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죽어도 누가 아나”
“자다 죽어도 누가 아나”
  • 오성경 기자
  • 승인 2018.06.26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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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n 울산- 독거노인 김수용 할머니
창 밖이 그리운 할머니… 거동이 불편해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할머니는 매일 창 밖을 바라보며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다.
창 밖이 그리운 할머니 거동이 불편해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할머니는 매일 창 밖을 바라보며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만원 남짓한 노령연금으로 생계를 힘겹게 이어가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큰 아들 걱정이 제일이라는 김수용(91) 할머니. 나이가 들어 이젠 귀도 어두워지고 다리에 근력은 떨어져 거동이 불편하지만 그런 할머니에게 본인보다 더 먼저인 큰 아들이 있다. ‘척추결핵’으로 현재 병원생활만 2년이 다 되가지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가볼 수조차 없다. 28살 남편을 여의고 혼자가 된 김수용 할머니는 장생포에서 생선장사를 하며 5남매를 키웠으나 지금 할머니를 찾아오는 자식은 둘째 딸 뿐이다. 이렇듯 할머니는 찾아주는 이 없는 집 안에 갇혀 외로움에 하루하루를 보내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생선장사하며 홀로 키워낸 5남매
‘척추결핵’으로 병원신세 큰 아들
쓸쓸한 독거노인, 외로움과의 사투

◆ 노령연금 20만원으로 생계 유지
노령연금 20만원 남짓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수용(91) 할머니.

나이 탓에 다리에 근력을 많이 잃어 거동조차 불편해져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다. 병원을 찾아가도 매번 돌아오는 답은 ‘근력을 잃어서’라는 말 뿐이었고, 특별한 병명이 있는 것이 아니여서 통증이 심할 때는 고작 진통제 한 대 맞고 돌아오는 일이 태반이라고 했다. 할머니의 다리 상태는 당장 집 앞 공원을 가는 것 조차 힘들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 없인 혼자 끼니를 때우거나 살림을 하기가 힘들다.

28살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가 된 할머니 슬하에는 5남매가 있다. 젊은 날 그저 자식생각에 장생포에서 생선장사를 하며 고래고기나 갈치 등을 팔아 5남매를 키워냈다. 그런 할머니에게 찾아오는 자식은 오직 둘째딸 뿐. 하지만 둘째 딸도 30대에 남편을 잃고 홀로 생활선에 뛰어들어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해 이런 어머니를 챙기기가 버거운 현실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지원되는 하루 한끼 도시락을 제공받아 그 마저도 점심 저녁으로 나눠드시고 계신다. 이런 할머니가 노령연금 20만원 남짓한 돈으로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세, 가스비를 감당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유일하게 할머니를 찾아오는 둘째 딸도 30대에 남편을 잃고 홀로 생활선에 뛰어들어 어머니를 챙기기가 버거운 현실이다.
유일하게 할머니를 찾아오는 둘째 딸도 30대에 남편을 잃고 홀로 생활선에 뛰어들어 어머니를 챙기기가 버거운 현실이다.

◆ 앞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큰 아들
할머니의 집은 현재 큰 아들 명의로 된 자가다. 어려운 살림에 자가라는 것이 천만 다행이지만 큰 아들 명의로 된 이 집에는 10여 년 전 담보대출 1000만원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큰 아들은 수년전 이혼 후에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지내왔으나 현재 ‘척추결핵’에 시달려 2년 가까이 병원신세를 지고 있고, 완치가 힘들다고 한다. 또 ‘척추결핵’때문에 큰 아들 또한 거동이 불편해 퇴원 후에도 일상생활이 힘들다.

이에 할머니는 담보대출 1000만원과 앞으로 퇴원 후의 큰 아들의 병수발이 걱정이다. 지금에야 큰 아들이 아프기 전에 들어뒀던 보험으로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사실상 홀로 지내기에도 빠듯한 현실에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다.

큰 딸과 막내 딸은 지병있는 남편 때문에, 둘째 아들은 제 벌어먹고 살기도 벅차서 등등의 이유가 있지만 할머니는 그럼에도 자식걱정에 늘 잠 못 이룬다고 했다. 또 할머니는 아들이 보고싶어도 불편한 거동 때문에 갈 수가 없었고, 홀로 집 안에 갇혀 외로움과 사투했다.

최근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지원되는 도시락. 이 마저도 점심, 저녁으로 나눠 먹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지원되는 도시락. 이 마저도 점심, 저녁으로 나눠 먹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 “자다 죽어도 누가 아나”
이 와중에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자식들도 돌보지 않는 할머니를 이웃집 아주머니가 오며가며 챙겼다.

이웃집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어느 날 오랜만에 할머니 집에 들렸더니 아프신 채로 혼자 누워계셨어요. 식사도 못 챙겨 드시고 힘없는 채로 불러도 대답만 하셨어요”라며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못내 서러웠는지 눈시울을 붉히며 “젊어서 누가 자기 아플 줄 아나, 막상 나이 들어보니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이제는 자다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고 넋두리를 쏟았다. 덩달아 이날 찾아온 둘째 딸도 “우리엄마는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처럼 할머니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속에서 홀로 버텨내고 있다.

글=오성경 기자
사진=박기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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