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 없이 다 있고, 정이 넘치는 그곳

조창훈 / 기사승인 : 2014-02-26 15: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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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옹기종기시장

울주는 어딜 가든 문화재요, 예술품이요, 도량이다. 그만큼 울주군은 예술,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며 이를 관광자원화 해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울주군 남창에 위치한 옹기종기 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우수시장으로 선정되는 영광과 함께 국비지원 등 총 20억원을 투입해 옹기제작 체험공간, 고객만남의 광장 조성, 고객지원센터 조성, 스토리텔링, 전통가축시장풍경 조성 등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고 전국 각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울주군의 희로애락이 집약된 이곳 옹기종기시장은 그동안 지역민들의 고된 일상을 달래주는 꿀물 같은 역할을 하며 울주군과 함께 해왔다. 생기 넘치는 울산의 대표 5일장으로 다시 태어난 남창 옹기종기시장을 만나보자.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전국각지 방문객 모여
지역 시골장의 인정과 에누리로 단골몰이
푸근하고 따뜻한 인심 그대로 ‘온정 가득’


#진정으로 즐기고 어울리는 방법
남창 옹기종기시장은 3일과 8일 등 끝자리가 3과 8로 끝나는 날마다 장이 선다. 장날에 맞물렸던 주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가운데 유독 어르신들이 많다. 오랜 세월, 자식들 공부시키랴, 시집장가 보내랴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하고, 등도 많이 굽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근심, 걱정보다는 오히려 잘 살아야겠다는 무언의 힘이 느껴진다.


▲ 옹기종기라는 단어를 활용해 이름을 지은 남창 옹기종기시장의 마스코트 ‘옹순이’와 ‘종돌이’.

시장 안에는 제멋대로 펼쳐진 갖가지 물건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번잡해 보이지만 나름 질서도 있고, 멋스럽다. 오히려 백화점처럼 반듯하지 않아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도 한다. 삶도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면 탈이 나고 불편하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로 채워주며 사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그런 면에서 보면, 5일장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고가 아니라 진정으로 즐기고 어울리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시장 안쪽에 들어서자 파전에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는 어르신들이 눈에 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막걸리 잔을 들어 올린다. 어르신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고 양해를 구하자 어르신들은 “예쁘게 잘 찍어달라”며 웃어주신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미간부터 찌푸리는 도시인들과는 너무도 다르게 푸근하고 따뜻한 인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행동이다.


▲ 파전, 순대, 갖가지 과자와 떡은 물론이고 싱싱한 회까지… 온갖 먹거리들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눈·코·입 자극하는 먹거리 ‘가득’
한쪽에서는 아주머니가 쉴 새 없이 순대를 썰어낸다. 얼마나 오랫동안 순대를 썰었는지 각을 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일반 순대와 달리 직접 손으로 만든 순대라 한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나섰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순대 1인분을 주문하고 입안에 넣는 순간, 순대의 새로운 신세계를 만났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순대 속살은 약간 매콤하기도 달콤하기도 한 오묘한 맛으로 입안을 자극했다.


▲ 가수 조영남 씨의 노래 ‘화개장터’의 한 구절처럼 남창 옹기종기시장에는 정말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그 옆은 더욱 가관이다. 시골장에서나 볼 수 있는 갖가지 과자와 떡, 꿀보다 달다는 약과, 김 펄펄 나는 어묵과 전, 머리고기 등이 진열돼 있다. 아무래도 이 시장, 사람들을 침 말려 죽일 심산인가 보다. ‘시장에 간 김에 장이나 봐 와야지’하고 나섰지만 어느새 양손 가득 들린 것들은 온통 간식거리다.


이렇듯 시골 5일장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풀거나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 입구 식당 앞에 자리한 어르신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친구들과 함께 막걸리 한 잔을 부어놓고 왁자지껄,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든든한 삶의 동반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소중한 시간들 덕분에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날 수 있지 않을까.


▲ 전통시장에서 정을 더하는 것은 바로 ‘흥정’이 아닐까. 그릇을 구입한 아주머니가 거스름돈을 받고 있다.

#”백화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옷가게에서도 흥정이 끊이질 않는다. 백화점에서 파는 옷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그것마저도 비싼 어르신들이다. 손자 손녀들에게 예쁜 옷을 선물로 보내고 싶은 마음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어쩌면 염치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가슴 한켠이 찡해 오는 건 숨길 수 없다.


▲ 바다가 가까운 울주군에 위치한 남창 옹기종기시장에는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다양하게 판매한다.

식육점에도 뼈를 잘 발라낸 소와 돼지들이 쇠꼬챙이에 걸려 눈요기를 시킨다. 고기를 먹을 때는 모르지만 이렇게 통째로 걸려있으니 참 어색하기도, 징그럽기도 하다. 마트에서 잘 포장된 고기만 봐온 탓이다. 그래도 막 잡은 고기 맛을 잊지 못한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곳으로 몰릴 것이다. 그날 새벽에 잡은 고기들이라 하니 얼마나 신선할까.


산나물과 과일 가게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한 어르신은 열댓 개정도 붙어 있는 큰 바나나를 사서 하나씩 뚝뚝 떼 사람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골장터만의 정겨운 풍경이다.


▲ 오랜만에 친구들과 옹기종기시장에 들렸다는 어르신들. 파전에 막걸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렇듯 옹기종기시장에서는 안팎도, 높낮음도 없이 모두 하나가 된다. 한 움큼 더 얹어주는 마음 속에서는 가난한 이웃을 챙기는 연민이 있고, 걱정스레 내뱉는 어르신들의 꾸지람에서는 친자식처럼 생각하는 애정이 있다. 지금까지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인정이 있고 삶의 애환과 그 지역의 문화가 살아 숨쉬기 때문이 아닐까.


글·사진=조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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