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 여름을 지내다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12-08-22 1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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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운문사 & 와인터널

“즐거움만 있는 극락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극락이라는 깨달음이 곧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진리를 구하고 또 구한다” 여름은 잔인했다. 장마가 길지 않았고 흔했던 태풍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30도를 훌쩍 넘나드는 고온다습한 기온이 모두를 지치게 했다. 여기저기 부딪히는 사람들마저도 신경질이 가득했다. 예전 같으면 웃어넘길 일들이 전부 사건이 돼 서로에게 상처를 만들었다.
모두가 날씨 탓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여전히 절정인 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시원한 곳에 가서 ‘힐링’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힐링은 그렇게 시작되고 꽤 적지 않은 위안을 안고 돌아오는 마음의 여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더워도 짐을 싸는 게다.

깊고 울창한 산속, 고즈넉한 사찰 운문사
감와인의 추억이 익어가는 시원한 와인터널


# 아기자기한 청도 도심 드라이브 제격
청도는 울산에서 그리 멀지 않다. 1시간여 남짓 달리는 동안 조금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이미 청도 소싸움과 유등지, 프로방스 빛 축제 등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도심의 축제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심 자체가 손님을 맞을 단장을 평소에 하고 있다면 맞는 표현일까. 연인들끼리 드라이브하기에도 딱 좋다. 마음이 맞는 친구라면 그 맛이 더욱 살아나는 법. 여름의 절 운문사를 가자고 한 것은 친구의 소망이었고 와인터널까지 보고 오자는 의견은 나의 바람이었다.

태양 아래 운문사는 뜨겁다. 곧게 뻗은 아름다운 소나무길이 일단 도착하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여기부터가 솔바람길이다. 소나무의 기세는 시원하고 절은 깊고 울창한 산 속에 위치한 넓은 마당 모양의 느낌이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은 사찰의 담벼락만큼 고즈넉하다.

#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내 풍경
운문사는 약 1500년 전인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절로 세속오계로 유명한 원광법사가 중건한 사찰이다.

고려시대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로 비구니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 최초로 승가대학원이 개설됐다.

현재 약 26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청규를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절 입구 텃밭은 그 규모가 상당하고 상추며 고추, 각종 채소를 자급자족 하는 듯 제대로 정렬돼 있다. 모두 학문에 전념하고 계신지 지나가는 비구니를 뵙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경내로 발은 디딘 순간 풍광 같은 경치에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절이 공원과 함께 어우러진 느낌이다. 마당 중앙에는 숲인지 나무인지 구분이 안가는 커다란 소나무가 여름을 버티고 서 있다. 수령이 500년 정도가 됐다는 소나무는 세월의 흐름도 잠시 멈춘 듯하다. 대웅전 뒤뜰은 알록달록한 여름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름도 가늠하기 어려운 꽃들은 이곳이 절인지 소공원인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뒤뜰을 지나 숲길로 올라가면 사리암에 도착할 수 있다. 계곡과 함께 어우러진 울창한 숲길은 산책이나 고요한 사색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뜨거운 여름 날씨만 아니라면 사리암까지 올라가는 것은 자연 치유다. 스님들의 수양공간으로 이어지는 극락교는 그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극락의 세상을 얻을 것만 같다. 아미타불의 정토인 불교도들의 이상향, 즐거움만 있는 곳이다.

이 즐거움은 아미타불의 본원이 성취된 깨달음의 즐거움을 말한다. 심신의 괴로움이 없고 즐거움만 있는 세상은 어디 있는가.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극락’이라는 깨달음이 즐거움을 안겨 준다는 평범한 진리를 구하고 또 구한다. 여행의 목적은 소기에 달성한 셈이다.

# 감와인의 오묘한 맛에 여름 잊어
청도까지 와서 와인터널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도 10도를 유지하는 굴속의 비밀은 형용할 수 없는 감 와인의 깊은 맛과 풍요로움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전 경부선 터널을 개조해 와인터널을 만든 이곳은 진정한 여름의 코스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조차도 계곡 물처럼 시원하니 터널 안에서 와인 한잔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아이스 와인처럼 비싼 와인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잔에 3000원 하는 감와인과 5000원 상당의 각종 치즈 안주만으로도 와인터널의 추억을 되새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과일 치즈의 달콤함이 감와인에 어우러진 혀는 올 여름 최대의 호사를 누린다. 꿈과 추억을 담은 소중한 와인을 숙성시켜주는 키핑 서비스도 하고 맛이 좋은 여러 종류의 와인을 살 수도 있다.

감와인은 이곳 청도의 특산물인 청도 반시로 만들었으며 100% 감을 특수 효모로 발효시켜 1년 이상 숙성시킨 것이다. 감 특유의 떫은맛과 달콤한 맛, 신맛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뤄 독특한 감와인의 특색을 잘 살려냈다. 와인이 숙성되는 천혜의 조건인 이곳 와인터널에서 숙성되며 어떠한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매력이 있다. 화이트 와인임에도 레드와인에 있는 탄닌의 맛이 풍부한 것도 놀랍다. 돌아오는 길을 생각해 와인은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터널 밖 햇살은 눈부시다. 발그레해진 얼굴에 막 여름이 지나갔다.

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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