말자, 일본에선 그게 일상이다
밥과 함께, 일본 맥주와 사케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일본 음식에 대한 로망과 갈증
무더위가 계속 되던 8월의 어느 날, 불지옥의 무더위로 유명한 오사카로 휴가를 떠났다. 더 더운 나라로의 휴가, 모두가 만류했지만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일본 음식에 대한 갈증을 꼭 풀고 싶었다. 어린 시절 농심 ‘생생우동’의 지독한 오타쿠였다. 금요일 저녁 KBS VJ특공대에서 우동의 본고장인 일본을 소개할 때면 각양각색의 우동들이 등장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생각했다. “생생우동마저 이렇게나 맛있는데, 일본의 우동을 비롯한 다른 음식들은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까?” 그래서 다짐했다. 훗날 꼭 일본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진정한 미미(美味)를 맛보겠다고 말이다.


혼자서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라 두렵기도 했지만 일단 떠났다. 애인도 없는 나에게 더 이상 잃을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아침엔 역시 얼큰한 라멘이지
그렇게 찾게 된 식도락 여행의 성지 오사카 도톤보리, 오전 10시경부터 그 여정이 시작됐다. 도톤보리의 대다수 가게들은 여느 가게와 마찬가지로 점심부터 운영을 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예외는 있는 법, 타코야끼와 같은 길거리 음식들은 아침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곳이 많고 라멘집들은 24시간 운영을 하는 곳이 종종 있다. 그래서 아침으로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일본식 라멘을 먹기로 결정했다.


일본에서 밥을 먹으며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혼자 밥을 먹기 편한 문화였다. 식당 구조부터 선술집 구조를 갖추고 있는 곳이 많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뿐더러, 일본 사람들 역시 혼자 먹는 문화가 익숙해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치란라멘’은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완벽한 가게다. 일반 테이블 석도 있지만 2층으로 올라가면 흡사 독서실과 같은 곳이 나온다. 오로지 라면에만 집중할 수 있게 좌석마다 칸막이가 쳐져있고 책상이라고 불러야 될 것만 같은 테이블 위에는 개인용 정수기까지 심플한 디자인으로 달려있다.


이곳의 라멘은 790엔짜리 라멘 하나뿐이다. 대신 면의 강도부터 국물의 농도, 매운 정도, 고명까지 모두 개인의 취향대로 선택이 가능하다. 마늘과 파 그리고 이 가게만의 비법 소스의 양은 선택이 가능하며 기준량 이상의 고명이나 차슈와 같은 고명을 더 주문하길 원한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마늘, 파와 비법소스를 최대치로 넣은 얼큰한 라멘을 칸막이로 구분된 나만의 공간에서 먹는 느낌이란 비 오는 날 거실에 누워 TV를 보면서 얼큰한 짬뽕을 시켜먹는 것보다 더욱 짜릿했다. 또한 얼큰·시원한 국물은 공기밥을 추가해 먹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오사카의 명물, ‘쿠사카츠 다루마’
라멘과의 1차전을 치르고 찾은 곳은 라멘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꼬치튀김 전문점 ‘원조 쿠사카츠 다루마’였다. 오사카 명물인 이 가게는 이미 일본 내에서 많은 체인점을 거느리고 서울에도 일부 진출해 있는 유명 체인점이다.


앞서 말했던 일본에서 밥 먹을 때 좋은 점 그 두 번째를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어느 가게건 기본적으로 맥주와 사케 등 주류를 판매한다는 점이다. 라멘집에서도 술을 판매했지만 아침에는 술을 먹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신념을 꺾을 수 없었기에 정오인 지금, 맥주 한 잔과 함께 꼬치 튀김을 주문했다.


혹시나 오사카 여행 중 이곳에 들릴 예정이라면 가게가 오픈하기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이 좋다.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 사람에게도 인기가 좋기 때문에 오픈 30~40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 먹방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눈 돌리는 곳마다 맛집이 가득한 먹거리의 천국 ‘오사카’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튀김 속 재료의 본연의 맛을 완벽하게 살려내기 때문이다. 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시키진 못했지만 이곳에서 먹었던 돈가스, 새우, 문어, 가리비 튀김의 식감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입이 기억하고 있다. 튀김과 함께 보기만 해도 시원한 스테인리스 잔에 담긴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입안, 맥주 바다에서 각종 고기와 해산물들이 뛰노는 듯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쿠사카츠 다루마’만의 독특한 점은 양배추와 수제 돈가스 소스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튀김을 양배추, 새콤달콤한 소스와 곁들여 더욱 환상적인 맥주 안주를 완성시킨다. 양배추는 무제한으로 제공되니 원하는 만큼 추가로 주문해도 된다. 단 돈가스 소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입에 댔던 음식을 소스 통에 넣어 찍어먹는 것은 금물이다. 국자나 양배추를 이용해 개인 접시에 덜어먹는 매너를 지키자.


아점과 점심을 연달아 먹고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스타벅스 도톤보리점에 들어가 잠시 폭염을 피해 센치하게 창밖을 보며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식도락의 성지 오사카는 스타벅스 마저도 색달랐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서점과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더불어 일본 서점만의 독특한 감성도 느낄 수 있다. 여행 중 더위를 피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도톤보리 거리의 시작점에 위치한 스타벅스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본에서 가장 일본스러운 ‘타코우메 혼텐’
어스름이 내릴 무렵 도톤보리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을 맥주와 함께 했다면 마지막 식도락은 가장 일본스러운 주점에서 일본의 술, 사케로 끝맺음하고 싶은 마음에 1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뎅 전문점을 찾았다.


창업 후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이 맛을 지켜오고 있는 ‘타코우메 혼텐’은 30여 개의 메뉴가 있으며 어느 것을 시켜먹어도 실망하지 않을 만큼 확실한 맛을 보장한다. 가쓰오부시와 수십 가지 재료로 우려낸 육수 속에서 익혀진 오뎅, 무, 곤약, 고래고기, 문어 등 다양한 재료들이 국물을 살짝 얹어 겨자소스와 함께 나오는데 진하고 달콤한 육수와 어우러진 톡 쏘는 맛은 절로 술잔을 기울이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예스러운 카운터 모습과 사장님과 종업원의 오사카식 유머 때문이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필자에게도 어수룩한 영어와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맛은 어떤지, 일본에 와본 적은 있는지, 한국어로 덥다는 말은 무엇인지 등 마치 사장님과 함께 술자리를 갖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홀로 여행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 말을 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친근한 사장님 덕분에 즐겁게 도톤보리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인사를 하고서 가게를 나오려는데 ‘타코우메 혼텐’ 사장님은 서툰 말솜씨로 “다음에 또 만나요”라며 배웅했다. 조금은 서툰 한국말이 더욱 더 가슴 속에 가까이 와 닿았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한국으로 돌아가 일본어를 공부해서 다시 한 번 오사카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언어능력이 조금의 의사소통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만 됐더라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까”라는 고민 속에서 살아간다. 올 여름 휴가에도 여행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집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보낸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할까 말까’ 망설여 질 때는 일단 하고 보는 것이 맞다. 안 해보고 후회를 하나, 실패해보고 후회를 하나 다를 것은 없다. 다만 일단 해보면 최소한 미련은 남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길거리를 지나가다 자신의 이상형에 꼭 맞는 사람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그 때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고 퇴짜를 맞는 것과 그냥 지나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혼자 떠나는 또는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이라고 겁먹지 말자. 일단 떠나자.


글·사진=박해철 기자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