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방인들의 천국, 그 생경함이란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13-04-11 14: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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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방콕 파타야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1위는 바로 ‘태국’이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아 이동하기 쉬운데다 ‘관광형’과 ‘휴식형’ 두 가지 테마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태국만의 스타일 때문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가, 2시간여 달린 파타야에선 달콤한 휴식까지 맛볼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0도를 육박하는 4월 달만 피하면 태국은 낯선 이방인들의 천국이 된다.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인들도 많지만 아예 한두 달씩 원룸을 렌트해 머물고 가는 유럽인들이 많은 것은 태국이 가지고 있는 숨은 매력 때문이다. 도시가 주는 매력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다. 늘 그렇듯 캐리어를 싸는 것은 묘한 설레임과 긴장을 동시에 안겨준다. 잘생긴 닉쿤의 고향, 태국은 어떤 나라일지.

‘관광’과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방콕·파타야’
순수와 하드코어의 공존… 이면적 도시의 낮과 밤


# 혼자인 것처럼, 때론 혼자가 아닌 것처럼
캐리어만 챙기면 무작정 떠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나이가 들수록 챙겨야 할 것이 많은 게 여행이다. 급기야 챙겨야 할 인원이 나 혼자만이 아닌 가족전원으로 늘어났을 때 늘어난 머리수만큼 캐리어의 부피가 증가하고 메모지는 빽빽해진다. 챙겨진 준비물을 모두 곱표 했을 때 장전된 머릿속은 벌써 목적지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뭔가 부피는 늘어났지만 낯선 도시로의 초대에 응하는 마음은 늘 혼자다. 함께해도 혼자인 것처럼, 혼자해도 늘 함께 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게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했다는 방콕 수완나폼 국제공항은 입국심사대와 수하물 집하장까지의 거리가 하도 멀어서 잠이 도망갈 정도다. 놀랍게도 새벽에 방콕에 도착한 관광객은 인산인해를 이뤄 담당 가이드를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3박 5일을 함께 할 태국 가이드와 한국인 가이드와의 첫 만남은 태국의 첫 인상만큼이나 시크했다. 하나투어 부장인 진성호 가이드는 20년째 태국에서 살고 있는 베테랑이다. 덕분에 일정 내내 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정치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살 수 없는 박학다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5성급 호텔에서 첫 날밤을 맞는다. 노보텔 수완나폼 호텔은 공항호텔답게 깔끔하고 정갈했다.

# ‘와’하는 태국 왕궁과 ‘음~’하는 경복궁의 차이
태국에 와서 왕궁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서울에 와서 경복궁을 돌아보지 않는 것과 같다. 태국의 왕궁은 태국인들의 자부심이 배여있는 곳으로 1782년 라마 1세에 의해 세워졌으며 이때 방콕으로 수도도 옮겨졌다. 장엄하면서 화려한 장식이 타이 전통 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벽 전면에 붙은 크고 작은 거울 조각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햇볕에 반짝이는 왕궁 전체의 비밀이 바로 거울 조각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짜 맞춰 지어진 우리 경복궁과 비교하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보면 볼수록 깊은 맛이 배어나오는 것이 경복궁이라면 딱 본 순간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게 바로 태국의 화려한 왕궁이다. 수상가옥을 따라 배를 타고 가다 보면 높이가 104m에 달하는 새벽사원을 볼 수 있다. 이곳도 도자기 조각이 붙어 있어 햇빛을 받으면 반짝거리고 야간에는 인공조명을 받아 더욱 화려한 색채로 변한다.

그랜드펄 런치크루즈를 타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는 기분은 사뭇 남다르다. 크루즈에선 늘 치고받던 사람마저도 멋있어 보인다. 강바람과 배의 미묘한 진동이 심장을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 회색도시 방콕에서 파타야의 자유해변까지
해변 휴양지 파타야는 방콕에서 약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방콕의 도심은 마치 회색도시와 같다. 주상복합빌딩으로 보이는 건물에는 수영장이 딸린 초호화 아파트들이 10억 이상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닉쿤도 태국의 상위클래스에 해당한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왕족을 중심으로, 지배하는 자와 지배를 받는 자의 계급차이는 확연하다.

파타야에서 유명한 ‘MK수끼’에서 태국 전통음식인 수끼를 먹어보는 것도 제 맛이다. 흡사 오뎅탕과 샤브샤브를 섞어 놓은 듯 한 요리는 태국 음식이 느끼하다는 편견을 단번에 씻어준다.

파타야 일정은 산호섬 투어로 시작된다. 물과 모래가 너무나 깨끗해 이 많은 관광객들의 부산물들은 도대체 어디로 흡수되는지 모를 의구심이 든다. 바닷바람과 물이 전혀 끈적이지 않아 따로 샤워가 필요 없을 정도다. 각종 해양 스포츠들이 관광객들의 요란한 비명을 자아낸다.

놀랍게도 해변에서 먹는 통닭 맛은 해운대 백사장이나 강동 해수욕장이나 파타야의 해변이나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태국산 과일들이 맥주와 함께 널려 있노라면 세상 시름이 절로 내려진다. 파이애플, 망고, 두리안에 이르기까지 열대과일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다니. 망코스틴이 먹고 싶어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 코끼리 등짝에서 흔들거리는 기분이란
태국은 4모작까지 할 수 있는 나라이다. 어디든 먹을 것이 넘쳐난다. 대신 쌀이 우리처럼 찰지지가 않다. 태국에서 처음 먹은 한국음식이 파타야 해변에서 먹은 돌솥비빔밥이었는데 뭉치지 않고 풀어지는 밥알에 젓가락이 장난을 쳤다. 동양 최대의 열대자연 농눅 빌리지를 관광하고 코끼리 트레킹을 하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생경한 기억이다. 1980년도에 개장한 농눅 빌리지는 20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에 각종 난종묘와 선인장 정원, 열대식물, 코코넛과 망고농장으로 이뤄진 사유 농장이다.

도대체 몇 바퀴를 돈지 모를 코끼리가 여행객에게 등짝을 내밀고 말이 통하지 않은 코끼리 조련사가 내미는 코끼리 꼬리털 반지는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태국에서 코끼리는 행운의 동물로 상징된다. 관광객들이 코끼리와 관련된 관광 상품을 사는 것은 좋은 기운을 얻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해 코끼리 티셔츠와 코끼리 털로 만든 반지가 낙점됐다. 조련된 코끼리 쇼도 놀랍다. 코로 전 세계 사람들을 들어 올려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용케 쥐어진 붓으로 멋들어진 스케치 묘기를 보여주던 코끼리의 모습은 한국에 와서도 자꾸 생각이 난다.

# 거짓말처럼 돌변하는 태국의 낮과 밤
숨 가쁘게 지나간 낮의 일정이 끝나고 나면 밤을 위한, 어른들만의 자유 관광이 펼쳐진 곳이 바로 태국이다. 밤거리를 쏘다녀보는 시티투어에선 킥복싱, 뱀 쇼에 이르기까지 각종 볼거리가 가득하며 여기저기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위트와 유머가 가득했던 게 게이쇼였다면 ‘하드 코어’가 뒤범벅 된 것이 바로 ‘라이브 쇼’. 여행지에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현지 문화를 외면하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화려한 불빛이 밤을 밝히는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방인들을 지켜보는 것도 여행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몸이 튕겨나갈지도 모른다는 총알 스피드의 태국택시를 타고 호텔 입구에 도착하면 편의점에 꼭 들러보길 권한다. 태국산 유기농 우유와 가장 인기리에 팔리는 비스킷을 야밤에 먹는 것은 달콤하다.

호텔 근처 마사지 샵에서 우리 돈 1만2000원이면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발 마사지를 받을 수 있고 마지막 날 두 시간 동안 받게 되는 그 유명한 태국 정통 마사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마사지사를 데리고 같이 귀국하고 싶을 정도다. 마지막 날 들른 9800평 대지 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식당 ‘로얄드래곤’은 ‘플라잉서빙쇼’와 태국 전통공연까지 볼 수 있는 대규모 식당이다. 정통 태국식으로 음식이 다소 느끼할 수 있으므로 한국 발 컵라면과 김치는 영원한 여행의 동반자이다.

여행은 마치 지름신이 내리는 것과 같다. 치열하게 일상을 보내다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은 뿌리치지 못할 유혹이다. 언제 어디를 누구와 함께 가느냐를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캐리어를 쌀 수 있는 젊음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여행은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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