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타고 즐기는 ‘감성 질주’

울종뉴스 / 기사승인 : 2008-05-23 15: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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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스쿠터여행]

봄과 여름 사이, 딱 이맘때의 바람이 좋다. 차지도 후덥지근하지도 않은 공기를 가르며 스쿠터에 몸을 싣는다. 애교만점인 ‘그녀’가 허리를 감싸자, 우리의 열혈남아는 기운찬 엔진 소리를 내며 감성질주를 시작한다. 달리는 대로 지도가 되는 스쿠터 여행은 이제부터다.

실속과 로망, 스쿠터여행‘인기’
구석구석 가고 싶은 곳 맘대로
자유·멋·편리함 색다른 재미까지


이 번 감성질주의 배경은 나지막한 ‘경주’다. 제주의 코발트 빛 해변은 아니지만 경비와 시간, 곳곳에 숨겨져 있는 드라이빙 코스를 발견한다면, 이만한 장소도 없다. 깜직한 디자인의 스쿠터에 몸을 실은 연인들이 앞장을 선다. 혼자이면 어떤가. 씩씩한 솔로 아가씨도 핑크빛 헬멧을 눌러 쓰고 뒤를 잇는다.

5월의 경주는 흐드러진 벚꽃의 향연도 넋을 빼는 황홀한 단풍도 없다. 그저 다정한 할머니의 품처럼 고요하고 따뜻하다. 적당한 정막과 알맞은 날씨가 스쿠터의 속력과 어울린다. 그래서 인지 경주 곳곳을 누비며 자기만의 여행 지도를 만들어가는 하루는 더욱 특별하다.

경주 황남동 골목을 빠져나오면 근처 대릉원의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된다. 넓은 잎사귀사이로 5월의 바람이 드나든다. 자연이 만들어준 그늘도 참 오랜만이다. 잠시 스쿠터를 세워놓고 셔터를 누른다. 달리는 곳마다 지도가 되고, 서는 곳마다 추억이 되는 순간이다. 스쿠터 여행은 이래서 좋다. 경주의 풍경은 꽤 낯이 익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봄이면 꽃놀이, 대학시절 MT 등 부담 없이 오게 된 것도 여러 번. 하지만 ‘역사’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이라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이번엔 좀 다르다. 기특한 스쿠터 덕분에 새로운 경주를 자꾸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쭉 뻗은 ‘통일로’로는 달리는 순간 ‘와~’하는 함성이 절로 터진다. 싱그러운 나무들이 주변의 감싸고, 초록빛 아우라에 가슴이 뻥 뚫린다.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넓은 도로다 보니 마음 놓고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남자친구의 허리를 제대로 감싸 안은 애교만점 ‘그녀’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다. 달리는 재미에 푹 빠지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한적한 시골길 드라이빙을 즐기기 전 남산 ‘할머니 칼국수집’에 들린다. 넓적한 스뎅 그릇에 인심 좋게 담겨져 나오는 칼국수는 후루룩 후루룩 잘도 넘어간다.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을 함께 곁들이다보면 이게 바로 행복인가 싶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또 다시 스쿠터를 당긴다. 온천관광호텔을 마주보고 왼쪽 작은 골목길을 발견한다. 구불구불한 이 길은 감성질주의 ‘백미’라 해도 손색이 없다. 구수한 소똥냄새가 정겹고, 간간히 마주치는 경운기는 반갑다. 논두렁에 가득 채워진 물 가운데서 개구리가 노래를 한다. 듬성듬성 둥지를 튼 기와집에선 사람냄새가 묻어난다. 쾌쾌한 연기를 마시며 버스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자동차들이 참 안쓰러운 순간이다. 그러고 보면 속도감을 즐기면서 여행지를 친근하게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은 스쿠터만한 게 없다. 주변은 온통 산과 들이고, 봄을 떠나보내는 바람의 손짓도 독차지다. 늦봄을 노랗게 붙잡고 있는 유채꽃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스쿠터를 당기는 맛은 참 각별하다.

감성질주의 마지막 코스는 갤러리다. 스쿠터를 타면 도심의 교통체증쯤은 가뿐한 일이 된다. 주차걱정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교통수단인 셈이다. 보문관광단지 안에 위치한 아트선재미술관은 작가들의 감각을 들려다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지금은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34세의 젊은 설치작가 배정완의 ‘Mary had a little Lamb-빛·소리·기억’전이 열리고 있다.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뉜 공간들은 소리와 빛으로 이뤄진 감동을 선보인다. 희귀한 축음기 26대를 구경하는 것도 덤으로 얻는 재미다.

6시간의 ‘감성질주’는 이렇게 끝이 났다. 멋지게 완성된 나만의 여행 지도도 꽤 그럴싸하지 않은가. 특별했던 경주 스쿠터여행. 바람과 흙냄새를 맡으며 달리는 이 기분을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경주여행은 클래식 스쿠터로~

최근 ‘실속’과 ‘로망’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스쿠터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페달을 밟으며 보문단지를 돌던 ‘육체적 힘’은 당기기만 하면 앞으로 나가는 ‘활용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경주 역시, 스쿠터여행족이 등장하면서 일주를 돕기 위한 전문 대여업체가 영업 중이다.
경주스쿠터여행 김규호 사장은 “스쿠터를 타고 경주를 둘러보는 재미는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경주안내도를 마련, 코스별 여행지를 소개하는 등 스쿠터여행족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스쿠터여행:1인용스쿠터(50cc/6시간/3만원), 2인용스쿠터(125cc/6시간/4만원).
문의(054-777-5282)


글 = 김윤경기자 / 사진 = 이수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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