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참 의미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18-12-14 1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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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황선숙 필진(칸타레중창단 회장)
황선숙 칸타레중창단 회장

한해가 다 저물어가는 12월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많은 생각들로 만감이 교차되는 시간. 올 한 해도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느라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후회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음악이 좋아서, 잘해서가 아니라 내가 음악을 좋아하게 돼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노래 부르듯 말하곤 한다.


여러 많은 취미가 있겠지만 그나마 신이 주신 달란트가 음악이라서 그걸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초등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우연히 합창반에 들어가서 함께 부르면서 천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피아노가 귀했던 그 시절. 피아노가 있던 교회에 나가 찬송가를 따라 부르며 어깨너머로 더듬더듬 반주를 배우고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배워서 더 친해진 것 같다.


이런 계기로 좋아하는 음악의 길에 접어들어 오랜 기간 음악학원을 하면서 느낀 것이 내가 알고 좋아하는 걸 뭔가 사회에 환원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같은 뜻을 가진 지인들과 중창단을 만들었다.


그저 노래가 좋아 사람이 좋아 매주 모여서 연습해서 봉사한지도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넘었다.


각기병원, 요양원, 보육원, 학교 교육청학부모연수음악회, 옹기축제, 구치소, 부산교도소 등등


가곡부터 건전가요, 동요, 소위 말하는 뽕짝(?)까지 여러 장르의 노래를 연습해 음악봉사를 다니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바로 몇 해 전부터 지인의 소개로 찾게 된 부산교도소다.


1300명 우리나라에서 죄질이 나쁜 재소자들이 많이 운집해 있다는 곳. 그 중 에서도 문제 많은 재소자 400명을 교도소 측의 배려로 올해도 찾아갔다.


무거운 쇠창살로 된 문을 여러 번 통과 할 때마다 '철커덕 철커덕' 압도된 분위기에 뭔가 살벌하고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


검정색 군복을 입은 교도관, 소위 그곳에선 '지옥의 사자' 라 불린다.


질서정연하게 들어오는 그들은 순간에 뭘 잘못하고 실수해 이곳에 와있는 진 모르지만 초점 없이 쳐다보는 눈과 떨궈진 얼굴에서 많은 비애를 느꼈다.


1시간을 연주하면서 처음엔 쳐다보기조차 두려웠다. 뭔가 경계하는 눈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 같아 마주치기가 두려울 정도였지만 몇 곡이 지나 친근해진 곡이 나올 땐 굳게 다문 입에서 조금씩 따라하는 입모양도 보였고 고향의 봄같이 옛날을 상기하는 곡을 다 같이 부르자고 유도할 때면 곳곳에 눈물을 훔치는 광경도 보였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처음 엄마뱃속에서 태어날 땐 어느 집 귀한 아들로 태어났을 텐데 지금은 차디찬 독방과 한더위 찜통 같은 감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재소자들.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 하지 않았던가?


교도소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억울하게 누명쓰고 옥살이 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고 한다.


죄의 잣대를 누가 정한건지?


물론 법이란 테두리 안에서 정한 것이긴 하겠지만 그 법 또한 인간이 만든 것.


'빈익빈 부익부'라고 외치던 한 죄수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들 중 50년 이상을 재범해 내 집 드나들 듯 들어온 사람들과 전과자라는 오명으로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들어오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이 사회가 과연 저들을 위해 바른 길잡이로 어떻게 뭘 해야 하는 건지 많은 안타까움에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이들에겐 오늘 같은 날이 명절보다 좋은 날이란다.


냉, 난방이 된 곳에서 별 간섭 없이 편히 앉아서 우리가 준비해간 간식도 특별보너스이고 한 시간이나마 즐길 수 있어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란다.


혹자는 그런다. 나쁜 죄 짓고 들어간 사람들이 무슨 대접을 받을 거냐고.


물론 죄는 나쁘다. 하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인간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또는 피치 못할 말 못할 사정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죄의 잣대를 잴 수는 없지만 같은 인간이라는 존엄성마저 무시하는 건 아닐 듯 싶다.


죄를 지었으니 벌은 당연히 받아야겠지만 돌아가면 귀한아들, 아버지, 내 친구, 오빠, 동생들일 텐데 여기서 갱생의 시간이 돼 다시 새 출발해서 인간답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아는 어느 지인께선 여기서 30년째 무기수 여러 명을 출소 후 사회적응을 위해 매달 몇 번씩 사식과 함께 기술을 배우도록 적극 도와주신다.


또한 이곳 교도소에선 대부라 불릴 만큼 사업해서 번 돈으로 여기 재소자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다는 교도소장님의 말씀에 가슴 한 켠에서는 ‘참봉사란 이런 게 아닐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물론 있는 자들이 남 속여서 사기범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내가 많이 가졌다고 다 베푸는 건 아닐 것일 진데, 어떤 모양이던 형태이던 나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내년 봄에 또 와줄 수 있냐는 교도소장님의 부탁에, 작게나마 우리가 하는 노래 속에서 평안을 얻고 작은 변화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하늘마저 잿빛이다.


공교롭게 이날 부른 노래 중 한곡이 계속 걸린다.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어'


이 곡을 들은 그들도 곧 날아가 자유롭기를 기대해 본다.


울산종합일보 황선숙 필진(칸타레중창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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