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헌 고치고 민심 잃었다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11-04 09: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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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치러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를 두고 실시한 전 당원 투표에서 88.64%가 후보를 내는 것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찬성률은 공천을 해야 한다는 전 당원의 의지 표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을 때 정치 혁신의 일환으로 만든 것이다.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공교롭게도 두 단체장 모두 성범죄, 성비위에 연루되어 치러지는 선거다. 게다가 내년 4월에 같이 치러질 울산남구청장 재선거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의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것이다.

집권 여당이 서울, 부산시장 선거를 포기한다는 건 현실정치에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얼마 있지 않으면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당헌 당규를 고쳐서라도 후보를 낼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일련의 과정에서 집권 정치세력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임기 내에 같은 정당 소속의 서울, 부산시장이 나란히 성범죄, 성비위에 연루되어 공백상태를 만든 건 우리 정치사에 없었던 일이다.

지난 4월 부산시장이 성범죄를 시인하며 사퇴했을 때 민주당 당내에서는 당헌을 들어 부산시장 후보 무공천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다 서울시장까지 공석이 되자 당헌을 고쳐서라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 사태를 빚은 민주당이 과연 얼마나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당내에서는 부정부패도 아닌 사안에 후보를 내지 못 하게 하는 규정이 지나치다거나 언젠가는 고쳐야 할 당헌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발 더 나아가 압도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내년 재보궐선거를 겸손하게 선거를 준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치 개혁을 하겠다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만들었다가 이제 와서 당헌은 언제든 고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물론 당헌은 당 내부 규정이긴 하지만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나 다름없다. 그 당사자(국민)는 약속을 믿고 있는데, 먼저 약속을 한 쪽은 내부 사정을 들어 일방적으로 파기한 셈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 민주당이 이번 당헌 개정 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여준 건 성숙한 정치가 아닌 오만과 자만의 모습이다. 서울, 부산시장 공석 사태를 빚은 데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대신 정치 집권을 위한 명분 만들기를 위해 당원 투표를 이용한 것이다. 내년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이후 국민들에게 한 사과에서 진심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민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당헌 개정을 통해 서울, 부산시장, 남구청장 후보는 낼 수 있게 되었지만 제1 여당을 만들어 준 민심은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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