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그 ‘시작’ 앞에 서다!

이민영 / 기사승인 : 2014-05-14 16: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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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발원지 - 울주군 두서면 탑골샘
▲ 백운산 탑골샘의 하루 수량은 15톤에 달한다. 이 물이 흘러서 미호천과 복안저수지, 대곡천과 대곡댐, 사연댐을 지나 울산시가지를 거쳐 47.54㎞의 거리를 내달려 동해로 합류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시작은 곧 근원이고, 단단한 뿌리 없이 튼튼한 줄기를 유지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시작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곧잘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 하면서 시작했던 그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으로 망각을 경계하는 것도 시작의 중요성과 무관하지 않다.

본지의 시작은 1998년 5월18일이다. 2014년 5월18일이면 울산의 지방 언론사로 어느덧 16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시 ‘시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본지가 앞으로도 울산의 언론으로 더욱 더 힘차게 흘러가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유구한 세월 동안 힘차게 흐르고 있는 울산의 젖줄 태화강, 그 시작점인 발원지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산골 오지 내와마을에 위치한 탑골샘
울창한 수풀과 청량한 물소리, 산행길
맑고 깨끗한 물 앞에서 돌아보는 ‘시작’


#탑골샘 품은 내와마을
한동안 태화강 발원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2006년 울산시가 울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태화강 발원지 찾기 용역’을 실시한 결과로 현재 실제적 발원지는 백운산 탑골샘(유역길이 47.54㎞), 상징적 발원지는 가지산 쌀바위(유역길이 45.43㎞)로 결론이 났다.


▲ 태화강 발원지인 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의 탑골샘은 백운산(해발 910m) 중턱, 550m 지점에 있다.

태화강 최장발원지인 백운산 탑골샘은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에 위치한 내와마을이 품고 있다. 울산 달동에서 출발해 경주로 가는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가,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산길로 빠져서 또 굽이굽이 굽은 길을 제법 타고 들어가서야 겨우 내와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로가에 떡하니 위치한 내와마을회관 덕분에 길은 제대로 찾아왔다 싶었다. 마을회관 건물 한편에 ‘2006 범죄없는마을’이라고 적힌 비석이 도드라져 보였다. 피식 웃음이 났다. 이 산골짝에 ‘범죄는커녕 사람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오지마을답게 이곳은 과거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던 역사가 있고, 해방 이후에는 빨치산의 활동무대였다고도 한다.


따가운 햇볕에 조금이라도 덜 걷겠다는 심보로 차를 몰고 더 들어갔다. 그런데 한적한 오지마을의 좁디좁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중형 SUV 차량으로 진입하자니, 초보 운전자는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법한 넓이라서 행여 길옆 도랑으로 빠질까 조심조심하면서 기어갔다. 다행히 이정표가 보이는 삼거리를 지나자 길가에 차를 두어 대 세워둘 만한 공간이 보였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기쁜 마음으로 주차를 하고 냉큼 차에서 내렸다.


#세월 무상 탑곡공소터… 탑골샘 산행길
삼거리 길가에 세워진 이정표는 탑골샘까지 2.2㎞가 남았다고 알리고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니 안내판 하나가 ‘탑골’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밝히고 있었다. 백운산에서 탑이 굴러내려 붙여진 이름이란다.


조금 더 올라가니 천주교 탑곡공소터가 보인다. 신유박해 이후부터 신자들이 탑곡으로 이주해오기 시작해 1910년대에는 100명이 넘는 수가 탑곡공소에서 예배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면서 신앙의 자유와 이농현상 등으로 신자들은 모두 떠나고 현재는 공소터만 남아 옛 자취를 말해주고 있다. 가만히 공소터를 바라보며 이 외진 곳에 공소를 짓고 100여 명의 신자들이 붐볐다고 생각하니 돌연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껴졌다.


▲ 탐골샘으로 가는 초입로 관문. 여기서부터 약 40여 분 산을 타고 올라가면 탐골샘에 도착할 수 있다.

공소터를 지나 콘크리트 포장길을 계속해서 걸어 올라가다 보면 탑골샘 초입로 관문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탑골샘을 향해 올라가는 산행이 시작된다. 초반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길이었다. 깊은 산골의 상쾌한 공기와 포근한 흙내음을 마시며 모처럼만에 트레킹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울창한 수풀이 발산하는 눈부신 연둣빛은 눈을 통해 머리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저 위 어딘가에 있을 탑골샘에서부터 흘러 좔좔대며 내려오는 계곡물 소리도 청량감을 더했다.


그런데 산을 오를수록 길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아서인지 등산로가 선명하지 않아서, 산행 초짜는 올라가면서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싶어 자꾸 멈칫멈칫 서서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겁이 좀 있는 사람이나 여성의 경우 혼자 이곳에 오르기는 다소 부담스러울 것 같다. 마을도 외진 곳인데다가 산길도 나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노란색 리본 시그널을 잘 따라가면 길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태화강의 시작은 이토록 맑다
초입로 관문에서부터 약 40여 분을 올랐을까, 드디어 ‘탑골샘 0.1㎞’ 팻말이 보인다. 몇 걸음 더 올라가니 예쁘게 난간까지 갖춘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푸른빛 녹음 아래 나무다리 길을 따라 걸어 그 끝에 다다르자 큰 바위에 새겨진 선명한 흰색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태화강 발원지 백운산 탑골샘’이 크게 적힌 바위는 왼쪽으로 졸졸졸 작은 물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직접 눈으로 마주한 ‘태화강의 시작’은 생각보다 소박한 모습이었다.


▲ 탐골샘에서 계곡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는 모습. 속이 훤히 보이는 맑고 투명한 계곡물이 산산했다.

발원지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큰 바위 밑에 응당 그만큼 큰 샘물이 고여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졸졸 흐르는 작은 물줄기와 마른 흙바닥을 보고 실망하려던 찰나, 바로 아래쪽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콸콸 흘러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속이 훤히 보이는 맑고 투명한 계곡물이 산산했다. 시원, 깨끗한 그 빛깔에 주저 없이 손을 대고 한 움큼 물을 쥐고 들이켰다. 목이 말라서였을까, 고로쇠 물도 아닌데 단맛이 나는 듯 상쾌했다.


백운산 탑골샘의 하루 수량은 15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 물이 흘러서 미호천과 복안저수지, 대곡천과 대곡댐, 사연댐을 지나 울산시가지를 거쳐 47.54㎞의 거리를 내달려 동해로 합류하는 것이다.


문득 머릿속에서 탐골샘의 이 맑은 물과 과거 오염으로 몸살을 앓았던 태화강의 모습이 겹쳐졌다. 태화강의 시작이 이렇게도 맑고 깨끗한 물이라는 것을 시민들이 모두 직접 보고 몸소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우리들 각자의 ‘시작’들은 오염되지 않았는지도 살필 수 있다면, 태화강 발원지 방문이 보다 뜻 깊을 수 있겠다.


글·사진=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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