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속, 그때 골목을 옮겨놓다 ‘대연동 문화골목’
대학로 속, 그때 골목을 옮겨놓다 ‘대연동 문화골목’
  • 김승애 기자
  • 승인 2018.11.21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대연동 문화골목'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 역에서 내려 부경대 쪽으로 가다가 두 번째 블록에서 왼쪽으로 꺾어 100m 정도 걸으면 문화골목이 보인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 역에서 내려 부경대 쪽으로 가다가 두 번째 블록에서 왼쪽으로 꺾어 100m 정도 걸으면 문화골목이 보인다.

삶이 힘겨울 때 우리는 행복했던 과거를 상상한다. 지금은 귀해진 과거의 산물을 보고 듣고 느끼며 추억을 그리워한다. 부산 경성대‧부경대역에 있는 ‘대연동 문화골목’은 2004년 주택가의 건물을 매입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훼손되지 않은 외관으로 발길을 사로잡는 부산 ‘대연동 문화골목’을 소개한다.

기존 건물을 그대로 살린 친환경 건축방식

신비롭고 독특한 분위기로 관광객 이끌어

동서남북 뚫려있는 ‘소통’위한 인테리어

대연동 문화골목은 최윤식 건축가가 대연동 주택 5채를 매입해 기존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살린 채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연동 문화골목은 최윤식 건축가가 대연동 주택 5채를 매입해 기존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살린 채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겨운 골목 안에서 감성을 풀다

골목.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골목은, 수많은 길이 이리저리 엉켜있다. 직접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발길이 내닫는 대로 걷다 보면 재밌는 곳을 발견하듯 골목은 어릴 적 놀이의 공간이었다. 골목은 어린아이의 놀이터이자 아주머니들의 광장이었다. 이런 골목은 귀해지고 도시에서 가장 조용한 곳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 정겨움의 골목을 재현해 놓은 곳이 부산에 있다. 흔히 ‘대연동 문화골목’(부산 남구 대연동)이라 불리는 장소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 역에서 내려 부경대 쪽으로 가다가 두 번째 블록에서 왼쪽으로 꺾어 100m 정도 걸으면 문화골목이 보인다. ‘문화(文化)골목’ 표지판이 있어 다들 관심을 보이며 들어간다.

대연동 문화골목은 최윤식 건축가가 2004년 대연동 주택가의 주택 5채를 매입해 담을 허물어 기존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살리고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2008년 개관해 운영되고 있다. 햇수로 10년째 운영되고 있지만 어느 공간 하나도 촌스럽지 않다. 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면 형형색색 가게들이 가득하지만 그리웠던 공간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문화골목 안은 연극을 볼 수 있는 소극장과 갤러리, 커피숍, 와인바, 라이브카페, 주점 등 8곳의 개성 있는 가게들로 이용되고 있다.

오래된 자전거와 녹슨 고철, 철 계단처럼 이제는 사용하지않는 낡은 것이 인테리어가 된다.
오래된 자전거와 녹슨 고철, 철 계단처럼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낡은 것이 인테리어가 된다.
'대연동 문화골목'은 동서남북 어느 곳이든 뚫려 있어 자유롭게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대연동 문화골목'은 동서남북 어느 곳이든 뚫려 있어 자유롭게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특별하게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방법

동서남북 어느 곳이든 뚫려 있어 자유롭게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간다. 우리가 알던 골목을 그대로 닮았다. ‘응답하라 1988’의 소재가 됐던 쌍문동 골목처럼 문화골목을 처음 봤을 때도 그동안 내가 걸었던 수많은 골목길들이 떠올랐다.

가장 넓은 북쪽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면 맨 먼저 사람 키 정도의 큰 목어가 머리 위에서 손님을 반긴다. 이어 오래된 자전거와 녹슨 고철, 철 계단처럼 이곳에서는 낡은 것이 대접받는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오래된 것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골목을 쭉 들어서면 문화골목을 설명해놓은 표지판에 먼저 눈이 간다. 총 8곳의 공간의 설명이나 장소를 손 글씨로 써놓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문화골목 사람들의 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지 건물과 건물 사이가 멀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건물 사이 틈은 길이 되고 또 하나의 공간이 된다. 한참을 구경하다 보면 왔던 길이 어디인지 출구를 못 찾아 미로같이 느껴진다. 이런 신비롭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사진작가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밤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기 때문에 전구로 반짝반짝 골목을 비춘다. 건축부터 소품까지 재활용한 덕분일까. 2008년엔 기존 조경과 수목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폐건축자재를 재활용해 앞으로 부산이 지향해야 할 도시재생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잠시 쉬어가는 골목 바깥의 나무가 안으로 들어와 훼손되지 않고 다시 밖으로 빠져나간다. 자연 상태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친환경 건축 의도가 느껴진다.

1층 전체를 돌아보면 골목을 지키고 있는 꽃집 ‘포레’가 있다. 문화골목 속 자연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꽃구경을 하고 난 뒤에 길을 따라 들어가면 ‘차를 나눠 마시는 친구’란 의미의 커피숍인 ‘다반’(茶伴) 도 있고 일본식 주점 ‘몽로’, 동동주와 고추전을 파는 아담한 주점 ‘고방’도 있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힘든 철제 우체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힘든 철제 우체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대연동 문화골목 1층에 있는 카페 '다반'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대연동 문화골목 1층에 있는 카페 '다반'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하루를 쏟아도 아깝지 않은 공간

문화골목 곳곳을 돌아보고 있으면 남녀노소 각자 다른 방식으로 문화골목을 즐긴다. 연인들은 1층 예쁜 카페에서 셀카를 찍고 할머니와 손녀는 오래된 기왓장과 가마솥을 보며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1층에서 철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1만8000장의 LP판과 CD로 벽면을 가득 메운 라이브 카페 ‘노가다’(老歌多)를 만난다. 노가다란 ‘오래된 음악이 많다’란 의미. 주변에 있는 다른 소품들도 예사롭지 않다. 오래된 구형 영사기에 ‘년소자 관람 불가’ 선간판도 눈에 들어온다. 가게에 들어서면 수많은 LP판이 진열되어 있는 독특한 카운터가 눈에 띈다. 입구에 놓여있는 종이를 가져가 신청곡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하면, 곧 본인이 신청한 음악이 가게에 울려 퍼진다. 그 바로 옆으로는 ‘부엉이집’이 있다.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스럽다. 소소한 분위기에서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샐러드를 곁들일 수 있는 가게다. 두 가게는 문화 골목 2층에 위치하고 있다.

'대연동 문화골목'의 '용천지랄 소극장'에서 연극을 볼 수 있다.
'대연동 문화골목'의 '용천지랄 소극장'에서 연극을 볼 수 있다.

‘노가다’ 맞은편에는 80석의 객석을 갖춘 ‘용천지랄’이라는 소극장도 있다. ‘용천지랄 소극장’은 세상에 대한 일체의 눈치도 간섭도 없이, 입에 거품을 물고 세상의 지축을 흔들며 하늘로 솟구치려는 용의 몸짓처럼 야단법석인 그런 연극을 하는 소극장을 말한다.

용천지랄 소극장에서는 현재 ‘달동네’라는 연극을 하고 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사랑이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여든에서 백 명 남짓 앉으면 자리가 꽉 차는 정겨운 소극장. 친근해서 살가운 극장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서 좋고, 지루하지 않게 간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을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건너편 3층 옥상에는 공연하러 내려온 배우들에게 빌려주는 게스트 하우스 ‘선무당’이 있다. 앞에는 큰 종탑이 있는데 이곳은 문화골목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문화골목은 대학로 안에 있어 그저 지나치는 곳이라 생각하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반나절 이상 투자하기를 추천한다. 문화골목에 들어서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연극이든 라이브카페든 문화골목을 즐기며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소중한 사람과 걷기 좋다. 남몰래 이 공간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문화골목의 하루는 깊고 길었다.

김승애 기자


이 시각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