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다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5-18 14: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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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이용준 필진(고래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 이용준 고래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변호사로 100여 건이 넘는 형사사건을 수행하면서 어느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사건은 없지만, 가정의 달을 맞아 안타까운 마음에 유독 기억 속에 살아있는 한 사람의 인생이 있다.

피고인은 이미 전과만 32범이었고 보이스피싱의 인출책으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변호인으로 선정된 후 울산구치소에 방문하여 피고인을 접견했다. 접견실로 들어오며 꾸벅 인사를 하는 피고인은 키가 160cm가 채 되지 않은 마른 체형의 왜소한 남성이었다.

어찌된 사연인지 변호인이 묻자 피고인은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어렵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농사꾼이던 부모 슬하에 태어났는데 갓 돌이 될 무렵 부모가 이혼 후 각기 재혼했고, 천덕꾸러기가 된 피고인은 양 집을 오가며 생활하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친과 계모가 “더 이상 너를 한 집에서 키울 수 없다”고 하며 고아원에 피고인을 보냈다고 한다. 10살 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아이인 피고인은 그렇게 부모로부터 버림받게 됐다.

피고인은 고아원에 들어간지 불과 몇 개월만에 도망 나와서 이후 친척 집을 전전하다 사실상 길에서 생활했다. 초등학교도 채 마치지 않고 가진 것도 돌봐줄 사람도 없이 어린 나이부터 혼자 살았기에 남의 물건을 훔쳐서 생활하다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총 전과는 32범, 교도소에서 실형을 산 전과만 8차례에 이르게 됐다.

다만, 그 죄목들은 대부분 수십만원 수준의 절도 혹은 사기를 친 것으로 생계형 범죄가 대다수였다. 제대로 먹지를 못해 배가 너무 고파 남의 집 대문 앞 우유주머니에 배달 우유를 훔쳐마시며 버티기도 했고, 길에 있는 빈병을 모아 팔아서 라면을 하나 사서 생으로 허겁지겁 먹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고개를 숙였다.

정규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자 일당 10~20만원을 지급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했고 특정 지역에 가서 현금을 받아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 그 돈은 보이스피싱으로 인출된 돈이었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된 것이었다.

범죄자가 되는 이유에 대하여 유전적 요인설과 환경적 요인설이 오랫동안 대립해왔다. 필자의 단견으로는 둘 모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유전적 요인은 어차피 통제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환경적 요인은 다르다.

이 사건을 맡아 변호를 하면서 필자는 만일 이 피고인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지 않았고 학교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고 친구들을 사귀며 배움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피고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질렀을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전과기록이 몇 페이지에 달할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피해자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가정과 바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들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들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사전 지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본인의 가정이 화목한지, 주위에 소외되고 버림받은 아이들은 없는지 돌아본다면 우리 사회에 범죄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위 사건에서도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진정 사회적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10살 아이를 집밖으로 내몬 부모들이 아닐까.

접견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피고인에게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지 묻자 피고인은 교도소에서 기술교육을 받아 출소 후 직업을 구하고 남들처럼 하루 세끼 밥을 먹으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답했다. 피고인의 바램이 이뤄지기를, 또 피고인과 같은 불행한 삶이 없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울산종합일보 이용준 필진(고래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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