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비극의 역사 앞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방관자일 것인가
[택시운전사] 비극의 역사 앞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방관자일 것인가
  • 신섬미 기자
  • 승인 2017.09.08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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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 영화 '택시운전사'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영화 어땠어? 라고 묻는다면 “지금까지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였어”라고 대답하리라고. ‘노약자나 임산부, 심장이 약한 분은 조심하세요’라는 공포영화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올해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탄생했다. 뼈아픈 우리들의 과거를 고스란히 담은 ‘택시운전사’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1980년 5월 피비린내 진동하던 광주로 돌아간다. ‘기자’와 ‘기사’로 만난 두 외부인은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 동참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은 혼자서 딸을 키우는 가장이다. 아내가 살아생전 병치레를 하면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져 고된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외국인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까지 서울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만섭은 곧장 정체도 모르는 외국인을 태운 채 광주로 향한다.

하지만 광주에 다와 갈수록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다. 무엇인가를 아는 듯한 외국인은 ‘노 광주? 노 머니!’를 외친다. 만섭은 찜찜했지만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한다는 생각에 기지를 발휘해 사방이 꽉막힌 검문을 뚫고 겨우 광주에 들어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태운 외국인이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영화 '택시운전사'

어렵게 들어선 광주는 폐허였다. 만섭은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며 피터를 만류했다. 하지만 피터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의 도움 속에 광주의 진실에 대한 취재를 이어간다. 이유도 모른 채 폭력을 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광주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울에서도 매일같이 이어지는 대학생들의 데모에 혀를 차던 만섭의 태도가 달라진다.

영화 중반부로 넘어서고 나서는 장면 장면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웃어야 할 장면에서도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 행여 군인이 들이닥치진 않을까, 또 다른 무고한 시민이 잔인하게 목숨을 잃게 되진 않을까 가슴 졸였다.

그동안 침묵해왔던 역사의 사실 앞에 마주한 우리들은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영화에 공감하고 슬퍼하는 이유는 만섭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 아닐까. 만섭과 같은 방관자이던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망각하고 지냈던 80년 광주의 끔찍한 현실을 목격하며 마음이 동요한다. 영화의 시점이 재식이나 황기사를 중심으로 흘러갔다면 오히려 관객들의 공감이 덜했을 것이다. 희생자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만섭의 모습이 곧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기에 영화는 더 와닿았으며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포효할 수 있었다.

특히 서울로 돌아가려는 만섭이 광주 인근 가게에서 국수를 먹으러 가는 장면을 보며 등골의 서늘함을 느꼈다. 바로 옆에서는 죄없는 국민들이 총에 맞아 죽고, 군홧발에 짓밟혀 죽어가지만 다른 이들은 평온하기만 하다. TV와 소문은 왜곡된 사실을 부풀리며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광주의 진실을 알지 못하게 가둬버린다. 모든 사실을 알고 그들의 평온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초라해졌다. 그리고 만섭에게 나를 대입해본다.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우리는 모두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한편 이방인의 시선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 피터의 캐릭터는 조금 아쉽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무지한 피터였지만 침묵하는 한국의 국민들과는 달리 침묵하지 않았다. 기자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파헤쳤던 피터. 그가 가진 생각과 시선, 기자로써 이룬 업적 등에 대한 비중이 조금 더 담겼으면 싶은 생각이다.

스크린 너머 만섭과 광주시민들을 보며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에 대한 빚을 떠올린다. 그들의 참혹한 항쟁의 아픔 덕분에 지금의 귀한 자유를 얻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송강호의 연기도 빛을 발했지만 영화를 통해 받는 감동과 슬픔, 분노는 역사 그 자체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줄평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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