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를 향한 국민의 좌절과 분노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5-11 12: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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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사람은 일반적으로 좌절을 경험할 때 분노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좌절-공격 이론’이라고 한다. 내가 이뤄야 할 목표가 누군가에 의해 혹은 다른 어떤 것에 의해 방해받아 이루지 못할 때 겪게 되는 심리와 행동이다.

극심한 갈증을 참고 있는 상황에서 빈 우물을 발견한 사람은 물이 없다는 사실에 아주 고통스러워하고 실망하겠지만 분노의 감정까지는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물이 가득한 우물을 발견하고 마시려는 순간 누군가 우물에 실수든 고의든 오물을 쏟아 부어 마실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이는 곧 좌절이 되고 만다.

좌절감을 가진 사람이 극심한 분노와 함께 오물을 쏟아 부은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4월 말부터 시작된 황금연휴를 앞두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하고, 학교 개학을 점진적으로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연휴 기간 코로나 예방을 위해 생활 속에서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수칙을 지켜줄 것을 귀가 닳도록 강조했지만 누군가에게는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연휴 기간 서울 이태원의 클럽에 다녀온 20대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11일 현재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에서만 49명, 전국적으로 75명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클럽 출입자는 5517명으로 확인됐지만 이 중 절반은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했거나 고의로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앞으로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좌절-공격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은 ‘정당화’다. 좌절은 정당화되지 않은 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클럽에 출입한 것은 실수가 아닌 의도적이고 고의성이 있는, 정당화되지 않은 행동이다.

확진자가 다수 나온 클럽들이 성소수자들이 출입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분노와 공격은 성수소자들에게 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는 지난 2월, 국내 첫 슈퍼전파로 기록된 신천지대구교회 집단 감염사태와 많이 닮아 있다. 비상식적인 예배 행위와 집단의 폐쇄성 등으로 인해 신도 명단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역 체계에 큰 구멍이 생겼고, 이를 차단하고 수습하는데 막대한 비용과 행정력이 투입돼야 했다.

이번 클럽 감염 사태 역시 일부 성소수자들의 노출을 꺼려하는 성향과 집단적 폐쇄성으로 인해 감염자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클럽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20~30대 젊은 층이어서 무증상 감염으로 인해 방역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천지교회 신도들과 클럽 이용자들은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과 방역행정, 의료진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줬다. 이 좌절감은 고스란히 코로나 집단 감염에 대한 불안, 경제 손실, 피로감과 스트레스, 개학 연기 가능성, 의료비 등 막대한 사회적 손실과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국민 전체의 안전,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들이 특정 종교집단, 성소수자여서가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무시한 비상식적이고 폐쇄적인 그들만의 이기주의적 행태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방역 시스템이 또 한 번 고비를 맞게 됐다. 종교의 자유와 성소수자의 인권,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공공의 안전 앞에서는 한낱 구차한 변명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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