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재의 울산 읽기]자영업도 자영업 나름
[임동재의 울산 읽기]자영업도 자영업 나름
  • 울종뉴스
  • 승인 2013.03.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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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재 논설위원
   
 

한 지인이 얼마 전 피자 가게를 열었다. 이름이 제법 알려진 프랜차이즈 업체이고, 친구 또한 이쪽 일에 어느 정도 경험도 있어 일이 잘 돼서 그런가 싶었다. 마땅히 축하하고 대박을 기원해야 하겠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니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시내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읍내에 차린 피자 가게는 입지가 좋다곤 하지만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1억원이 훌쩍 넘었다. 창업비용도 적잖은 부담이지만 이전부터 해오던 치킨 전문점을 처분하지 못하고 피자 가게부터 차린 게 더 큰 부담이었다. 처음 가게를 오픈하고 몇 년 간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인근에 비슷한 치킨 전문점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이후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가게를 처분하려고 내놓았지만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피자 가게는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서 빌린 돈으로 겨우 마련했다.

‘먹는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돼 버렸다. 잘 되는 집이야 뭘 해도 된다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10가구 중 3가구에 해당하는 28.8%나 된다. 미국 7.0%, 일본 12.3%, 영국 13.9%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영업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쟁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과 경쟁 상황에서 소수의 강자와 다수의 약자 구도가 형성된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영업이 종종 이슈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과 관련해 자영업이 지하경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지하경제 해소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 총생산(GDP)에서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내외로 29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처럼 지하경제 비중이 큰 이유로 조세 부담 급증, 부정부패 수준, 비제도권 노동시장과 규제 등과 함께 높은 자영업 비율과 소득 탈루율을 꼽은 것이다. 국세청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득탈루 규모가 3조600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영업도 자영업 나름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업 가구 수는 459만 가구로, 이 중 30%에 해당하는 생계형 자영업 가구는 연소득이 2609만원으로 한 달 평균 22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자영업자는 소득 탈루율이 높아 지하경제의 주범으로 꼽히는 반면 생계형 자영업 145만 가구는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 등 퇴직자들의 자영업은 아주 열악한 환경이다. 재취업은 힘들고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 없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다 보니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소매점, 음식점 등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 환경도 대형화, 전문화되는 추세여서 창·폐업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자영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진입이 쉬운 점도 독이 될 수 있다. 기왕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단 독창적인 기술이나 전문성,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탈루를 막는 것 못지않게 145만에 이르는 생계형 자영업자와 예견된 실패의 길로 접어들 예비 자영업자를 구제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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