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전하는 '태화강 이야기'

울종뉴스 / 기사승인 : 2008-05-01 23: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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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태화강을 만났다
오랜만에 찾은 태화강은 완연한 봄바람을 타고, 유유히 흐른다. ‘태화들’을 가득 채운 청보리밭은 푸른 손짓을 하고, 둔치에 만발한 유채꽃은 샛노랗게 웃는다. 수면 위로 멋지게 뛰어오른 숭어는 ‘깜짝’ 인사를 하고, 잘 다듬어진 산책로는 타닥타닥 가벼운 발걸음을 이끈다.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던 태화강의 풍경이 문득 새롭다.

우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울산의 젖줄 태화강. 자연이 꿈틀거리고, 생명이 시작된 이곳에 그들이 서 있다. “도시 한 가운데 큰 강이 지나간다고요?” “왜 태화강이라고 불러요?”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건가요?” “사람들이 놀러 오나요?”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나요?” 낯선 시선으로 풀어낸 색다른 태화강 이야기.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에서 온 4명의 이방인을 따라 조금은 새로운, 또 다른 태화강을 만났다.


#설레는 첫 만남 “안녕! 태화강”
일단, 토크 멤버부터 소개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말레이시아에서 온 순수청년 니티(울산대 조선과 4년·24), 마음씨가 참 고운 중국 아가씨 춘혜(울산대 국어국문학과 2년·21), 귀여운 동갑내기 유리나와 카요(울산대 국어국문학과 2년·21). 이들이 오늘 태화강 이야기를 함께 할 주인공이다.

〔니티〕 2002년 월드컵을 보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장학금을 받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한국을 선택했어요. 서울대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지금은 울산대 조선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죠. 한국에 온지 5년이 지났지만 도시를 유유히 흐르는 강을 가까이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춘혜〕 울산에 온 지는 8개월 정도 지났어요. 집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새로운 곳을 보고, 느끼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에요. 외국인이다 보니 울산에 이렇게 예쁜 강이 있는지 잘 몰랐어요. 오늘은 태화강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수다가 시작된 곳은 중구 태화강 십리대숲. 바람이 불자, 노오란 유채꽃과 청보리가 찰랑찰랑 춤을 춘다. “스고이” “페이창 하오”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낯선 감탄사가 연이어 튀어나온다.

〔유리나〕 여긴 드라마 촬영현장 같아요. 유채꽃이 너무 예쁘고, 청보리밭은 처음 봤는데 신기해요. 태화강은 실제로 보니까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니티〕 말레이시아 고향에도 작은 강이 있지만 오염이 많이 돼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죠. 이곳처럼 강 주변을 꾸며놓지 않아요. 그냥 산이나 하늘처럼 강도 자연이니까 있는 그대로 놔둔다고 할까요. 잘 정돈된 태화강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우리나라 강도 예쁘게 꾸미면 좋을 것 같아요.

〔카요〕 와, 너무 멋져요. 도시 가운데 이렇게 큰 강이 있는지 몰랐어요. 도쿄에도 ‘타마강’이라는 강이 있어요. 전철 타고 갈 때 자주 봐요. 타마강도 예전엔 많이 오염됐었어요. 하지만 관공서와 시민들이 타마강에 관심을 갖고 하천청소도 하고, 잘 돌봐서 지금은 깨끗해졌어요. 여름이면 여러 가지 행사도 열어요.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강을 잘 가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웅장한 대숲이 바람을 타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길게 늘어선 산책로를 따라 태화강과 한층 더 가까워진다. 마침 인근을 순찰하던 태화강 기마환경순찰대가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말 두 마리를 앞세우고 성큼 성큼 다가온다.

〔이상협 기마순찰대장〕 기마환경순찰대는 하루 4시간 태화강 인근을 돌며 관광객 안내와 행락질서 단속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환경친화적인 기마순찰대의 장점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 우리의 목적이죠. 오늘처럼 관광객을 만날 때는 직접 말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사진도 찍죠. 자연과 동물, 인간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울산의 상징 태화강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어요.

〔유리나〕 갑자기 커다란 말이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요. 말을 타고 태화강을 구경했는데, 너무 재밌어요. 오랜만에 타 보는 거라서 무섭긴 했지만,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춘혜〕 꽃밭 주위를 멋진 말이 걸어 다니니까 너무 근사했어요. 도시에서는 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직접 타고 사진도 찍고, 정말 좋았어요. 우리 같은 외국인이나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 유유히 흐르는 낭만, 그대로 찰칵!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태화강 둔치를 거슬러 내려간다. 강변에 늘어선 연등과 물 위에 떠있는 유등이 신기했는지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든다. 남구 태화강 둔치에 다다르자 산책하는 연인, 나들이 나온 가족 등 시민들이 하나둘 눈에 띈다.

〔카요〕 서울에 가 본 적이 있는데, 태화강은 한강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도시 가운데를 지나가는 것도 그렇고,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시내, 오른쪽은 삼산동이잖아요. 한강도 강북이랑 강남이랑 나뉘니까, 비슷하지 않아요?(웃음)

〔니티〕 사진을 찍다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물이 정말 깨끗한가 봐요. 카누를 타보고 싶었는데, 체험 시간이 맞지 않아 타지 못했어요. 주말에 친구들과 다시 한 번 와야겠어요. 태화강 한 가운데에서 울산을 바라보면 더욱 낭만적일 것 같아요.

조망대 위에 올라선 유리나가 망원경에 눈을 가져간다.

〔유리나〕 저 멀리까지 다 보여요. 너무 예뻐요. 태화강에는 어떤 새들이 살고 있나요?

〔니티〕 나는 원앙을 좋아해요. 실제로 보고 싶어요.

순수청년 니티는 한국에서 알게 된 ‘원앙’이 꽤나 기억에 남았나보다. 태화강 근처에 마련된 조망대는 시민들에게 태화강의 생태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또 다른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4~5년 전부터 태화강 생태환경이 개선되면서 청둥오리, 흰죽지, 고방오리, 쇠오리, 알락오리 등 많은 철새들이 울산을 찾고 있다.

〔춘혜〕 집 근처에 이렇게 예쁜 강이 있다면 정말 행복할거예요.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카요〕 잔잔하게 흐르는 태화강을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강 주위에 꽃도 심어져 있고, 운동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있어서 편리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태화강을 둘러 본 소감을 묻자 솔직한 대답들이 이어진다.

〔유리나〕 우선은 도심 한 가운데 이렇게 큰 강이 있다는 게 놀라워요. 강 주변도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구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야경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화단 주변이나 다리 아래에 전등을 설치해 태화강변을 밝게 비추면 더욱 예쁠 거라고 생각해요.

〔춘혜〕 오늘 하루는 정말 특별했어요. 3개월 후면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가기 전에 멋진 추억을 만들어서 너무 즐거워요. 특히 유채꽃이랑 보리밭이 기억에 가장 남았어요. 사진으로 많이 담아가서 중국 친구들에게도 소개해줘야겠어요.

〔니티〕 강물이 너무 깨끗했어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서 더욱 좋았구요. 공동화장실을 조금 더 늘려야 할 것 같네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나 체육시설을 더 많이 설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카요〕일본의 경우 깨끗해진 강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행사를 많이 열어요. 울산도 그런 축제를 많이 개발해서, 많은 사람들이 태화강을 찾아오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10여 년 전 만해도 공해도시란 오명 속에 살았던 울산. 울산이 태화강을 중심으로 생태환경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이방인과 태화강의 색다른 만남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글= 김윤경기자/yk1012@ujnews.co.kr
사진= 이수열기자/photolee@u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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