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다녀왔습니다”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08-07-01 13: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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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좋았던 사람이 금방 싫어지기도 하고 싫었던 사람이 갑자기 보고 싶기도 한다. 부슬부슬 장마가 시작되고 파전에 동동주가 그리울 때면 그 마음은 배가 되는데 그런 날은 꼭 사고를 쳐줘야 맛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아 눈길을 끌었고 “촛불시위에서 정권퇴진 주장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요지의 훈수를 뒀다는 점에 마음이 동했다. 1시간 20분만 달리면 코앞에서 인터뷰 딸 수 있는데 싶어 묘한 발동이 걸렸다. 과연 495억원이 들었다는 봉하마을 노무현 생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기만 하면 전직 대통령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일까?

고향 돌아간 노 전 대통령 국민적 호기심
평일 3천명, 주말 1만명까지 올 때도 있어



마을회관을 식당으로 개조 ‘오공주식당’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폭우가 쏟아졌지만 진영 진례방향으로 진입한 이후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였다. 함께 한 사진기자도 덩달아 신기해했다. 입구 간간히 ‘노무현 생가’ 라는 표지판만이 목적지를 알려줄 뿐이다. 좌측의 공장지대를 지나니 ‘귀향을 축하합니다’ 라는 플래카드가 여전히 나부낀다. 원래 이 보다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철거되고 몇 개만 있는 것이라고. 도착한 주차장만 봐서는 딱히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곳이 포착되지 않는다.

허기진 배를 잡고 식당으로 먼저 향한다. ‘봉하전통 테마마을’이라는 천막동이 보이는데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오공주식당’이다. 지난 2월25일 노 전 대통령이 내려오던 날 마을 사람들은 오는 이들에게 국밥을 무료로 대접하기로 했다. 그런데 1만명 이상이 들이닥치면서 국밥은 물론 동네에 하나밖에 없던 매점 물건들을 싹쓸이 당했다. 그 뒤 마을회관을 식당으로 개조해 ‘봉하전통 테마마을’이라는 식당을 급조했다. 테이블이며 좌석이 편하진 않지만 소고기국밥과 해물파전 하나만큼은 비오는 날 동동주와 궁합이 제대로다.

동네 여자분 5명이 함께 일해 일명 ‘오공주식당’으로 유명한 이곳은 노 전 대통령도 가끔씩 애용한다. 처음엔 일반인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워낙 들이닥치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이 식사할 때는 따로 연락을 받고 방을 비워둔다고. 노 전 대통령이 음식을 먹고 있는 사진들이 벽면을 도배하고 있다. 점퍼 차림의 시골 아저씨 모습 그대로이다.

병풍을 친 듯한 봉화산 검은바위 인상적
장마가 시작되면서 조금은 줄었지만 지금도 관람객이 평일에는 하루 3천명, 주말에는 1만명까지 올 때도 있다는 게 경호원들의 귀띔이다. 생가로 향하는 길 좌측에 함께 잘 지은 집이 한 채 있는데 바로 마을 이장 집이라고. 노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이웃사촌이다. 너무 비교될까봐 그랬는지 최근에 손 본 흔적이 역력하다.

이장 집을 옆으로 경호동이 먼저 눈에 띈다. 경호동을 지나면 나무사이에 가려있는 생가가 바로 코앞이다. 하도 허름해서 가슴이 아플 정도이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낳은 집이기에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 빼곡하게 채워진 방명록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기를 북돋우는 글들로 충만하다. 방명록만 봐서는 안티는 전혀 없어 보인다.(^^) 집 밖 재래 화장실에선 여전히 구수한 냄새가 풍기고 앞측과 좌측 우사에는 한가로운 소들이 눈을 껌뻑인다. 몰려오는 관람객이 소란스러운지 가끔씩 힐끗 목을 돌리기도 한다.

생가 바로 뒤 목조건물이 노 전 대통령이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이다. 주변과 잘 어울리며 낮게 지어진 이곳은 햇볕이 잘 드는 남쪽을 향하고 뒷편 봉화산 검은 바위가 병풍을 친 듯 뒤를 받치고 있다.

고향 사람들은 이 검은 바위에서 대통령을 만들어낸 정기가 품어져 나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머니 이순례 여사는 이 생가에서 노대통령을 잉태했을 때 “엄청나게 큰 말뚝에 매어 있는 백말의 고삐를 할아버지가 주면서 타고 가라고 하셨는데 말발굽 내딛는 소리가 너무나도 우렁찼다”는 태몽을 꾸었다고 한다. 바위의 정기를 받아 백마가 달리고~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렇게 태어났다.

봉화산 산책로 따라 30분 산행 좋아
집 뒷산이 바로 봉화산이다. 예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잘생긴 경호원들이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새 집안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집을 따라 돌아가는 저수지를 향하는 산책로와 봉화산 등반은 30분만에도 가능한 일이라 등산화를 신은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둘러보는 게 가능하다.

잘 단장된 산책로를 따라 사자바위가 있는 봉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엔 봉화산 마애불이 비스듬히 누워 관람객을 맞이하고 봉화산정토원을 지나 봉수대와 사자바위의 정기를 받고 내려오면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집 우측을 지나는 저수지 길은 제법 고즈넉하다. 오른편에 잘 가꿔진 잔디밭은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라지만 연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곳곳의 경호원만이 이곳이 전직 대통령이 거주하는 집이라는 걸 알려줄 뿐이다.

봉하마을 기반 정치활동 재개 관심
노 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가타부타 말들이 많았다. 총 495억원이 들었다는 경호경비 시설, 생태공원, 웰빙 숲, 시민문화센터, 전통테마마을의 건립 및 조성, 공설운동장 개보수 등 국고와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지원 교부액에 놀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언론에서는 대통령 사저와 봉하마을에 대한 예산 지원에 대해 차기 정부가 특별감사를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봉하마을 e-지원 시스템의 정보유출 문제가 민감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노 전 대통령은 그다지 조용히 살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봉하마을을 아성으로 그의 정치활동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마을입구를 지키고 있는 노사모자원봉사센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노짱’을 그리워하는 세력들의 기대와 요구가 계속되는 이상 젊은 전직 대통령이 조용히 사는 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재미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봉하마을을 기반삼아 국가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치활동으로 주목받는지 여부는 그가 하기에 달려있다.

참, 이날 노 전 대통령은 기자와 카메라가 ‘오공주 식당’에서 소고기국밥과 파전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있을 때 유유히 봉하마을을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대통령은 하루에 두 번 정도씩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데 운이 좋으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산책하는 그와 쌈박한 악수를 나눌 수도 있다. 봉하마을 아저씨로 돌아간 그를.

글 = 조미정기자 / 사진 = 이수열기자





[봉하마을과 함께 만나보는 김해 주요관광지]

4시간 코스 >> 대통령 생가→한림민속박물관→국립김해박물관→대성동고분박물관→수로왕릉→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1일 코스 >> 대통령 생가→한림민속박물관→국립김해박물관→대성동고분박물관→수로왕릉→수로왕비릉→구지봉→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1박2일 코스 >> 대통령 생가→한림민속박물관→봉황동유적→국립김해박물관→대성동고분박물관→수로왕릉→천문대→김해한옥체험관(숙박체험)→수로왕비릉→구지봉→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찾아가는 길] (대통령생가 안내 : 055-346-0660)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남양산 IC →대동 IC→동김해 IC→서김해 IC→진영·진례 IC→노무현대통령생가 (울산에서 자동차로 1시간2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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