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비경 읍천항, 바다에 펼쳐진 돌 빛 부채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12-09-27 16:29:20
  • -
  • +
  • 인쇄
경주 읍천항 주상절리와 벽화마을

비경이다. 누군가가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이곳을 다녀오라 추천했었다. 거역할 수 없는 단호함이다. 화산섬 제주도에만 있을 줄 알았던 주상절리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발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군 작전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경주 읍천항 주상절리는 지난 6월 문화재청이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면서 알음알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목격했던 수직 돌기둥이 아니라 이번엔 누워있는 오각형, 육각형의 수백개의 돌기둥이 장관을 이룬다. 이것이 과연 자연의 힘으로 조각될 수 있는 것인지 새삼 그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파도와 바람은 어떤 힘으로 이 큰 돌기둥을 빚어내기 시작했을까. 그들은 과연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놀래키려고 마음먹었던 것일까. 주상절리의 오묘함은 가을 바다의 하얀 포말처럼 신비롭다.

누웠거나 서 있는 신비한 돌기둥의 향연
‘파도소리길’로 일치되는 자연의 위대함


# 파도소리와 함께 걷는 트레킹 코스
경주 읍천항은 아주 작은 항구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횟집과 예쁜 항구의 정겨운 모습이 언제가 한번 와 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드문드문 만나는 사람들은 소박하고 최근에 조성된 깨끗한 입간판이 이곳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려줄 뿐이다. 경주시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최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개통했다.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1.7km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걸작 같은 주상절리 명소를 연결한 트레킹 코스로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11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곳은 산책로와 곳곳의 쉼터, 튼튼하게 지어진 출렁다리와 포토존 등 아기자기한 이야기 거리로 찾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투광기(스포트라이트)를 설치해 밤에도 빼어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읍천항을 바라보고 우측으로 향해있는 파도소리길을 따라 걸으면 산과 바다와 바람이 공존하는 자연의 선물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커다란 장작을 쌓아놓은 듯 가지런히 누워있는가 하면 비스듬히 솟아있는 자연적인 주상절리는 아름답고 신비롭다. 길 여기저기 솟아있는 아름드리 해송을 거쳐 출렁다리에 이르면 몹시 흔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견고해 가벼운 사람이 올라갔다면 그다지 요동치지 않는다. 경주시는 이곳에 예산을 더 투입해 2015년까지 주상절리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이 일대를 세계자연 유산과 지질공원으로 신청해 그 아름다움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아름답게 꾸며 나갈 예정이다.

# 자연이 빚은 다채로운 주상절리
경주시가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원래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급격하게 식는 과정에서 갈라진 틈이 생기며 형성되는 기둥 모양의 암석을 말한다.

이미 제주도는 해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오고간다. 읍천항 주상절리는 제주도에 비해서 규모와 크기가 작지만 제주 주상절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만 지닌 곳이 제주도라면 읍천항은 부채꼴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비스듬히 솟아 있는 주상절리 등 다채로운 모양의 주상절리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주상절리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의 신기함에 눈이 즐거울 뿐 아니라 희소가치가 높아 학술적으로나 관광차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부채골 모양의 주상절리는 바다에 펼쳐진 돌 빛 부채 같은 느낌이 강렬하다. 촤르르 소리를 내며 우직하게 접힐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고 누워 있는 주상절리는 마치 육각형의 대형 연필들이 각을 세우며 자존심을 내세우는 듯하다.

발을 지탱하고 바위를 쳐다봐도 도통 만들어진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저마다 자를 대고 자른 듯 모양이 일정해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를 빚어낼 수 있는지 감탄사가 터진다.

파도소리길을 왕복하고 다시 읍천항으로 돌아오면 마을 벽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벽화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그림이 있는 어촌마을로 유명해 읍천항 벽화를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바다와 읍천을 이야기로 한 작품들로 공모전 당선작들로 꾸며져 있다. 제법 멀리 떨어진 대상 당선작까지 돌아보고 올라치면 하루치 유산소 운동은 완벽하다.

자연이 빚어낸 돌기둥의 대향연에 소박한 벽화, 울산 오는 길에 들른 보리밥집의 향긋한 보리밥 내음까지 어우러지면 이것이 행복이구나 싶다.

경주 읍천항 주상절리와 벽화마을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읍천항에 차를 주차하고 왕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바다에 펼쳐진 돌 빛 부채는 누구와 함께 밟아 보아도 좋다. 혼자라도 함께 하는 느낌이 선연하다.

글·사진=조미정 기자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