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을 담보로 하는 사회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19-01-10 17: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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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필진(실내환경전문기업 에어림 대표)
임동재 실내환경전문기업 에어림 대표
임동재 실내환경전문기업 에어림 대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비정규직 김용균 씨가 근무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위험에 노출된 작업환경에서 안전 조치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비극적인 사고였다.


그의 유품 중 생전에 미처 먹지 못하고 남긴 컵라면은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협력업체 비정규직의 고단함을 드러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16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서울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 정비작업을 하던 19살의 외주업체 직원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 당시에도 개인 과실보다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관리 소홀이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협력업체(외주업체) 직원의 안전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발의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2년이나 계류되는 동안 이번에 또 다시 같은 사고가 되풀이된 것이다.


2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들끓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이 개정안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사내 도급 금지, 도급인 산재 예방 조치 의무 확대, 안전조치 위반 사업주 처벌 강화, 법의 보호 대상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도금작업과 수은 등 유독성 화학물질을 제조 사용하는 작업에는 사내 도급을 금지하고, 작업 장소와 시설 등에 대한 관리권이 도급인에게 있을 경우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법은 개정됐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인해 이번 법 개정안이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김용균 씨가 근무하던 발전소 정비 업무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작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2년 전 사망사고가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작업도 이번 개정안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법이 강화되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열악한 작업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협력(외주)업체 근로자의 안전은 그 누구도 온전하게 책임지지 못할 것이다.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안전사고에 무방비 노출된 다수 비정규직의 현실을 되짚어 본 것이 소득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김용균 씨와 같은 희생을 담보로,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희생이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문제는 그 변화가 아주 더디다는 점이다.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필진(실내환경전문기업 에어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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