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해고에 대한 소고(小考)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4-27 13: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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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박하용 필진(세진중공업 관리/지원부문장 이사)
▲ 박하용 (주)세진중공업 관리지원부문장 이사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무렵 명성이 자자한 사마의를 상대해야 하기에 누구를 보내 방비토록 할 것 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제갈량의 친구인 마량의 아우 마속이 자신이 나아가 사마의의 군사를 방어하겠다고 자원한다.

제갈량이 주저하자, 마속은 실패하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거듭 자원한다. 결국 제갈량은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명하며 전략을 내린다. 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어기고 대패하고 만다.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으며 마속의 머리를 벨 수밖에 없었다. 엄격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전군에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며, 이를 ‘읍참마속(泣斬馬謖)’ 즉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업에서 조직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저하시키는 기본 역량 이하의 직원이 있는 것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과 복무규정을 크게 위반해 사회통념상 계속근로가 불가한 직원을 눈감아 주는 것은 큰 잘못이다.

경영성과를 빌미로 삼아 매년 일정 비율을 정해 놓고 퇴사시키는 관행도 문제지만 분명히 해고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여러가지 사유로 결정을 미루는 것은 더 큰 잘못이며, 결국 조직을 병들게 만든다.

기업에 있어 합리적인 혁신, 가치 있는 혁신의 지상목표는 명확하다. 경영성과를 극대화 시켜 좋은 기업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때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관리자들이 이 어려운 업무를 단호하게 실행하지 못한다. 자기 손에 피 묻히기 싫어서인 경우도 있고, 근로기준법이 너무 까다롭게 규제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임의고용’ 원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상의 긴박한 사정으로 정들었던 직원들과 헤어지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힘든 이유는 서로 상반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에 따르는 ‘인지부조화’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조직의 입장에서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고동락 했던 동료로서의 입장도 생각해야 된다.

해고된 직원의 고통과 처지를 인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소송이나 사후적인 리스크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들은 직원들과 헤어지는 방법에 있어 너무나 서툴다. 그래서 평생 회사의 후원자가 돼야 할 퇴직자들이 전 직장을 향해 비난을 쏟아 붓는 현실이다. 사람을 잘 뽑는 것 만큼 내보내는 과정도 조직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다. 만남보다 이별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입사한 모든 직원이 정년까지 안정되게 함께 가면 좋겠지만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인사’라는 신문 기사는 뒤집어 보면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학살’과 다름없다.

임원 총량 불변의 법칙이 있다면 새로 승진하는 인원수만큼 내보내야 한다. 더구나 지금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심각하다.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신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그 어느때 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한치 앞이 보이질 않으니 기업은 원가절감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직원수를 자꾸 줄이려 한다. 그러니 해고자가 거리에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퇴출을 결정할 때에는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20세기 최고 경영자로 불리던 잭 웰치 GE 회장은 전 직원을 상위 20.0%, 중위 70.0%, 하위 10.0%로 분류해 하위 10.0%는 가차없이 걷어냈다.

잭 웰치는 가장 잔인하고 거짓된 친절은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붙잡아 두다가 생활비와 자녀교육비가 많이 드는 시기에 쫓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가능성에 도전하고 새로운 일을 찾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그는 직원을 너무 많이 잘라내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객관적인 기준으로 해고자를 가려내 사후에 발생가능한 후유증을 극소화했다.

기업들은 냉정한 평가보다는 목적에만 충실한 ‘확증편향적 사고방식’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경영자에게 밉보인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뒷조사를 하기도 한다.

조직내 계파나 학연, 지연, 혈연도 크게 작용한다. 그러니 내쫓긴 자들이 심판의 판정에 수긍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시스템의 정착이 시급하다.

요즈음 인사방향은 이별에 계절이 없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언제든 정든 일터에서 떠나야 할 사람과 남는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피고용인은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야 할 운명이다. 오래 머물면 좋겠지만, 새로운 사람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바통(Baton)을 넘겨 받은 후배들에게 멋진 선배이고, 자랑스런 고참으로 기억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장소에서 다른 관계로 새롭게 만날때 반가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조직내에서 자신이 머물다간 자리도 구리지 않게 처신하고, 빈자리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나도록 마무리 하여야 한다. 기업도 산업전선에서 전역하는 예비군들에게 배려와 예우를 다하여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

직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평생을 바친 삶의 터전이고, 추억이 머물다간 시간의 흔적이고, 존재의 이유이기도한 까닭이다.

이별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문제를 회피하거나 미루는 것은 회사나 직원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소 이율배반적이지만 해고 자체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실행하되, 그 과정에서 인간미가 묻어나는 방법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미 있는 배려는 남아 있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키우지 않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해고에도 기술이 있고, 예의와 법도가 있다. 헤어지는 고통속에서도 함께 세상을 사는 아름다움과 추억이 묻어나는 낭만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울산종합일보 박하용 필진(세진중공업 관리/지원부문장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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