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굴사 템플스테이’, 비움의 미학으로 참된 나를 만나다

이서정 / 기사승인 : 2015-08-19 16: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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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굴사는 현재 전국 각지의 수많은 참배객들이 마음을 닦는 공부 및 선무도를 수련하기 위해 찾아온다.
원효성사의 마지막 열반지,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 골굴사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로 진정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전국 각지 연간 3만명 이상의 참배객들이 찾는 기도 도량

누군가 들고 있는 가방이 명품인지, 짝퉁인지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소나기가 내릴 때 비를 피하려 가방으로 머릴 가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방이 젖을 새라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의 가방은 진품이라는 논리였다. 필요로 해 구입하지만, 때로는 그것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고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얽혀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채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지금껏 달려왔다면 2015년 하반기부터는 마음을 비워보고 싶었다. 행복은 채움으로 얻어야하는지, 비움으로 얻어야하는지 잠시 헷갈렸지만 우선 비워야 무엇이든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1500년 신라의 향기가 물씬 베어나는 곳
울산에서 1시간 거리(승용차 기준)에 위치한 골굴사를 향해 신나게 달렸다. 사무실의 전화 벨소리만 듣다가 8월의 푸른 잎사귀들을 마주하니 청정자연과 한 발짝 가까워진 느낌이다. 관성해수욕장을 끼고 달렸더니 그야말로 가슴이 탁 트였고 맑은 바다의 기운이 내 몸속,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어느덧 경북을 알리는 비석이 보였다. 신라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국내 유일의 석굴 사원, 골굴사에 도착했고 드디어 화려한 단청과 아름다운 기와지붕이 보인다. 골굴사는 원효대사의 마지막 열반지로 알려져 있다. 신라의 호국불교정신과 원효성사의 정토사상을 계승했고 예부터 많은 문헌에서 아미타여래불의 이적이 많이 행해졌던 기도 성취 도량이였으며, 신라시대 불교문화가 번창하던 6세기경, 서역에서 온 광유성인 일행이 응회암 절벽에 마래여불과 12처 천생석굴에 강을 조성해 법당과 요사로 사용했다고 한다. 본래는 인근 주민들의 기도처였으나 근래에는 교통의 불편을 느끼고 퇴락해 가던 중, 전 기림사 주지스님으로 인해 도로를 개설하게 됐다. 요사를 증개축 복원해 지금의 골굴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함월산 불교유적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 신라 화랑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선무도는 불교의 전통수행법으로 누구나 쉽게 배워 익힐 수 있다.

이국만리에서 넘어온 외국인들의 ‘템플 라이프’
산사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도 한껏 들여 마시고 싶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 전쟁을 치러야하는 직장인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비웃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전국 각지의 수많은 참배객들이 번잡한 일상과 도시를 떠나 골굴사에서 마음을 닦는 공부를 하기 위해 찾아온다. 지친 심신을 달래러 오거나 일상의 나른함 혹은 인생의 허무함을 벗어나려 방문하는 이들을 포함해 연간 3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 세계적인 사찰로 거듭난 이유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덕분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골굴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며, 사찰 문화체험과 선무도(명상, 무술, 요가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 수행법) 수련을 통해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다. 멀리서 외국인이 다가오더니, 처음 본 내게 인사말 대신 합장을 대신하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지만, 나도 따라 합장하며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 전통무용 대가의 안무와 오랜 수행경력의 선무도 시연단이 이끄는 전문공연단으로 화~일요일 오전 11시30분, 오후 3시30분 골굴사 상설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각종 질병·증후군에 탁월, '내 몸에 보약, 선무도'
아침 8시30분, 선무도 오전수련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선무도는 일종의 수행법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각종 질병과 증후군을 정화시키는 정화조 역할을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을 벗어나,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규칙적인 사찰 생활을 통해 치유하고 바른 습관과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으로 선무도의 장점은 두뇌발달과 신체의 균형적인 발달을 돕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알맞은 운동이다. 또한 집중력과 기억력 및 순발력도 향상시켜준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비만, 변비,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고 약체질의 개선으로 체력을 강화시켜 스트레스와 육체피로를 풀어주기도 한다. 먼저 양말을 벗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간단한 준비운동을 시작했고 곧 수련에 몰입했다. 코끝에 바람이 들어가도록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어느덧 머리부터 맑아지는 기운을 감지한다. 학생들의 자세를 매섭게 보던 선생님은 자세가 올바르지 않은 학생에게 다가가 1:1 맞춤 강의를 선보였고 교정한 자세로 흐트러지지 않게 정신을 집중시켰다. 오전 수련을 마친 후에는 외부로 나가 바깥공기를 들이키며 복습이 이뤄졌다. 이곳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이들 찾아오지만 방학인지라 유독 10~20대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아울러 최근에는 기업 연수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각광받고 있다. 연수를 통한 직원들의 업무효율 향상과 자기 개발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데도 크게 일조하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사원들이 불편하지 않게끔 이용객 편의에 맞는 현대실 건물과 이용공간이 갖춰져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흥미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단체의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 할 수도 있으므로 단체 연수와 체험에도 안성맞춤이다.
▲ 선문화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차담으로 오후를 시작한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차담으로 시작하는 오후
오전수련을 마칠 때 쯤, 선문화관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자리 앞에는 소담한 찻잔에 보리차가 담겼고 모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온 클레어(33) 씨는 골굴사만 세 번째 방문이다. 선무도를 알고부터 한국에 관심을 가졌고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맑아지는 머리와 건강해지는 기분이 선무도의 매력이라며 웃으며 말한다. 대구가 고향인 전재우(11)군은 부모님의 권유로 템플스테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다. 골굴사에 온 뒤로 가장 큰 변화는 규칙적인 생활 덕에 체중감량에 성공했고 채식위주의 식습관으로 몸이 가벼워졌다. 재우 군은 다음 방학에도 골굴사를 방문하고 싶다며 미소로 답했다. 골굴사 템플스테이는 성인 뿐 아니라 초등생들도 수련을 위해 자주 찾는곳이다. 지난 24년간 운영해온 청소년 화랑수련회는 분야별로 전공한 전문 지도자들이 인성 교육을 가르치고 미술과 음악을 통해 자아찾기를 돕는 등 명상을 통해 심신의 조화와 정서안정에도 크게 기여하며, 선무도 수련과 승마, 국궁을 통한 신체 단력까지 키우고 있다. 단체생활을 통해 사회성을 강화하고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이 눈여겨봐야 할 캠프로 자리잡았다.

템플스테이에 대해 무지했기에 스님은 친절하게 사찰 예절을 설명해주셨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그곳에서 지켜야 할 덕목이다. 합장하는 법과 부처님께 인사드리는 법 등 오롯이 이곳에 집중을 하다 보니 평소 스마트폰을 달고 살던 손은 이미 심심함을 잊은 지 오래다. 회사에서 퇴근함과 동시에 잠드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 숲속 공기를 마주 했던 게 언제인가. 살 속으로 스며드는 아침 바람이 소매로 스며들자 지붕 추녀 끝에 달린 물고기 종이 댕그랑하고 울린다. 포롱거리는 산새들의 몸짓과 멀리서 새어나오는 스님의 목탁소리, 바쁘고 지친 직장인들을 토닥이는 위로처럼 들렸다.
 


글=이서정 기자
사진=박기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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