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그림에 새긴 혼, 선사인 숨결 그대로

조미정 기자 / 기사승인 : 2008-06-13 09: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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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울산암각화전시관

“영상·예술 접목된 최고의 역사시설물”

반구대암각화를 갔던 때가 벌써 9년 전이다. 세월을 거슬러 암각화전시관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옛날 추억이 가물 했다. 길도 닦여져 있지 않던 흙 진입로와 국보로 지정된 것이 맞는지 의심했던 짧은 기억들. 물속에 잠겨 반 밖에 볼 수 없었던 암각화 전면과 바위벽에 그려진 경이로운 그림들. 바위그림을 조각해 낸 석공들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동양화가 김호석씨에 따르면 “조형적 기량이 일정 수준에 이른 집단에 의해 제작된 것”이 반구대암각화이다. 모두 실력가의 솜씨이고 그들은 조각을 하며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을 터이다. 바위조각들이 갈라져 돌가루로 날아갈 때 석공들의 고민과 근심도 공기속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암각화전시관은 그들의 숨어있는 혼을 다시금 흔들어 깨웠다. 정성스럽고 기품 있는 자세로 고즈넉이 손님을 맞는다.


곳곳에 국보 보유한 울산의 흔적
몰라보게 달라진 진입로와 곳곳의 조경들은 이곳이 암각화전시관을 향하는 길임을 절로 느끼게 한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에게 선물을 안겨준 기분이랄까.

암각화전시관은 세련되고 정갈한 느낌의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래모양을 형상화한 외관과 태화강과 십리대밭까지 축소한 디자인은 이곳이 국보를 보유한 울산의 소유임을 자랑스럽고 뿌듯한 자세로 은연중에 과시하고 있다.

울산시청 김형수씨는 “암각화 전시관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혼을 담기 위해 최대한 심혈을 기울였다”며 “과학영상과 예술이 접목된 울산 최고의 역사 시설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1년간의 공사기간에 71억5천만원이라는 거금이 투자됐다. 그만큼 암각화 전시관을 향한 울산시의 애정은 각별하다. 특히 최첨단 미디어 영상기술을 접목한 곳곳의 부스들은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형 TV는 두 곳이 더 이상 은밀한 데이트 장소가 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탁본을 재현한 실물 모양의 벽 앞에선 연신 탄성이 터져 나온다. 물에 잠겨 가까이 볼 수 없는 암각화를 대신해 바로 코앞에서 인물, 동물, 도구상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련된 관람객이 아니라면 맘대로 손을 대 보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다. 요즘은 전시관에 ‘손대지 마시오’ 라는 촌스런 표 말은 붙이지 않는 게 추세라고. 그만큼 국보나 문화유산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업그레이드 된 것을 의미한다.

실시간으로 암각화 볼 수 있는 재미
처음 전시관에 들어가면 독특하고 화려한 영상의 선사 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암각화의 문양을 클로즈업한 170여개가 넘는 사진들이 화려한 모니터 안에서 빛을 발하고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전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멀티비전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의 힘을 느끼게 한다.

곳곳에는 암각화의 종류와 제작기법, 판독법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부스가 짜여져 있다. 전 세계 암각화 자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 형식의 시설물은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하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된다. 특히 암각화를 만든 선사인들의 문학사 미술사 등의 정보를 패널자료로 전시하고 선사시대 어로사냥 등의 생활 모습을 축소해 놓은 정성도 돋보인다.

암각화와 고래에 대한 책과 다양한 체험도구(스크래칭, 퍼즐)를 즐길 수 있는 선사미술실도 어린이들의 단체 체험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2F에는 매직비전 영상과 재현모형 복합연출 방식으로 선사시대 가축 사육, 농경 등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고 반구대 암각화 속 각종 문양을 찾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놀이공간과 반구대 문양에서 착안한 선사인들의 고래잡이 모습을 축소한 인형들도 재미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자작나무 계단이 돋보이는데 암각화 박물관은 전체가 목재로 만들어져 있어 흡연은 절대 사절이다.

울산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암각화전시관은 울산의 자존심으로 베일을 벗었지만 전혀 거만하거나 도도하지 않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유구한 역사를 지켜온 반구대 암각화처럼 울산시민과 관람객을 맞을 것이다.

글 = 조미정기자 / 사진 = 이수열기자




[울산암각화전시관]

·관람시간 : 09:00~17:00
·휴관 : 매주 월 / 설날, 추석
·문의 : 276-4293, 229-6678
·위치 :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333-1
·건립기간 : 2007.1월~2008.2월
(개관 2008.5.30)
·부지면적 : 8,960㎡
·건물연면적: 2,025㎡ (중층)
·주요공간
- 전시공간 : 반구대 암각화·천전리 각석 실물모형 전시, 각종 문양에 대한 입체적 영상 해설
- 어린이공간 : 선사시대 생활 모습, 선사마을 생활, 선사미술실 등
- 체험공간 : 선사시대 사냥체험, 포토존, 선사인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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