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필(必) 환경’, 환경을 바꾸는 작은 불편

김승애 기자 / 기사승인 : 2019-01-03 13: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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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비 트렌드 ‘제로웨이스트’ 운동

등껍질에 박힌 쓰레기 때문에 고통 받는 바다거북이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바다로 흘러들어온 쓰레기의 90%는 플라스틱임을 증명하듯 일회용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 경고할 정도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하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필환경’은 또 하나의 흐름이자 생존을 위한 소비다.

간편함·일회용품에 중독된 대한민국
텀블러부터 의식주 문화까지 변화
환경 위한 글로벌 트렌드로 가속화돼야



#플라스틱프리 #제로웨이스트운동 확산


▲지난해 4월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판매를 중지했다.
▲지난해 4월 환경부는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판매를 중지했다.

썩지 않는 물질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터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1만m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비닐봉지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매년 세계 재활용 쓰레기 절반을 사들였던 중국도 수입을 멈췄다. 그제야 대한민국도 부랴부랴 커피점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판매를 중지했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플라스틱 문제는 인간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소비하는지 바로 보여준다. 비닐봉지부터 페트병, 포장재까지 간편함을 핑계로 우리 생활에서 사용 중인 플라스틱이 넘쳐난다. 플라스틱 때문에 매년 거북이는 10만 마리, 새는 100만 마리가 죽는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잘게 부서져 생물들이 먹고, 먹이사슬에 따라 축적된다. 결과적으로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먹는 우리 몸속에도 쌓이고 있다.


세계의 생존을 위한 ‘필환경 시대’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간단하게는 생활 속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답으로 꼽힌다. 유럽에서부터 퍼진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우리나라의 #플라스틱프리챌린지 캠페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캠페인은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패스가 공동 기획한 것으로, 카페 이용 시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1개당 1000원이 적립되며 캠페인을 통해 모인 수익금은 제주패스의 제주도 환경 보전 활동과 세계자연기금에 기부된다. 현재 1만명이 플라스틱프리챌린지에 동참했다.


▲SK이노베이션 이정묵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는 아.그.위.그 챌린지 인증 사진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며 챌린지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이정묵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는 아.그.위.그 챌린지 인증 사진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며 챌린지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SK이노베이션은 아.그.위.그 챌린지(I green We green Challenge)를 통해 환경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아그위그 챌린지’는 텀블러 및 머그잔 사용을 인증하는 캠페인 참여자 수만큼 맹그로브 나무를 식수하는 기업형 사회공헌캠페인이다.



NO 플라스틱 일상, 번거롭지만 즐겁다
“포크는 안 주셔도 괜찮아요”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의 첫 번째 단계다. 포장한 샐러드는 집에서 준비해간 그릇과 포크로 먹었다. 편리함의 상징인 배달 음식을 먹었지만, 설거지를 하는 번거로움이 남았다. 서울시민 1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0.94kg이며 기자가 사는 2인 가구 가정의 재활용 쓰레기는 25L가 나왔다. 플라스틱·비닐·스티로폼·캔 등 배달음식과 카페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재활용 쓰레기가 넘쳐났다.


체험을 시작하면서 무분별한 소비를 깨달았다. 하루에도 평균 4개 이상의 화장솜과 2개의 면봉을 사용하다가 클렌징 제품을 바꾸면서 쓰레기를 줄였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침에는 귀찮음이 밀려왔다.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품 컵 판매가 금지되면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품 컵 판매가 금지되면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텀블러와 머그잔 등 일회용컵 대체 상품 판매량이 1년 전에 비해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텀블러와 머그잔 등 일회용컵 대체 상품 판매량이 1년 전에 비해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점심시간에는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갔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텀블러 할인이 300~500원 정도 적용된다.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의 경우 빨대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리드 컵도 도입했는데 이후 개별 매장으로 출고되는 플라스틱 빨대의 양도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카페가 아니라 회사에서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면 커피 봉지가, 과자를 먹으면 과자 봉지가 나왔다. 이렇게 되니 단순한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배달음식보다는 집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간식은 최소한으로 먹게 됐다.


▲마트에 진열된 대부분의 제품 모두 비닐로 포장된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마트에 진열된 대부분의 제품 모두 비닐로 포장된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한 번은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장바구니를 가져오지 않은 게 생각났다. 어쩔 수 없어 손에 다 들고 가려니까 시장 상인이 아무렇지 않게 비닐봉지를 꺼내 담아주셨다. ‘비닐봉지를 쓰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손에 들고 왔지만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준비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간 체험해본 결과 걷기만 해도 쓰레기가 생겼다. 쉽고 잦은 소비가 쓰레기를 늘린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체험 기간 중 사용한 텀블러, 손수건, 밀폐용기는 정말 유용하게 느껴졌다. 일회용품이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플라스틱이 50~80년, 비닐봉지는 100년, 스티로폼은 500년 이상이라고 한다. 만약 이렇게 내 시간을 들여 환경을 지킬 수 있다면 앞으로도 실천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존 위한 ‘에코 캠페인’ 모두 참여해야
환경을 생각하는 움직임은 의식주 문화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이미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의류인 ‘컨셔스 패션’으로 환경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다. 컨셔스 패션은 소재 선정에서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으로 생산된 의류와 그런 의류를 소비하고자 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주 소비층인 18세~24세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징은 소유보다는 공유를 선호하고, 경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컨셔스 패션에 대한 구매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환경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환경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도 상품 생산 과정에서 동물 복지·환경 보호를 위한 옷을 선보인다. 글로벌 SPA브랜드 유니클로는 매장과 지역사회·임직원 등 중점 영역을 설정해 지속 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상품 영역에서 동물 복지를 고려해 모피를 사용하지 않으며 양에게 채취하는 ‘모헤어’의 사용도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환경 보호 및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도 책임 있는 원재료 확보와 자원 절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물 윤리, 생태계 보호,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채식을 실천하는 비거니스트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비건과 채식 인구도 150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측할 정도다. 가볍고 쉽게 소비되던 기존 환경문화가 점차 해체되고 있다. ‘필환경’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관심뿐만 아니라 세계의 심리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김승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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