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조차 추억이 되는 아날로그 사진관 ‘그리다’
기다림조차 추억이 되는 아날로그 사진관 ‘그리다’
  • 김승애 기자
  • 승인 2018.10.31 16: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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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아날로그를 찾다

우리는 하루에도 포털사이트를 열어 무엇인가를 검색한다. 원하지 않더라도 셀 수 없을 정도의 정보를 얻는다. 세상은 너무 간편해지고 있다. 지식의 폭은 넓어지고 삶의 속도도 빨라졌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2% 부족하게 느껴진다.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을 때 기억 속으로 잊혀진 아날로그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아날로그의 유행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아날로그의 반격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상에서 제공하는 무형의 서비스와 관계의 피로함을 느낀 사람들이 과거 아날로그의 확실한 행복을 다시 찾고 있다.

느리지만 정성스러운 ‘추억 속 흑백사진’ 재현

진입장벽 낮아 일상을 담는 사진관 되고 싶어

◆행복한 표정을 주문하는 특별한 사진관

'그리다 울산점'은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1층에 위치해 있다.
'그리다 울산점'은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1층에 위치해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고화질, 선명한 색감의 사진을 얻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3분 만에 찍는 증명사진, 디지털카메라에서 탈피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찍으면 색다른 경험이 된다. 오래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정성스러운 행위, 그리고 사진이 나오기 전 잠깐의 기다림에서 우리는 잊지 못할 사진이 생겼다고 느낀다.

아날로그에 대한 높은 관심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필름카메라와 필름 사진, 그중에서도 흑백필름 사진에 대한 인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울산에도 40대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20대에게는 신선함을 가져다주는 ‘흑백사진관’이 있다.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는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를 연결하는 통로에 위치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관을 찾았다.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 내부에는 직접 촬영한 흑백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은 그대로 살아있다.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에서 직접 촬영에 쓰는 사진 장비.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1층에 있는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가 바로 그곳이다.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는 부산 중구 남포동과 서면에 1호점과 2호점을 두고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 영플라자에 3호점을 개업했다.

장소는 협소하지만, 롯데백화점과 롯데 영플라자를 연결하는 통로에 있어 사진관에는 오후 6시 이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사진관에 들어서면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흑백사진들이 가득했고 저절로 ‘사진 찍고 싶다’ 생각이 든다.

가격표는 간결하다. 모든 촬영은 당일 방문 접수로 이루어지며 디지털 흑백사진은 1인 5000원, 3만원 이상 결제하면 지갑용 사진을 무료로 인화해준다.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 이왕수 대표.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 이왕수 대표.

‘그리다 울산점’을 운영하는 이왕수 대표는 ‘그리다 서면점’이 시작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진관 일을 하게 됐다.

남포동 국제시장에 먼저 창업한 동생은 처음에 백화점 입점을 반대했다고 한다. 백화점 입점은 곧 사진을 상업화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저는 흑백사진관 ‘그리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었어요.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흑백사진관이지만 ‘그리다’는 다른 관점에서 손님들에게 다가가면 좋겠다 생각해서 사진관 분점을 만들게 됐죠”

사실 사진관은 일반적으로 친숙한 공간은 아니다. 무조건 웃어야 하고 정적인 자세로만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에 사진관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이 대표는 그런 고정관념을 탈피한 사진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관이라고 하면 특별한 날에만 간다는 인식이 강해요. 하지만 ‘그리다’는 그런 진입장벽을 낮추는 사진관이 되고 싶어요. 사진관 모토가 ‘평범함이 평생’이기 때문에 일상이나 평범함을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과정도 너무 즐거웠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25일 흑백사진을 촬영하러 온 손님이 자신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25일 흑백사진을 촬영하러 온 손님이 자신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연인과 300일 기념사진을 촬영하러 그리다를 방문한 김연희(22) 씨는 “롯데백화점이 집 근처라 방문했다가 기념사진을 찍으러 왔다”며 “평범한 300일이 될 뻔했는데 흑백사진으로 남기니까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문사 사진기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만져보긴 했지만, 남들처럼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는 여느 사진관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사진의 질도 중요하지만 손님과의 소통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편안한 대화를 최대한 나누고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찍으려 노력해요”

울산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평일에는 15팀, 주말에는 40팀에서 많게는 45팀이 사진관을 찾아온다. 연령대도 정말 다양하다. 모녀나 가족 단위 손님이 많고 50~60대 어르신 혼자 오시는 경우도 있다.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이 흑백사진 촬영 전에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이 흑백사진 촬영 전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20대는 흑백사진의 매력에 신기해하고 어르신들은 흑백사진을 보며 옛날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흑백사진 같은 아날로그 형식은 디지털보다 더 따뜻해요. 사진도 자료화해서 보면 느낌이 반감되고 좋은 사진을 구분하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손으로 직접 만지고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사진 한 장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 소중함 때문에 저희 ‘그리다’를 찾아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근대흑백사진관 ‘그리다’를 단순한 사진관이 아니라 평생 가져갈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다는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에요. 사진관을 재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재방문 손님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아무래도 울산점은 백화점 통로에 있어서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은 사진관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요. 한 번쯤은 부담 없이 그리다에서 일상의 추억을 남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승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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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자 2018-11-01 10:19:51
너무좋은기사예요. 오랜만에 남편과 자녀들 데리고 사진관 방문해봐야겠어요. 혹시알까요? 기다림이 잊지못할 추억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