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당신에게 선물하는 치열함과 여유로움 사이

석현주 / 기사승인 : 2012-07-12 15: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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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이야기-2

참 행복했다. 마음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었다. 살인, 강간, 절도, 마약이 난무하는 세상이어도 아이들의 평화로운 미소, 깨끗한 투명함이 이 땅은 여전히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말해준다. 후미진 골목길에서도 벌거벗은 아이들이 뛰어놀듯이 삶은 진행형이며, 희망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빨리 빨리’ 한국인 vs ‘Not yet’ 필리피노
지프니? 오직 필리핀에서만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이 한자리에! 대형쇼핑몰, 아얄라몰


#천천히 가야만 보이는 것들
흔히 한국 사람들은 필리핀에서는 귀족어학연수를 할 수 있다든지, 왕족처럼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필리핀 사람과 한국 사람을 구분 짓곤 한다. 그들도 2NE1을 좋아하고 원더걸스의 ‘tell me’를 흥얼거리는 같은 아시아 민족인데 말이다.

필리핀이 이런 이미지로 전락하게 된데는 그만한 이유도 있다. 날씨가 무더워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동이 느리고 기관에서 진행하는 축제나 행사 역시 제시간에 시작되는 법이 없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식사 주문을 하고 40분이 지나도록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아 어찌된 일인지, 종업원에게 물었더니, 그 종업원은 오히려 “Are you korean?"이라며 되묻는다. 순간 부끄러워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런 한국인이 얼마나 많았으면!

어차피 필리핀에 왔다면, 급한 성격은 잠시 접어두자. 답답함을 누르고 그들을 지켜보면 그들은 언제나 즐겁다. 청소를 하면서도, 물건을 팔면서도, 지프니를 운전하면서도 그들은 늘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입가엔 미소가 빙그레 묻어난다. 그들의 엔돌핀이 엄마에게도 전염됐는지 “Yes”라는 말도, 작은 미소조차 비추지 않던 엄마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밝게 “Good morning!” 짧게나마 대화를 나눈다.

필리피노의 여유, 즐거움, 긍정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임이 틀림없다. 좁게는 작은 사무실에서 넓게는 한국이라는 작은 땅덩어리에서 우리는 무수한 사람을 만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필리핀을 방문할 때 그런 일상은 잠시 내려놓고 마음속 깊이 숨겨둔 여유로움을 찾아 떠나길 당부하고 싶다.

#가지각색의 교통수단과 번화한 쇼핑몰
세부거리의 교통수단은 참 다양하다.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의 교통수단을 찾기 힘들다.
우선 지프니는 JEEP+PONY의 합성어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군이 남기고 간 지프를 개조해서 생겨난 교통수단으로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지프의 뒷부분에 좌석을 늘리고 외부를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지프니는 한국의 마을버스와 비슷하지만 필리핀만의 정서가 녹아있어 오늘날 필리핀 문화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필리핀의 지프니를 이용하다보면 한국의 체계적인 버스 시스템이 야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프니는 승객이 원하면 도로 한복판이라도 태워주고 내려주기 때문에 교통체증을 야기시키기도 하고 저렴한 중고엔진이나 폐차 직전의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큰 토시에는 지프니와 함께 택시가 운행되지만, 작은 마을로 가면 지프니가 버스역할을, 트라이시클(Tricycles)이라는 것이 택시 역할을 한다. 트라이시클은 연식이 좀 된 50~125cc의 오토바이 옆에 승객이 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지프니가 다닐 수 없는 곳까지 구석구석 누비고 다닌다.

막탄섬에서는 트라이시클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세부시티에서는 더 이상 트라이시클을 볼 수 없다. 자연과 어우러진 막탄섬과 휴양지의 이미지로 자주 노출돼 왔던 필리핀의 모습을 보면서 필리핀의 모든 것을 봤다 자만했지만 세부시티의 아얄라몰 앞의 웅장하고 세련된 건물과 대면했을 때 우린 겸손해졌다.

우리나라 평범한 백화점의 5배 정도의 규모인 아얄라몰에는 없는 것이 없다. 수백 가지의 브랜드와 병원, 영화관, 잔디공원과 공연장까지. 내리쬐는 태양빛이 차단된 실내에서 원하는 상품을 편리하게 만나고 싶다면 바로 아얄라몰이 정답이다.

#MUST EAT
세부는 신선하고 당도가 높은 망고를 생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부시티의 굴라스 거리에 자리한 타보 사 바나이가 가장 유명한 망고 시장이지만, 세부 어디에서나 값싸게 망고를 맛볼 수 있다.

엄마에게 망고 알레르기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많은 양의 망고를 맛볼 기회가 없어 50년간 몰랐던 사실! 여행의 막바지에 들어서서 근질근질하는 증상을 발견했지만 비행기에 올라타기 직전까지 망고로 향하는 손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따갈로그어로 ‘섞는다’라는 뜻의 할로할로는 이름 그대로 아이스크림과 잼, 각종 과일을 넣어 섞어 먹는 필리핀 대표 디저트다. 호텔 레스토랑 등지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지만 SM 시티 내 아이스 캐슬이 유명하다. 아이스크림으로 우베 아이스크림을 고른다면 더욱 좋다. 우베 아이스크림은 필리핀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우베 할로할로 스페셜에는 우베 아이스크림과 우베 잼, 작은 크기의 스위트 코코넛인 마까뿌노 등이 들어간다. 가격은 79페소 정도.

아기 돼지를 대나무에 끼워 5시간 이상 훈제한 통 돼지 바비큐 요리인 레천은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축제, 명절, 결혼식 등 가족과 지인이 모이는 특별한 날에 레천을 즐긴다고 한다. 여행자들은 호텔 뷔페에서도 레천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nding… And
떠남은 돌아옴을 전제로 한다. 떠날 수 있어 행복했고 다시 돌아와 감사하니 이 또한 축복이 아닐까. 여행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뿐 아니라 신선한 활력마저 허락한다. 이번 여행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동행이기에 더없이 여운이 긴 여정이었다.

글·사진=석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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