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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이안’ 빛의 향연에 흠뻑 취해보자베트남 여행 1. ‘호이안’
신섬미 기자  |  ujsm@u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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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7일  1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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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직장인에게 휴가란, 고된 훈련에 지친 군인들에게 보급되는 건빵 속 별사탕과 같은 달콤함이 아닐까. 어디로 가야할지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일부터 한여름의 달콤함은 시작된다. 올해 휴가는 한국인들에게 떠오르는 여행지인 베트남 ‘다낭’으로 정했다. 다낭을 찾는 국내 관광객이 늘었다는 뉴스와 함께 주변에서도 다낭을 다녀온 지인들이 늘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낯선 도시일뿐이었다. 하지만 낯설기에 더욱 기대되는 그곳, 베트남 다낭으로 떠나보자.

베트남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작은 도시 ‘호이안’
고즈넉한 오래된 가옥들, 옛 공간 완벽하게 보존 

추적추적 비 내리는 다낭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 첫 목적지는 다낭이 아닌 다낭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호이안이다. 호이안은 다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들리는 도시로 나 역시 그곳에서 3일을 보내기로 했다. 

떠나 오기 전 리조트에 미리 공항 픽업 서비스를 예약해둬 늦은 새벽이었지만 직원이 마중 나와 있었다. 다낭에서 호이안까지 택시로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택시비 흥정으로 눈치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픽업 서비스를 선택했다. 새벽녘이라 한적한 도로를 30분 가량 달려 3일 동안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아직 이곳이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실감나지 않았다. 잠시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어느새 조식 시간에 맞춘 알람이 울렸고 눈을 뜨자 창문 밖으로 베트남의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은 8월부터 1월까지 우기 기간인데다 새벽에도 비가 내렸기에 날씨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기우였다. 

   
 

조금 이른 오전시간, 정신없이 준비를 마치고 리조트를 나서자 ‘빵빵’ 울려대는 시끄러운 경적소리에 베트남이 실감 났다.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먼저 적응해야할 것은 바로 이 경적소리가 아닐까. 자동차보다 오토바이를 더 많이 몰고 다니는 베트남 사람들이기에 어디를 가도 오토바이 물결을 피할 수 없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엉킨 도로를 거닐 때면 5초마다 뒤에서 경적이 울려대 짜증지수를 높인다. 여행 초반에는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는데 현실에 돌아오니 그 경적소리마저 그립다.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거리에 들어서자 베트남 전통모자 논을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를 수레에 싣고 다니는 장사꾼을 만났다. 그녀는 다짜고짜 우리에게 다가와 “해피아워 해피아워”하며 모자를 보여줬다. 여행 오기 전부터 베트남 전통모자 논에 관심이 있었기에 가격을 묻자 이미 알아간 정보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른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아 미안한 기색을 비추며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녀는 끈질겼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수레를 두고 한참까지 쫓아왔다. 그녀는 우리 일행이 오늘 첫 손님이라며 더 싼 가격에 주겠다고 흥정을 한다. 

이렇듯 베트남 여행은 흥정으로 시작해서 흥정으로 끝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디서든 처음 부르는 가격대로 물건을 산다면 그야말로 ‘호구’가 되기 쉽다. 처음에는 머뭇거리지만 이틀째부터는 자연스럽게 ‘디스카운트!’를 외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친 사람들도 종종 있으니 너무 과한 흥정은 금물. 그렇게 10분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그녀의 눈망울에 져버렸다. 베트남 전통모자 2개를 한국돈 5000원에 구입했다. 처음 부른 값보다 꽤 깎인 금액이었다. 

   
 

다양한 문화 공존하는 ‘올드타운’
호이안의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올드타운(구시가지)이다. 호이안은 6세기 중엽 이래 인도·포르투갈·프랑스·중국·일본 등 여러 나라의 상선이 기항했고 ‘바다의 실크로드’라 불리며 무역도시로 번성했다고 한다. 

   
▲ ▲여러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호이안 ‘올드타운’

수백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는 올드타운은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복고적인 분위기가 매혹적이다. 199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그 아름다움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인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올드타운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종합입장료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입장권 확인을 중구난방으로 하고 들어가는 길도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어 굳이 표를 사지 않아도 충분히 입장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입장료 구매를 권하는 이유는 유네스코로 지정된 올드타운의 관리를 위함이다. 1인 6000원의 입장권을 구매하면 호이안에 머무는 내내 이용할 수 있으니 버리지 말고 꼭 챙겨둘 것. 특히 이 입장권은 내원교, 중국인 회관, 올드하우스 박물관 등을 입장할 때는 꼭 필요하다. 

낮기온 35도에 육박하는 올드타운은 무더운 날씨에도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투본강이, 한쪽으로는 상점과 식당들이 즐비해있는 거리를 걷노라면 흐르는 땀도 내려쬐는 햇빛도 그저 달콤했다. 건물들은 꽤 오래되고 낡았지만 긴 세월을 견뎌온 만큼 고즈넉하고 우아했다. 

   
 

본격적인 거리에 들어서면 호이안을 담은 다양한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처없이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생동감과 화려함에 취한다. 특히 과거 무역도시로 번성했던 만큼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법한 형형색색의 풍경이지만 이곳은 호이안이 아닌가. 아름다운 문화들이 뒤섞인 올드타운은 독특한 분위기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간간히 관광객을 태운 씨클로도 보이는데 우리 옛 인력거를 상상하면 된다. 의외로 굉장히 넓은 올드타운이라 걷는 것에 지쳤다면 씨클로 투어를 추천한다.

   
 

해 지면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변모
올드타운의 밤은 낮과는 확연하게 차이 날 정도로 돋보인다.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눈에 띌 정도로 많아진 관광객들이 휘황찬란한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운다. 홍등이 유명한 올드타운은 그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는 돼 보인다. 그로 인해 풍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빛의 축제를 보고 있자니 그 황홀함에 취해 베트남 여행에 시큰둥했던 나를 반성했다. 

   
 
   
 

잔잔했던 투본강도 어둠이 깔리면 소원 등불을 띄우는 배들로 가득하다. 갖가지 조명이 수를 놓듯 스며든 투본강을 따라 걷다 보면 넓은 거리를 채운 관광객들의 적당한 소란스러움에 절로 흥이 난다. 거리는 시도 때도 없이 호객행위를 하는 현지의 장사꾼들과 베트남 전통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눈 마주치기를 기다렸다는 손짓을 한다. 그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올드타운에서 투본강을 건너면 야시장이 열리는데 베트남 기념품이나 지인들의 선물을 사기 좋다. 

   
   
▲ 호이안 올드타운에 밤이 찾아오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진 관광객들이 휘황찬란한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운다.

3일 동안 호이안에서 머물면서 내가 한 일이라고는 밤낮으로 올드타운을 걷고, 더위에 지칠 때 쯤 리조트에서 수영하는 정도였다. 허기가 질 때는 베트남 전통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화이트로즈, 반쎄오, 분짜, 반미, 환탄, 모닝글로리, 쌀국수 등으로 매 끼니를 든든하게 채웠다. 웅장한 관광지나 액티비티한 체험을 하진 않았지만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길을 걷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특별한 여행이었다.

   
 

훗날 호이안을 다시 찾게 된다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고 싶다. 느릿느릿 페달을 밟으며 화려한 올드타운 거리, 끝없이 펼쳐진 풍요로운 논길, 철썩이는 파도가 있는 해변 곳곳을 누비는 순간을 기약한다. 

글·사진=신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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