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신들의 놀이터, 8월의 화양연화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15-08-12 14: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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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댐 생태습지
‘한 여름의 초록물결’ 수생식물과 연꽃이 절정인 회야댐 생태습지는 한 여름이 되어서야 인간에게 곁을 내주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8월, 회야댐 생태습지는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이다. 산천이 초록이라 눈이 부셔 아름답고, 걷다가 눈을 돌리면 이름 모를 수생식물의 몸짓이 절정에 달했다. 인간과 자연의 코드는 순행하는 듯 하면서도 이렇게 거침없이 역행하기도 한다. 더위의 절정에야 회야댐은 우리에게 곁을 내주었다. 작열하는 더위에 비올 듯이 땀을 흘리면서도 겸손함을 탑재한 자만이 회야댐 생태습지를 돌아볼 수 있다. 그곳은 신의 영역이다. 잘 모르시겠지만 필자는 20대에 41℃ 멜버른 숙소 옥상에서 메론을 까먹었으며 30대에 38℃의 태국 에메랄드 사원을 핫팬츠 하나로 버텼다. 불혹을 넘어 37℃의 베트남 띠톱섬 전망대를 올라갔다온 사람이다. 35℃의 회야댐은 아주 준수한 편에 속했다. 게다가 숲 바람과 나무그늘은 땀을 토닥이고도 남았다.


수생식물과 연꽃의 절정, 더위도 못 막는 비경
깊게 우거진 수림의 노래, 생생한 생태의 보고
상수도 보호구역… 탐방 시 유의사항 기억해야


# 365일 중 딱 한 달만 개방되는 철문
아주 잠깐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네비게이션 그녀의 말을 놓쳤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울산에서 웅촌 방향으로 몇 십 미터만 직진하면 웅촌 입구에서 유턴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이내 회야댐으로 향하는 정겨운 길로 들어선다. 늦지 않았음에도 선택된 50명 중 일부가 태양 아래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365일 중 딱 한 달간만 개방되는 철문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온 이들이 다함께 신의 영역에 발을 디딘다.


▲ 회야댐 생태습지를 지키고 있는 자암서원의 고즈넉한 모습.

7월20일부터 8월20일까지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회야댐 생태습지를 ‘생태 탐방장’으로 시민에게 개방한다. 그것도 하루에 100명, 오전·오후로 한정하고 인터넷이나 전화로 미리 신청해야 돌아볼 수 있다. 왜 여름인가. 수생식물의 성장과 연꽃이 개화하는 시기에 맞춘 것이다. 회야댐은 울산의 주 식수원이다. 이곳은 2012년 전국 최초로 개방됐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보니 자연과 수질보호를 위해 지켜할 사항들이 꽤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곳을 돌아보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 이름 불러주면 고개 드는 수생식물들
동국대학교 장황래 교수가 생태해설사로 나섰다. 자암서원을 비롯해 수생식물과 습지의 숨겨진 내력까지 수없이 많은, 자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유쾌한 설명으로 풀어놓는다. 그냥 지나쳤다면 결코 불러보지 못했을 이름들이 나의 입을 통해 불려졌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단 하나의 의미가 됐다.


▲ 수령이 오래된 모과나무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깊은 수림의 맛을 배가시켰다.

나는 아바타의 밀림 속에서나 보았던 거대한 모과나무의 카리스마를 보았으며 예쁜 사루비아 꽃도 어루만졌다. 붉나무와 개싸리라는 식물도 처음 인지하게 됐으며 이름만 들어도 슬픈 상사화와 어름의 존재도 알게됐다. 칡 사이로 외로이 서 있는 시누대와 떡갈나무, 밤나무 옆의 개망초도 조용히 그 이름을 불러줬다. 자암서원의 애교있는 강아지풀에게는 윙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외에도 갈대와 부들, 물냉이, 부처꽃, 도루박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생 식물들이 나에게 어서 오라 인사를 했다. 신들의 놀이터에서 신들과 함께 놀았을 아이들이 내게 놀자고 손짓을 하니 가슴이 벅차지 않을 수 있을까.


# 수림 우거진 곳, 놀라운 수질정화 효과
회야댐 인공습지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인 수생식물의 정화기능을 통해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 최대 59.1%, COD(화학적산소요구량) 46.8%, 총질소(T-N) 37.0%, 총인(T-P) 15.2%까지 제거하는 놀라운 수질정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약 5만㎡의 연꽃과 12만3000㎡ 부들·갈대 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약간의 현기증이 더위 때문인지, 눈부신 장관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 회야댐 인공습지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인 수생식물의 정화기능을 통해 회야댐 식수의 놀라운 수질정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여름이면 약 5만㎡의 연꽃과 12만3000㎡ 부들·갈대 등이 장관을 이룬다.

울주군 통천 초소에서 인공습지까지 왕복 4.6km 구간을 도보로 이동하는 이 코스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수림이 우거진 독특한 자연환경과 옛 통천마을의 변모된 모습, 수질정화를 위해 조성된 인공습지 등을 2시간여에 걸쳐 둘러볼 수 있다. 수림이 깊이 우거진 곳이라 독초나 독벌레도 있을 수 있고, 뱀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지앙지앙’ 울고 있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뚜벅뚜벅 걷노라면 그깟 뱀 좀 물리면 어떠한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 느려도 닦달하지 않는 자연의 존재
습지의 연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2~3일 안에 경주나 딴 곳처럼 활짝 피게 할 수도 있단다. 하지만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 늦으면 늦는 대로 안 피면 안 피는 대로 그저 놓아둔다. 작열하는 태양도, 구름도, 바람도 닦달하지 않는다. 태양이 햇살을 마구 퍼부어대도 연꽃 길을 일렬로 거니는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탐방 코스는 군데군데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고 탐방객을 위해 생태습지에서 재배해 가공한 시원한 연잎차와 연근차도 무료로 제공된다. 집에 올 때는 연잎차, 쿨토시, 커다란 부채까지 선물로 안겨주니 땀 흘려 비경을 보고 오는 기쁨에 소소한 선물은 덤이다.


▲ 대자연이 인간에게 곁을 내주었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8월20일까지 회야댐 생태습지를 보지 못한다면 당신은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철문이 우리에게 개방될 때까지.

신의 놀이터인 이곳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속세에 물들지는 않을까. 적이 염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자연이 인간에게 곁을 내주었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들의 놀이터에서 너희 인간의 미약함을 느끼라. 이 한 더위에 교만과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신의 울림이 충분히 와 닿고도 남는다. 그리곤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한여름의 어느 날, 회야댐 생태습지를 보고 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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