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모르는 선거법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1-07 09: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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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난 연말 국회에서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제도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협의체가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데, 좀처럼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간단치가 않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인 현재의 국회의원 의석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은 각 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와 정당 지지율 등에 따라 배분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정당은 총선에서 5% 미만의 낮은 후보 지지율로 2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정당 지지율에서는 10%를 얻었다. 국회의원 정수 300석의 10%는 30명이기 때문에 A정당은 지역구 당선자 2명을 뺀 28명석을 할당받아야 하는데, 연동률 50%가 적용돼 A정당은 국회의원 14석이 할당되는 것이다.

지역구 당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소수정당인 A정당으로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야말로 기사회생이나 다름없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의 취지는 거대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전환하고, 정당 지지율에 따른 의석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배분해 국민의 민심을 보다 많이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제가 있지만 거대한 두 축의 양당 체제에서는 소수정당이 국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정치 구조는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양당 체제가 정치를 지배해왔고, 그에 따른 폐해 역시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초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 연동형으로 하려던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지역구 253석은 그대로 두고 비례 47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50% 연동형 비례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비례 의석 전부도 아닌, 굳이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 비례율을 적용한 것은 무엇보다 각 정당간의 이해관계를 절충한 끝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개정안이 당초 취지인 다당제로의 전환과 표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있을까.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비례정당 창당이라는 대안까지 등장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될 거대야당 자유한국당이 비례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역구 의석은 자유한국당이, 비례 의석은 비례자유한국당이 각각 역할 분담을 하고 나서 총선 이후 통합하는 시나리오인데 현실적인 대안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여기에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을 비롯해 기존 정당과는 별개로 종교계, 노동계 등에서도 우후죽순격으로 정당 창당 얘기가 나오고 있다.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선거법을 개정하고, 그에 따른 변칙 대안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과연 얼마나 심사숙고해서 선거법을 개정하게 됐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4월 총선에서 국민 유권자들은 복잡한 선거제도를 통해 지지 후보와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

유권자가 굳이 선거제도를 알 필요 없이 표만 찍어주면 나머지는 정당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식의 논리라면 정말 곤란하다. 국민이 모르는 선거법, 이것이 정말 표심을 대변하고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정치권은 하루빨리 국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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