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정치 만들지 않으려면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4-03 13: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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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실험적인 선거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선거법 개정으로 나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4.15 총선에서 처음 적용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를 통한 국민의 지지와 국회 의석수 배분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제도다. 비례대표제를 통해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해 거대 양당구조를 조금이라도 탈피하자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선거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야당이 ‘위성정당’이라는 기발한 꼼수를 부리면서 그 취지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여당 역시 위성정당으로 맞불을 놓았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수정당들이 급조되어 이번 선거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만 38개에 이른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50cm가 넘는 긴 투표용지를 받아들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패스트트랙 논란과 위성정당 난립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초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이러한 꼼수 정치를 왜 염두에 두지 못했는지에 대해 정치권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선거 열기는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이 이어졌고, 경기 불황으로 인해 선거는 뒷전에 놓였다. 개정된 선거법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만 18세 유권자들의 참여도 이번 선거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교가 한 달이 넘게 미뤄지면서 발생한 학업 차질이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만 18세 투표 역시 이번 선거에서 처음 적용되는 것이라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 참여가 어떤 결과를 보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총선 역시 이전 선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정당 간 이전투구 양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된 성과와 실정 그리고 현 경제상황을 둘러싼 설전과 대립은 국민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현실적인 공약을 찾기가 어렵다. 정책 대결이 아닌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구태 선거 전략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성은 일류인데,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있다. 정치에 대한 혐오에 비롯된 말일 텐데, 과연 그럴까. 이 말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정치를 실행하는 건 정치인이지만 그 정치인을 만드는 건 국민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뿌리 깊은 거대 양당 구조는 선거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양당의 권력 나눠갖기식 대결 구도가 발전적인 선순환이 아닌 상대의 실정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보는 퇴보적 악순환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보수-진보로 나눠진 지지층의 맹목적인 ‘팬덤 정치’가 삼류 정치를 만드는데 일조하지는 않았을까.

이번 4.15 총선에서 우리 정치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예측 불가능한 깜깜이 선거가 될 우려가 크지만 그래도 당장 좋은 정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덜 나쁜 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선동적인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 공약을 살펴보고,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투표장에 가서 투표용지에 정확하게 기표해야 한다. 선거에 대한 소홀함과 외면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나쁜 정치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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