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물결치는 은빛 장관 속으로

이민영 / 기사승인 : 2014-10-01 15: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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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억새군락지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가을은 단풍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좋아 산행객들이 부쩍 늘어나는 계절이다. 또 가을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단풍 못지않게 설렘을 주는 존재가 바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억새밭이다. 산 능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져 바람에 흩날리듯 춤추는 억새밭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즐거움이 샘솟는다. 이처럼 풍광을 보고,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은 감히 인간에게만 주어진 선물이 아닐까. 그런데 꼭 산을 올라야만 억새밭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억새는 산뿐만 아니라 들에서도 피기 때문에 먼 걸음을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다. 억새꽃이 한창인 태화강 억새군락지를 찾아가 봤다.


명촌 일대 12만6055㎡ 규모 억새군락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조성돼 이동 편리
철새 서식지로도 가치 높아… 훼손 주의


억새를 꼭 빼닮은 꽃말 네 가지
억새의 꽃말에는 친절, 세력, 활력, 은퇴 등이 있다고 한다. 사실 꽃말은 국가나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굳이 그 의미에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겠지만, 억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앞에 나열한 네 가지 꽃말은 나름 타당하다 싶다.
바람이 세게 불면 세게 부는 대로, 약하게 불면 약하게 부는 대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하늘하늘 물결치는 억새밭에서는 친절한 사람들이 가진 고유한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와 같이 억새가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곡선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또 억새는 생육특성상 대개 무리지어 자란다. 억새풀 하나만 떼어놓고서 감상한다면 억새군락이라야 느낄 수 있는 장엄함은 없다. 낱개로 보자면 보잘 것 없는 풀 한포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무리지어 거대한 하나의 몸짓을 보이는 억새군락은 집단이 가진 힘을, 또는 힘을 가진 집단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억새의 꽃말 중 ‘활력’과 ‘은퇴’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낱말의 연속인데, 묘하게도 억새는 두 의미에 다 어울려 재미있다.


우선 억새가 가진 경직되지 않은 채 살아 움직이는 동적인 느낌은 ‘활력’ 그 자체다. 한편 가을과 노을을 상징하는 식물이라는 관점에서는 인생에서 일정한 수확을 거두고, 노을 지는 저녁과 같은 시기에 맞이하는 ‘은퇴’와도 잘 어울린다.


▲ 태화강 억새군락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어, 취향에 따라 걷거나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며 억새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지속적 관리로 꽃 피운 억새군락지
지난 2006년 조성된 태화강 억새군락지는 21만6809㎡(중구 3만8512㎡, 남구 5만2242㎡, 북구 12만6055㎡)의 규모로 은빛 장관을 이루고 있다.


태화강 억새군락지는 가까운 거리에, 산에 오르지 않아도 억새밭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울산시민들이 도심에서도 가을을 만끽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울산 북구 명촌동에 위치한 태화강 하구 명촌교 아래 억새군락지는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가을의 정취를 물씬 뽐내고 있어, 사진을 찍으러 나온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러한 도심 속 억새밭이라는 쉼터는 조성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펼친 울산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억새군락지의 물억새는 다년생 풀로 묵은 억새를 버려두면 자생력이 떨어져 개체 수가 줄어들고 퇴적층을 형성해 수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게다가 묵은 억새를 베어주면 새싹이 곧고 키가 크게 자라는 등 생육환경이 크게 개선된다.


이에 울산시는 억새 관련 친환경 사업체에 위탁해 억새 베어내기 작업을 시행하는 한편 태화강 물억새를 이용해 젓가락, 커피꽂이, 과일꽂이, 베갯속 등의 친환경 상품을 생산하게 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환경과 시민들의 복지 두 가지 모두를 향상시켰다.


울산시 관계자는 “비용도 절감하고 부산물도 재활용 효과를 본 우수 사례”라며 “앞으로도 태화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물론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가을 정취 ‘물씬’ 억새 생태계 탐방
명촌교 아래 억새군락지에는 태화강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어 한적한 가을의 정취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억새밭과 어우러지게 설치된 나무 데크 덕분에 이동에 불편함이 없었고, 약간 높이를 높여서 설치된 데크에서는 넓은 억새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갈대와 물억새는 생긴 모습이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데, 억새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두 종류의 구분법을 안내판에 표시해둬 인상 깊었다. 갈대는 잎이 물억새보다 넓고 부드러우며, 잎에 잎맥이 없고 줄기 속이 비어있다. 반면에 물억새는 잎의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고 잎의 가운데에 흰색의 잎맥이 있으며, 줄기에 속이 차 있고 마디가 짧고 많다.


또 이곳 억새 군락지는 태화강을 찾는 새들의 낙원이다. 태화강에서 관찰된 새 종류는 무려 텃세 28종, 여름철새 22종, 겨울철새 50종, 통과철새 27종 등 모두 127종으로 우리나라 하천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철새가 날아들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는 노랑부리백로와 매, 고니, 큰 기러기, 물수리, 솔개, 참매, 말똥가리 등 17종의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억새 탐방객들에게는 몇 가지 협조사항이 요구된다. ▲소리, 빛, 연기, 악취 등을 내어 야생동물을 쫓는 행위 ▲야생 동·식물을 포획·채취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행위 ▲기타 쓰레기를 버리는 등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글·사진=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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