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가면 뒤에 눈물을 감추다

김지은 / 기사승인 : 2015-01-29 12: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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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소비자 권리 의식
▲ 감정노동자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시 되는 노동의 특성을 지닌 서비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업무형태에서 많이 나타난다.

#영화관에서 일하는 박모 씨는 쿠키영상을 다른 영화로 착각한 손님이 관을 빠져나와 서성이다 영화 앞부분을 못 봤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손님은 영화가 끝나자 모든 관객들을 선동해 환불 요청을 하는 바람에 60여 명의 표를 환불해 줘 대기자가 밀리는 등 업무가 차질이 생겼었다고 한다.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이모 씨는 마트 안에 안내하는 직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셔 업무를 하고 있는 자신을 찾아와 “내가 원하는 물건 알려 줄 테니, 찾아 와”라며 소리치는 고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물건을 찾아 주니, 고객은 돈을 던지며 계산을 하고 나가버렸다고 한다.


#대리운전 콜센터 직원 김모 씨는 고객의 근처에 있는 대리기사를 연결시켜주는 일을 했다. 그래서 고객에게 전화가 와도 기사가 근처 지역에 없으면 연결을 못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화를 냈다고 한다. “내가 돈 벌게 해주는 것 아니냐, 당장 기사 불러라”며 소통과 함께 욕을 내뱉는다고 한다.


‘고객이 왕이다’라는 말은 매우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왕’이라는 생각을 가진 고객으로 인한 부당한 일들이 주위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고객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눈물 마를 날이 없다. 그 예로 최근 부천의 한 백화점에서 주차요원에게 VIP고객인 모녀가 무릎을 꿇리게 한 ‘백화점 모녀 갑질 사건’을 들 수 있다. 사회를 뜨겁게 하고 있는 ‘갑질’ 논란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시 되는 서비스업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비롯한질병에 노출
감정노동자 보호할 법적 근거 마련돼야


관리된 심장을 가진 감정노동자
감정노동자는 말투나 표정, 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직무의 한 부분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감정노동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에 기초한 경제로 전환됨으로써 등장했다. 물건, 제품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시 되는 노동의 특성을 지닌 서비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업무형태에서 많이 나타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군에는 음식서비스 관련직, 영업 및 판매 관련직, 미용·숙박·여행·오락·스포츠 관련직,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 보건·의료 관련직, 경비 및 청소 관련직, 금융·보험 관련직, 경영·회계 사무 관련직 등이 있다.


감정노동은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하고 타인이 원하는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대인관계 능력과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또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일수록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반면, 직무와 관련된 독립성은 높지 않다.


스마일 가면 뒤에 숨겨진 질병
감정노동은 고객을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미소를 잃지 않도록 판매해야 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을 야기한다.


감정노동을 장기적으로 수행한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돼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을 비롯한 질병에 노출돼 있다.


▲ 대리운전 콜센터에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업무특성상 취객을 상대하다보니 폭언과 욕설을 듣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마일마스크 증후군은 우울한 기분이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의학 용어로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식욕이 감퇴되거나 매사에 재미가 없고 의욕이 떨어지며, 피로감·불면증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억누르게 되면 우울증, 불면증, 만성피로, 소화계통 불량, 가슴 두근거림 등의 질환을 가지게 된다. 특히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이나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


또 감정노동자들은 장시간 동안 서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업이 대부분이므로 허리·목통증 및 관절염, 방광염, 두통, 하지정맥류 등의 신체적 질환들의 위험도 따른다.


이들을 보호할 법률 개정 시급
현재 국내에는 약 600만명의 감정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감정노동 수행 일자리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소득 증가에 따라 면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서비스 관련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일자리 증가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을 보호할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감정노동 수행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감정노동으로 인한 폐해를 산업재해의 범주에 포함하고, 감정노동에 관한 정부의 책무를 명시하는 법률개정이 마련돼야 한다.


또 감정노동에 대한 교육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감정노동을 체험할 기회를 갖도록 중·고등학교 단계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직업 체험을 의무화하고 다양한 직업 체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확대 발전에 따라 다수의 직업인이 감정노동에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직업교육과 훈련과정에 감정노동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내용을 필수적으로 넣어야 할 것이다.


돈만 내면 다 된다는 우리 사회의 빗나간 ‘소비자 권리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감정노동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올바른 소비문화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갑의 입장보다는 친절은 함께 베풀어야 하는것이 매너라는 점을 기억하고 ‘올바른 소비자, 친절한 노동자’로 거듭나야 한다.

글·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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