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기자와 총각기자의 이별여행 >> OK그린

울종뉴스 / 기사승인 : 2008-03-24 11: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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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게 인생이야.
고민은 계속되고 죽을 때까지 우리는 걸어야겠지…


글잘 쓰고 명석했던 후배기자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한 것은 취재 전날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학구열에 불타는 녀석을 붙잡는 것도 설득하는 것도 이미 때가 늦은 것 같고 우리는 광활한 들판으로 함께 이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OK그린’은 특별한 이의 추천이 있었다. 잔디가 파릇파릇한 봄에 가는 것도 좋지만 상춘객이 붐비기 전, 조용히 다녀오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소리에 솔깃했다. 그 이의 탁월한 감각을 믿었고 이렇게 그림 같은 대자연이 인공적인 사람의 손길을 배제한 채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그리고…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무슨 공부를 할 거니. 안경너머 녀석의 까만 눈동자가 깜빡인다. 영어공부요. 여행도 좀 다니고 싶어요. 너무 앞뒤 안가리고 달려온 것 같아요. 앞으로 제 미래에 대한 고민도 좀 해야겠구요…
재미있는 거 하나 말해줄까? 20대에 했던 고민, 30대가 돼서도 하고 아마 우리가 40, 50대가 되어도 똑같이 하고 있을 거야. 인생이 원래 그래. 살면 살수록 고민의 깊이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 웃기지.

지금 너한테 가장 중요한 건 뭐니. 종교요. 젊은 놈이 대단하기는 하다. 사랑이나 돈보다 종교가 더 절대적이라고? 네. 종교는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으니까요. 녀석의 깊은 신앙심에 잠시 눈이 감긴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무를 그새 지나쳐 버렸다고 말해준다. 창 밖 하늘엔 안개가 제법이다.

사진을 위해서는 안개가 걷히는 게 좋을까 조금 깔리는 게 좋을까. 혼잣말에 사진기자가 거든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죠. 이별에 익숙해지는 것도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는 한 방법인 것 같아요. 초연한 듯 말하는 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쓸쓸해 보인다. 숨고르기를 해보지만 나는 여전히 이별이 익숙치 않다.

기자생활 하면서 어느 정도 꿈을 확인했다고 생각해요. 그늘진 곳을 비추는 글을 쓰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거든요. 2년 동안 제가 기획했던 기사들을 들춰보니 기도에 가까이 가려고 부단히 애쓴 것 같더라구요.(웃음) 그래서 시원섭섭하지만 뿌듯한 마음도 있어요. 선의 세계는 항상 악을 달고 살죠. 그늘을 비추려고 많이 노력했고 후회하지 않아요.

녀석의 당찬 대답에 마음이 차오른다. 글도 잘 쓰고, 기획력도 탁월해 영락없는 기자였는데. 아쉬운 생각이 자꾸 들게 한다. 1시간 남짓 달렸나. 건천IC로 빠져서 바로 우회전 하구요, 산내읍으로 곧장 직진하셔야 해요. 두런두런 오고가는 이야기는 ‘OK그린’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에서 잠시 멈춘다. 좌측으로 들어가 계속 산을 타고 올라간다. 횅한 듯 적막감이 감도는 산길은 얼마만큼의 광활함이 펼쳐져 있는지 가늠치 못하게 한다. 차는 높은 듯 높지 않은 산길을 계속 타고 초소 같은 입구를 만난다. 입장료 1천원. 통과 하면서부터 산과 들판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당최 그 끝을 알 수 없다.

128만평의 대자연이 우리를 서서히 맞고 있다. 4∼5월이면 그중 12만평의 초원이 밟아 달라 아우성을 칠 테다. ‘잔디보호’라는 푯말은 이곳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이 밟기 위해 펼쳐져 있고 이들도 밟히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의 몸을 내어놓는다.

봄 햇살은 무제한이고 바람은 조금씩 몸을 에워싸며 마음은 구름처럼 부유한다. 사방에 펼쳐진 대자연이 자꾸만 가슴속 기억들을 들춰내고 이곳저곳의 흔적을 훑고 지나간다.
함께하는 이들의 말없는 교류. 줄지어 선 미루나무 꼭대기가 홀연히 지나가는 구름더러 손짓하고 봉오리를 맺고 있는 벚꽃나무는 임신한 개의 젖꼭지마냥 한껏 부풀어 올랐다. 딱 4월이면 터트릴 태세다.

해발 630m 고지에 저수지가 2곳이나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닥 높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다. 절대접근금지라는 푯말을 뒤로하고 절대접근을 하고야 마는 우리는 전망대를 향해 도보를 택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만 말해봐. 시나리오 작가요. 전망대로 향하는 걸음에 우린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녀석은 잠은 적게 자도 되지만 영화는 꼭 보고 자야하는 영화광이다. 끝내주는 영화 시나리오를 하나 낳고 싶다는 포부다. 그러면 둘 다 평생 노력해서 먼저 신춘문예에 등단하는 사람이 한턱 쏘기로 한다? 둘 중 하나는 이미 등단한 듯 입이 귀에 걸리며 마주본다. 싱긋 웃는 녀석의 치아가 햇살아래 반짝인다. 원래 글 쓰는 이들은 스스로가 글을 잘 쓴다는 심한 착각에 종종 빠진다.(^^)

얼마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숨이 차오르고 육안으로 보는 높이랑 발걸음으로 올라가는 높이가 다름을 몸으로 느낀다. 다다른 전망대는 홀연히 낯선이들을 맞고 미루나무와 백송을 지나쳐 왔던 반대 길로 펼쳐진 드넓은 경관은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여백의 미가 있다. 바람이 꼭대기까지 따라와 우리를 호위한다.

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풍경은 사람을 이완시키는 뭔가가 있고 한동안 말없이 서 있는다. 만남과 이별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이제는 좀 초연해 져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이별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녀석이 언제 어디서든 그늘진 곳을 비추는 글을 쓰고자 했던 그 초심만큼은 잊지 않았음 하고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 ‘OK그린’의 바람과 구름과 나무와 들판이 그 증인이다.





[OK그린]

128만평 대자연 속 12만평의 잔디초원
청소년 수련원 등 단체 캠프로 인기


‘OK그린’은 철저히 인공미를 배제한 곳이다. 128만평의 대자연속에 12만평에 달하는 초원이 4∼5월경에 절정을 이룬다. 주말이면 인근 단석산과 함께하는 등산코스로 사랑받고 있으며 청소년 수련원과 연수원은 단체나 기업체의 캠프 예약이 끊이지 않는다.

‘OK그린’ 이해성 본부장은 “인위적인 부속물보다 자연 그대로의 광활함을 만끽하려는 분들은 꼭 다시 찾는 곳”이라며 “상춘객들이 절정을 이루는 4∼5월의 드넓은 잔디초원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곳 ‘OK그린’은 유해업소 등의 상권과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인근에 경주 보문단지, 불국사, 자수정 동굴나라, 석남사, 얼음골, 가지산온천, 청도운문사 등과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울산으로 넘어올 때는 언양 석남사로 향하는 국도를 이용하면 한우소고기는 물론 가지산유황온천 인근의 유명한 손두부도 맛볼 수 있다.
(http://www.okgreen.net)




[찾아가는 길]

24번 국도 석남사쪽 4km▶석남사·경주 갈림길 사거리▶921번 지방도 경주쪽 25km▶산내 ‘소태다리’(OK그린 입간판)▶다리 건너 오른쪽, 조선모텔 지나 단석산 OK그린수련원까지 3km▶OK그린 매표소(1인 천원)▶OK그린 목장

건천IC▶20번 국도 청도쪽 12km▶산내면사거리▶921번 지방도 언양·울산쪽 3km▶산내 ‘소태다리’(OK그린 입간판)▶다리 건너 오른쪽, 조선모텔 지나 단석산 OK그린수련원까지 3km▶OK그린 매표소(1인 천원)▶OK그린 목장

*경북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164-2번지 (문의 : 054-751-7030)


글=조미정기자 / 사진=이수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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