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가 사랑한 울산의 끝자락을 걷다

조창훈 / 기사승인 : 2012-08-16 16: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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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공원 산책로

역사가 숨쉬는 신비로운 공원 ‘대왕암공원’
해안길 산책로, 푸른동해와 어우러져 ‘장관’


대왕암공원은 옛 선비들이 제2의 해금강이라 칭할 정도로 그 경치가 신비롭고 경이롭다. 도시의 삭막하고 복잡한 삶을 잠시 벗어나 찾아간 대왕암공원은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 푸른바다가 두팔을 벌려 따뜻하게 맞아준다.

최대한 해안길을 걷기 위해 대왕암공원 주차장을 출발해 방어진항, 슬도가 있는 D코스 해안길과 몽돌해변 울기등대가 있는 C코스 해안길을 거쳐 A코스 해안길을 돌아 다시 대왕암공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파도가 바다를 타는 섬 ‘슬도’
대왕암공원 주차장을 출발, 도로를 이용해 ‘방어'라는 등 푸른 생선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는 방어진항까지 걸었다. 바다를 가르는 하얀다리 끝자락에 ‘슬도’가 보인다.

몇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명소가 된 슬도는 먼저 다리 입구에 세워져 있는 고래 조형물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바다를 향한 염원’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이 조형물은 11m 높이에 새끼고래를 업은 어미 고래의 모습을 형상화해 고래의 고장 울산을 알리는 것 외에도 슬도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염원의 장소가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세워졌다.

슬도는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공간으로 파도가 드나들 때 마치 거문고를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거문고 슬(瑟) 자와 섬 도(島) 자를 따서 슬도라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슬도는 축구장 절반 크기보다 더 작은 섬이지만 국내 유명한 여러 섬에서 느낄 수 있는 각각의 멋과 정취가 이 조그만 섬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이 위치한 장소나 때에 따라 그리고 벤치 등 시설물과의 조화에 따라 얼굴과 표정을 달리한다. 어떤 곳은 제주도의 어느 해변과 흡사하고, 또 어떤 곳은 강원도 정동진이나 해남 땅끝마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고래 조형물이 있는 입구 방파제는 지중해의 어느 바닷가와 같은 이국적 정취도 풍긴다.

특히 방어진 12경 중 제2경인 ‘슬도명파’를 재현한 거문고 연주곡 ‘슬도의 노래’는 잔잔하게 섬주변을 에워싸며 파도소리와 어울려 정감있는 느낌을 전해준다.

#전설과 바다의 파수꾼을 만나다
슬도의 여운을 뒤로 하고 대왕암공원을 향해 해안길을 따라 걸었다. 바다에는 울산에서 볼일을 마치고 각자의 도시 혹은 나라로 향하는 배들로 가득하다.

길을 걷다 보면 바다와 바위와의 끊임없는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오고, 작은 들꽃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나비는 너무 빨리 걷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인다.

이렇게 천혜의 자연을 즐기며 여유롭게 D코스 해안길을 지나 C코스 해안길을 걷다보면 새알처럼 반질반질한 몽돌이 즐비한 몽돌해변이 보인다.

과개안(너븐개)으로 불리는 몽돌해변은 1960년대까지 동해의 포경선들이 이곳으로 고래를 몰아 포획했다. 몽돌이 맨발에 닿는 촉감이 독특하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몽돌 사이를 비집고 들고 나는 파도소리, 파도에 몽돌 구르는 소리가 천상의 소리처럼 감미롭다.

몽돌해변을 지나 100여년된 해송들이 우거진 산책로 사이를 조금만 더 걷다보면 신라 문무대왕비의 전설이 깃든 대왕암이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과 탁 트인 푸른 동해를 자랑하며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왕암 뒤로는 새하얀 맵시를 자랑하는 울기등대가 보인다. 1906년에 만들어져 우리나라 등대 가운데 두번째로 오래된 등대는 근대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으며, 100년 넘게 선박의 든든한 파수꾼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대왕암 주변에는 동해바다가 오랜 세월 빚어놓아 왕을 호위하는 신하처럼 당당하게 서있는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구름도 가던 길을 멈추고 바다 위에 머물며 대왕암의 풍광을 즐긴다.

#마지막… 떠나는 이를 배웅해 주다
대왕암을 지나 A코스 해안길을 걸었다. 산책로는 크게 불편함이 없도록 잘 정비돼 있고 바닷바람과 함께 바다를 끼고 걷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해변가는 화강암으로 이뤄진 바윗돌 투성이로, 기암과 송림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낸다. 마치 바다로부터 돌들이 떠밀려와 육지에 층층이 쌓인 것 같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으로 넙디기(넙덕바위) 가운데 우뚝 솟은 할미바위(남근암)가 눈에 띈다. 먼 옛날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떠났던 지아비의 안녕을 기원하고 그리움을 달래는 늙은 아낙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 북측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 나란히 자란 두그루의 소나무가 일산 앞바다의 거친 바닷 바람을 견디며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일명 ‘부부송’으로 한평생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금슬 좋은 부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청룡 한마리가 여기에 살면서 오가는 뱃길을 어지럽히자 동해 용왕이 노해 청룡이 굴속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큰 돌을 넣어 막아버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용굴(덩덕구디)’를 지나 일산만에 떠 있는 3개의 바위섬, 선녀바위 너머로 선진국을 향한 집념의 연기가 하늘을 메우는 현대중공업의 위용도 감상한다.

이렇게 자연의 만들어낸 걸작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이 어우러져 있는 산책로를 만난다. 하늘을 반 이상 가릴 정도로 우거진 해송들은 오르막을 오르느라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들을 시원하게 씻어주며 떠나는 이를 배웅한다.

글·사진=조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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