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역사 속 브로맨스가 만들어낸 합작’
[공작] ‘역사 속 브로맨스가 만들어낸 합작’
  • 김승애 기자
  • 승인 2018.08.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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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리뷰
▲공작 포스터. [사진제공 = 네이버 영화]

공작: 1. 물건을 만듦. 2. 어떤 목적을 위하여 미리 일을 꾸밈. 영화 ‘공작’은 무엇을 만들었는가, 또 박석영(황정민)과 리명운(이성민)은 무엇을 위해 ‘합작’하였는가.

1993년 북한의 핵 개발을 둘러싼 한반도의 위기가 찾아온다. 당시 정보사 소령 출신이었던 박석영(황정민)은 안기부에 스카우트 돼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한다. 이후에 북핵의 실체를 남한에 알리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박석영에게 임무를 하달한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대통령 외에는 흑금성의 존재를 가족조차 모른다. 결국 박석영은 다년간의 노력으로 북측 고위간부 리명운과 관계를 맺고 북의 최고위층과도 만나게 된다. 그의 정체를 들키냐, 마느냐의 서스펜스가 주먹질 한 번 없이, 계속된 총성도 없이 끝까지 영화를 이끈다. 액션없는 첩보영화는 극의 긴장감을 더 고조시켰다.

공작은 ‘흑금성 사건’을 충실하게 영화화했다. 영화 공작은 앞서 말한 ‘흑금성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가 주도한 이른바 ‘북풍 공작’ 중 하나이다. 당시 안기부는 박채서 씨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한 공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1998년 3월 안기부 전 해외실장 이대성 씨가 국내 정치인과 북한 고위층 인사 간의 접촉내용을 담은 기밀문서를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일명 ‘이대성 파일’이라 칭하는 문서에는 대북공작원 흑금성의 활약상이 들어 있었는데, 특히 1997년 대선 당시 북한 관련 정보가 어떻게 선거와 정치에 이용됐는지를 드러내는 국가 1급 비밀이었다. 결국 ‘이대성 파일’에서 공개된 흑금성이 박채서 씨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대북사업은 북측의 반발로 전면 중단됐다.

최근 들어 계속해서 나오는 남북 소재 영화들에 질린다 싶었는데 ‘공작’을 보니, 아직 분단이라는 테마로 더 많은 이야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피 튀기는 액션장면 없이 한국 첩보 장르가 가지고 있는 클리셰들을 무너뜨린다. 영화는 단순히 정치적이지만, 배우들의 심리전으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사실 비중을 따지자면 ‘흑금성 사건’보다 박석영과 리명운, 두 남자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그들이 속한 국가와 기관의 대의를 위해 일하는 둘은 넘지 못할 벽에 부딪힌다. 특히 박석영이 북에서 남한으로 돌아갈 때 리명운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칭 북에서 유일하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를 공부했으니 죽이기야 하겠냐는 것. 리명운은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안 이상 국민들의 굶주림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박석영의 저의를 알면서도 거래를 한다. 이것은 리명운에게도 공작인 셈이다. 목적은 서로 달랐지만 ‘도의(道義)에 근거(根據)를 두고 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마음’ 호연지기를 내세우는 두 배우의 연기는 탁월했다.

윤종빈 감독은 대한민국 첩보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북 공작원 ‘흑금성’을 이용해 그동안의 남북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결국 박석영과 리명운, 그리고 북 위원장(기주봉)의 뜻은 체제의 유지보다 남북의 도의(道義)를 위함이었다. 쉬리(1999)와 공동경비구역JSA(2000) 이후 가장 인상 깊게 남을만한 ‘분단 장르’의 한 작품이 될 것 같다.

[한줄평가] 생소하지만 친절한 한국형 첩보 스릴러 (★★★★☆)

김승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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